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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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우리의 삶에 해결사가 될 수 없어.

오직 우리 자신만이 해결사가 될 수 있을 뿐이야.

 

 

 

 

동창회.

 

학창 시절의 친구들만큼 허물없는 친구는 없다.

어린 시절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니까.

 

기윤도 동창회를 갔다.

삼십 대의 그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회사를 다니고, 고만고만한 가정을 꾸리고, 고만고만한 고민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기윤은 그들 사이에서 과거로 파고들었다가 현실로 나오면서 괴리감을 느낀다.

그는 그때도 지금도 아웃사이더였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친구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

 

물론이지. 저항 의지를 갖는 그 순간부터 이미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거야.

 

 

고등학생 기윤에게 최대 관심사는 '멋' 이었다.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는 상민이를 따랐다. 진정한 멋의 우정이라 믿었던 상민과의 우정은 기윤의 착각이었다.

한동안 소속감에 우쭐했던 자만심은 그들로부터 떨궈져 나오면서 손상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책 속으로 숨었다.

읽지 않고 들고만 다니는 책들을 빌리고 반납하며 그는 졸업식 때 독서왕이라는 타이틀이라도 타고 싶었다.

민재를 만나기 전까지는.

 

민재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현실에 붙잡힌 채 날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태세를 갖춘 그런 청춘이었다.

기윤은 상민에게서 겉멋을 배웠다면, 민재에게서는 속멋을 배웠다.

학교에서의 강요와 학칙과 부당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했던 그들만의 레지스탕스는 화려하고 무모한 장난으로 오히려 모든 학생들을 더 엄격하고 더 부당함 속으로 몰고 갔다.

급기야 경찰까지 개입한 일련의 사건들이 기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 무렵

기윤과는 노선을 달리했던 조용한 레지스탕스 민재는 학교에 대자보를 붙인다. 자신의 이름을 넣은.

조목조목 부당함에 대해 반박을 가하는 그의 글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걸 민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책장이 하나의 지도라면 읽은 책들은 내가 여행한 곳이고, 읽지 못한 책들은 내가 앞으로 여행할 곳이야. 나는 이 세계를 모두 여행할 거야. 그리고 저곳도.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난 민재를 떠올리며 기윤은 자신이 민재를 모방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정처 없었던 여행과

정처 없었던 그림과

정처 없었던 자신의 정체성

 

그것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성장을 촉진시키는 매개가 있는 법이다. 삶엔.

의식하지 못하고 살다가 깨닫게 되는 그 순간

전과는 달라진 나를 보게 된다.

 

어린 기윤의 가슴에 품어진 민재의 말들이 어른이 된 기윤의 마음에 다시 품어졌을 때

기윤은 더 이상 그전과는 다른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상실의 슬픔

저항의 의미

미완의 성장

 

이 모든 것들이 압축되어 들어있는 레지스탕스.

 

읽고 나서 더욱더 레지스탕스라는 제목과 몽상가들이라는 출판사 이름이 더 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몽상가들의 레지스탕스. 그리고 이우.

 

어느 날,

불현듯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소설을 썼다.

 

표지 그림에서 기윤을

소설을 쓰기로 결심해서 소설을 썼다는 말에서 민재를 떠올린다.

 

 

기윤에게 데미안이자, 개츠비였던 민재는

결국 그의 영원한 레지스탕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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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탄두리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지명숙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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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행로를 지나다 우리 어머니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1969년 여행 가방 두 개를 들고 네덜란드에 도착한 마마 탄두리.

도착하자마자 여행 가방을 침대 밑에 두고 간호사 근무에 들어갔다.

 

파키스탄 태생으로 전쟁으로 인도로 피난 온 마마 탄두리는 가난과 전쟁 두 가지 인생 고난을 어릴 때부터 몸소 겪은 사람이다.

신분제도가 있는 인도에서 그녀는 어느 배의 선장을 간호했다.

가문의 대를 이을 장손인 선장과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네덜란드로 향한 마마 탄두리.

그녀는 선장과 절절한 편지를 주고받지만 이루어질 수 없음에 마음은 더 괴로울 뿐이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그녀는 그녀에게 반한 한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말을 들어준 일례는 아버지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이며, 그게 그러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걸핏하면 밀방망이를 들고 내리치며 호통을 치고

물건값은 무조건 반값 이상으로 깎고 보며

집 한 채 값도 서슴없이 깎아내는 이 어디에도 없는 캐릭터의 마마 탄두리는 얼핏 그저 웃기기만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 같다.

하지만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전쟁의 악몽에서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고, 제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큰아들이 지적장애인으로 판명되고, 그것이 그들의 큰 아들을 잠깐 옆집에 맡기고 그들이 처음으로 산책을 반 시간 정도 하고 돌아온 날 이미 경기를 일으키고만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매일을 살아내야 하는 어미의 심정이라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막무가내식의 마마 탄두리의 행위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이 이야기는 한 가족의 가족사를 담아냈다.


