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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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벽 1시까지 오늘 밤에 만난 인간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동족에 관해 토론한다. 로즈는 내가 런던에 더 자주 와야겠다고, 세계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넌지시 말한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네 번째, 전쟁 속으로>를 읽고 다시 처음의 일기를 읽으니 느낌이 완전 다르다.

이 소소한 일상에 대한 푸념들이 얼마나 다행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런 시절도 있었지... 이렇게 런던에 다녀오고, 작가들을 만나며 글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며 매일 일기로 마음을 토로했던 주인공.

흐릿한 글씨로 만나게 되는 그녀의 속마음과 질문들이 너무 평온해 보여서 마음이 찡해진다.


시니컬한 남편 로버트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딸 비키

사춘기를 겪는 아들 로빈

사사건건 토를 다는 요리사

소란스러운 프랑스 가정교사

시도 때도 없이 와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만 늘어놓고 가는 레이디 복스.


이 작가님의 삶은 평온과 고요와 거리가 멀다.

매일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매일 사람들과 사건이 생기며, 사소한 거 같은데 번잡한 일들이 생긴다.

결코 조용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1930년대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는 재밌고, 어이없으며, 이유 없이 킥킥거리게 된다.







매일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쓰는 시간은 그녀에게 가감이 없다.

하루 동안의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일기를 쓰는 시간.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그녀의 속내와 의문들이 그 재미를 더한다.


나는 이 여인이 하인들의 눈치를 볼 때 젤 속이 탄다.

뭐 때문에 눈치를 보는 걸까?

하인들은 할 말 다 하고, 정작 주인은 할 말 못 하는 그 관계.


게다가 무념무상인 남편 로버트의 무심한 배려는 그런대로 또 매력적이다.

그래서 같이 사는구먼~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남의 일기 훔쳐보는 거 아닐까?

자기 기분과 더불어 남의 기분까지 배려해야 하는 그 시대 영국 여인의 삶.


피곤할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그럼에도 그 시절의 영국인들의 생활방식이 위트 있게 느껴진다.

꾸준히 여기저기에 자신의 글을 기고하는 이 여인은 작가가 된다.

그녀의 도전이  무모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내가 이미 그녀의 미래를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그녀가 쌓아가려는 그녀의 커리어를 온 마음을 응원한다.


나에게도 그녀 반만큼의 꾸준함이 필요하다는 걸 마음에 새긴다...




로버트가 자지 않고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일기를 쓴다고 대꾸한다. 로버트는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일기 쓰는 건 시간 낭비라 생각한다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문득 궁금해진다. 정말 그럴까?

그건 후대만이 답할 수 있을 듯.



후대로서 답하자면 당신의 일기로 인해 100년 후 나는 그 시대의 삶을 그려보며 웃습니다.

당신의 삶과 나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위로를 받습니다.

당신의 이불 킥에 공감하고, 당신의 의문점에 끄덕이며 당신의 질문에 답을 찾아봅니다.

당신의 시간 낭비(?)가 후대에 그 시대의 삶을 느끼는 시간을 줍니다.

지금 보다 느리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던 시절.

빠르고 단절된 사회에서 옛사람들의 교류를 다정히 바라봅니다.

뭉클해지는 느낌으로 나는 가끔 당신의 일기를 읽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 로버트에게 자신 있게 말하세요.

당신이 틀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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