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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 두려움과 편견을 넘어 나만의 길을 가는 용기에 대하여
이예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많은 일을 겪고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은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는 걸, 나이들어가면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도, 저 자신이 되고자 합니다.
멋지면 나이 불문 다 언니다.
이 인터뷰집에 담긴 15명의 멋진 언니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는 어떤 언니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혈연으로의 언니일 뿐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거나,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언니는 아닌 거 같다.
그래도 나는 이 언니들의 이야기에서 달라진 여성의 위상을 느낀다.
우리 엄마 세대 보다 나의 세대가 훨씬 자유로왔고, 나의 세대 보다 그 아래 세대들이 더 많은 성취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더 아래 세대는 인류 역사상 여성들이 가졌던 그 어떤 것보다 더 많은 걸 갖게 될 것이다.
그런 희망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성공을 거머쥔 여성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잘 알았다.
능력과 한계치와 그것을 극복하는 의지를 갖추고 있었다.
쉽게 주저앉고,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되는 이유와 핑계 대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자신을 지켰다.
매번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설렘을 주는 정서경 작가.
최근 북극성을 봤는데 남자들의 세계에서 최고 권력에 도전하는 여성의 모습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정서경의 여자들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녀들은 모두 타고난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했다.
그래서 인상적이었고 희망적이었다.
다음에 보여 줄 여성은 어떤 여성일지 흥미롭다.
코를 찡긋 거리는 미소와 시원한 목소리의 전도연이 연기를 참 잘한다고 느낀 건 <밀양>을 보고 나서다.
그때까지는 그저 청춘스타로만 기억했었는데 <밀양>에서 그 이미지가 깨졌다.
전도연은 능숙했다.
길복순에서는 멋진 액션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연기를 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그녀의 신념이 그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거 같다.
나이 들수록 매력이 배가 되는 배우다.

자꾸 일을 벌이는 사람. 현재의 나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배구 선수 김연경에 대해 사실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보며 그녀의 폭발하는 멋짐엔 내가 알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았기에 그토록 오랜 시간을 코트에서 버틸 수 있었고, 지금은 새로운 도전으로 바쁠 그녀.
엄청난 노력과 멈추지 않는 도전이 그녀의 멋짐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거 같다.
전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반면 그럼에도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 역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작가 김은희는 어떻게 그렇게 멋진 사람들을 그려내는 걸까.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그려내는 그녀의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
어딘가에 나의 억울함을 알아주고, 그것을 위해 힘을 보태줄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힘이 생기는 게 또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제 투쟁은, 어릴 적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던 것들의 문제를 하나씩 알아가고 마주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일까. 정보라 작가의 글에서는 행동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전투적이고, 투쟁적인데 또 한없이 따스하다.
정보라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작가 소개를 통해서 희미하게 알고 있었던 그녀를 이 인터뷰집으로 확실하게 마주한 느낌이다.
저는 제 마음의 소리를 믿습니다. 마음은 생각과 다를 때가 많아요. 제 생각은 가끔 거짓말을 곧잘 하거든요. 하지만 제 마음은 속일 수 없는 거더라고요.
씨엘에 대해 이제야 알게 됐다.
왜 사람들이 씨엘을 보면 환호하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 글을 읽으며 나도 그녀를 향해 환호하고 싶었다.
가장 확실하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요즘 키워드인 '나와의 소통'을 확실하게 하고 있는 씨엘. 그래서 '내가 제일 잘나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친구를 곁에 두세요. 그리고 나 자신도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친구가 돼주자고요!
늦게 자신의 재능을 알아챈 김민경.
누가 뭐래도 끈기 하나만은 자신 있는 그녀에게 씨엘에서 받았던 자신과의 소통에 대한 답을 들은 거 같다.
긍정 에너지를 가진 친구를 곁에 두면서 나 역시 긍정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자는 김민경의 말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답을 얻은 느낌이다.
강렬하고 멋진 언니들에게 받은 기운을 잘 가꾸고 다듬어서 나에게 적용해 봐야겠다.
<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제목처럼 그녀들은 사랑받을 충분함을 지녔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에 희망과 온기가 스민다.
뭔가에 연대되는 기분이다.
"아직도 저 자신이 궁금하고요."
전도연의 말처럼 나 역시 나 자신을 궁금해하기로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을 테니.
내가 싫어지는 날
내 삶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
힘을 얻고 싶을 때
이 언니들을 만나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