 


어쩌면 나는 벌써 그때부터 폭탄이었다. 언젠가 우리 가족을 파괴시키고 말 폭탄.

폴란드 시인 체스와프 미워시의 표현을 빌리면, "한 집안에 작가가 태어나면 그 집안은 일단 끝장이다."

 

 


 

 

 

 

 

탄두리 엄마의 셋째 아들이자 이 책의 저자인 에른스트는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엄마의 바람을 져버리고 작가가 된다.

그리고 그의 가족사를 적어 책으로 만든다.

유럽에서 공존의 히트를 하고 엄마도 유명인이 되었지만 마마 탄두리에 대한 이야기는 마냥 재밌지만은 않다.

가난한 나라에서 살기 좋은 유럽으로 온 탄두리 엄마에게 그곳은 말짱한 것을 버리는 나라였는지도 모른다.

인도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그녀는 쓸만한 모든 쓰레기들을 주워와 집안에 쟁여 놓는다.

싼 물건은 고양이 밥이라도 잔뜩 사다 쟁여 놓는 그녀의 모습에서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우리 어머니도 실은 통행증을 필수로 지참하고 다녀야만 할 사람이었다. 성명, 생년월일과 아울러 "당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가능한 신속히 이분의 곁을 벗어나십시오."라는 경고문이 명시된 통행증.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가족을 희생(?) 시키는 스타일이랄까?

이 책을 읽으며 네덜란드 사람들이 참 약해(?)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탄두리 엄마가 한국에 살았어도 과연 저 행동들이 먹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지적장애인 아들과 더불어 마마 탄두리 역시 마음의 장애가 있는 분이 아닐까 싶다.

뭔가 풀지 못한 응어리가 그녀 안에 가득해서 무엇이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을 형성했는지도 모른다.

그녀 곁에서 묵묵히 참아내는 그녀의 남편이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먼 과거는 어둠의 장막이다. 나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수치심의 자물쇠가 어머니 입을 꼭꼭 걸어 잠가버렸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거지나 다름없었던 생활, 그러니까 아주 까마득한 오래전의 삶에 대한 악몽 때문에 아직도 한밤중에 잠을 깨곤 한다. 비명 소리 끝에 입을 벌린 채 깨어난 어머니는 심야의 어둠으로 위안을 삼는다. 어머니의 기억 속 깜깜한 절벽 보다는 몇백 배 더 밝으니까.


 


 

가난의 기억은 지금 모든 걸 풍족하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다 누리지 못하게 만든다.

여행을 갈 때면 가방만 수십 개는 싸야 하고, 숙소를 정하지 않고 싼 곳을 찾다 자동차에서 먹고 자고,

어딜 가던 상대를 윽박질러 자기가 원하는 걸 쟁취하는 이 인도 탄두리 엄마.

 

어쩔 땐 짠하고

어떨 땐 너무하다 싶고

어쩔 땐 제정신이 아닌 것도 같고

어떨 땐 참 별난 캐릭터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런 삶을 같이 살아내고 있는 가족이 있음에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아름답게 채색하거나 어머니의 그런 행동들을 동정심으로 이끌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적어간 이야기는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유도할 뿐이다.

풍족한 유럽의 나라에서 살지만 반은 가난한 나라의 아들인 작가는 삶과 주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백하다.

그래서 일종의 푸념처럼 읽혀지는 이 이야기는 어쩜 특이한 성격의 어머니로부터, 그리고 아픈 형으로부터 평범하지 않은 가족 안에서 살아야 했던 작가의 자신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의 주인공 마마 탄두리 보다는 그녀의 남편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그 무던하고 무난한 성격이 바로 삶을 통달할 수밖에 없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죽음 앞에서 매일을 살아내야 하는 그에게 그녀의 마음의 짐은 거뜬히 흘려 버릴 수도 있는 가벼운 깃털 같은 기분일 수도 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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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의 정체 - 마침표 없는 정념의 군도를 여행하다
샬롯 카시라기.로베르 마조리 지음, 허보미 옮김 / 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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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샬롯 카시라기에 대해 부러운게 하나 있다면, 그건 그녀가 공주라는 점도,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점도 아니다.

바로 마조리 같은 스승이자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오만가지 감정에 대해 스스럼없이 서로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감정에 대해 나는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나도 알 수 없다.이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감추고 절제하는 걸 미덕으로 삼아왔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고 사는데 급급했다.

이 책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감정 수업.

조금 생소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살짝 맛을 본 나로서는 이 수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누군가와 이 책을 같이 읽고 서로가 느낀 점에 대해, 평소 생각했던 점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싶은 욕망.

 

편집의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 책의 글씨체는 고딕체로 되어 있다.

