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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안인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하지만 언젠가 와요와요는 이 세계에 사는 다른 자들 때문에 사라질지도 몰라."
참, 아름다운 표현을 지닌 작가를 만났다.
아름답지 않은 모습조차도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바다에서 밀려드는 쓰레기 섬과 아름다운 해안을 쓰레기에 내어준 해안가 마을 사람들의 상실과 묵묵히 그것을 치워내고 또 치워내는 원주민들의 마음과 집을 잃은 사람들의 막막함을 담담한 문장들로 느끼는 마음에 한기와 함께 온기가 흘러 들어온다.
이 책 속으로 스며드는 시간은 고요했다.
고요함과 태풍 같은 깨달음과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소용돌이친다.
슬프고, 안타깝고, 아프고, 공허하며 미치게 아름다운 느낌들이 점점이 스며들었다.
<복안인>은 내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섬이 되어 인간을 덮치는 과정이 고요함을 품고 다가온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의 담담함이 더 애잔하고, 자연의 따끔한 일갈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하찮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우리가 버린 물건이, 바다는 소화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물건이 파도에 휩쓸려갔다가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와요와요 섬의 마지막이
아트리에의 끝없을 여정이
엘리스의 상실이
다허의 묵묵한 다정이
하파이의 노래가
복안인의 겹눈이
알알이 마음에 새겨진다.
하파이는 때로 사람이 산다는 건 일종의 교환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것을 네가 가진 것과 바꾸고, 내 미래를 지금 내게 없는 것과 바꾸는 것. 바꾸고 바꾸다 보면 원래 자기 것이 되돌아오기도 했다.
모든 건 되돌아온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한 대가는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순순한 영혼을 파괴한 대가도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 파괴되는 것으로 되돌아온다.
그것을 아름답게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쓰레기들이 꼭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채 바다를 떠도는 것 같아. 모든 버려진 것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
내가 버린 쓰레기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떠돌고 있을까..
얼마 전 다녀온 바닷가에서 멀쩡한 해안가를 보았음에 감사했다.
썰물에 드러난 곳에 쓰레기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본 곳에서는..
아름다운 동화인데 잔혹했다.
잔혹하게 표현하지 않아서 더 잔혹했다.
읽는 내내 바다를 느낄 수 있었고
읽는 내내 전설을 느낄 수 있었고
읽는 내내 슬픔의 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경고도, 악다구니도 없지만 그 어떤 환경운동 구호보다 강력하다.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것처럼...
더 늦게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