작고 촘촘한 고딕체의 글씨가 쉽게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

행간의 여유가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책을 읽는 게 약간 버거웠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이 책을 차례로 읽기 보다 그때그때 궁금하거나 느껴지는 감정들을 들춰보는 거였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자 이 책이 하나의 감정에 대해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서너 페이지에서 이야기되는 감정들은 그것 자체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의 목차이다.

목차를 보면서 가장 관심 가는 감정부터 읽어 갔다.

 

 

권태에 빠진 사람은 허공에 잠긴 감정과 감각들로부터 속속 본질을 떼어내어, 사방에 무기력하고 무심한 시선을 던진다. 권태가 견디기 힘든 건 손으로 만져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비현실적인 감각속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권태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현실에서 분리된 듯, 자신이 기계적으로 느릿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봄이라 그런지 나른하면서도 몽롱한 느낌들을 단순하게 봄 타는 걸로 해석했는데 어쩜 그 증상은 내 삶에 대한 권태로움이 아닐까를 생각하며 이 부분을 찾아 읽었다.

 

어쨌든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권태를 경험한다. 근심이 우리를 수다스럽게 만든다면, 권태는 근육 경직을 일으키고 신경 전달을 방해하듯이 모든 말을 마비시켜버린다.

권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아직 권태에 이르지 않았거나 혹은 이미 권태의 순간이 지나간 이후, 다시 말해 약간 심심한 상태로 머무를 필요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권태를 다루고자 한다면 먼저 권태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만 한다.

 

읽다 보니 나는 아직 권태의 언저리에서 알짱거리는 수준인 거 같다.

감정을 객관화해서 바라본다는 것처럼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아마도 그것에 대해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행복할 거 같다.

 

 

놀림은 가벼움과 신랄함 사이에 자리한다.

놀림은 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상냥한 태도, 유머를 곁들여 신랄함을 무디게 만든 완만한 비판의 모습을 띠곤 한다. 이때 목적은 상대를 위한 선의의 비판, 더 나아가 교육적인 차원의 비판에 있다.

 

 

조롱, 비난, 놀림

비슷한 감정이지만 경중이 있는 감정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나 감정이 수반되는 것으로 자신이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은연중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에서 더 발전해가면 혐오나 중상모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실 감정이라는 건 댐과 급물살 같은 거라 어느 순간 넘쳐버리면 모든 것을 다 쓸어 버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건 이 사회가 감정을 표출하는 것보다는 감추는 것을 더 잘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그것은 모두 그동안 젊음의 절제로 잘 참아내던 것들을 나이가 들어가며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다.

어른이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내가 더 경험이 많으니까.

은연중 이런 생각들이 억눌렀던 감정들을 표출시키게 되고, 그렇게 꼰대가 되어버리는 게 되는 것.

그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사랑이나 행복, 기쁨, 즐거움, 상냥함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감정들은 나뿐 아니라 상대방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감정들이니까 잘 모른다 해도 크게 해가 되는 건 없을 거 같다.

문제는 잘 모르는 안 좋은 감정들이 문제다.

그것들을 들여다보지 않고, 생각해보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대서 오는 많은 문제가 요즘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쉬웠던 건 이 새롭게 이해하게 된 감정들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독서모임에 최적화인 책이라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듣는 것도 좋지만

같은 감정에 대한 다른 느낌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감정에 대해, 감정 수업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그런지 읽고 나면 갑자기 수다가 떨고 싶어지는 책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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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기본 -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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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집 사이즈의 이 책을 받고 훑어보았던 느낌은 깔끔하고 정갈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처음엔 약간의 강박과 결벽을 동반한 작가의 고집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마도 첫 페이지에 걸려있던 글들이 옷차림에 관한 것들이어서 간결하지만 세세한 것들의 목록이 왠지 나에게 위의 느낌들을 가져다주었던 모양이다.

 

기록처럼 쓰인 이 글을 읽어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자세를 바로 하게 되었다.

뭔가 바른 태도를 지니지 않고 읽기에는 글 자체가 말끔해서였다.

그렇게 읽게 된 짤막한 글들이 "뭐 이렇게까지~"의 시답잖은 생각에서 시작했다가

"나도, 나만의 뭔가를 정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되었다.

 

막역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무언가의 틀 속에 나를 집어넣는 거 같아서 일부러 회피했던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단상을 마주하고 보니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것이 바로 이 기본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가족을 위해 참는다'는 생각을 일종의 미학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희생하여 전체가 행복해진다니, 가족이건 회사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아닐까요?

 

 

가족에 대한 이런 신선한 생각을 유지하며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이분은 아내와 딸. 이렇게 세 사람이 가족을 이루고 있는데 각자의 공간을 가지고 살고 있다.

아침은 각자 알아서 챙겨 먹고, 각자의 공간에선 각자의 휴식을 취하고 거실에서 모여 가족의 정을 나눈다.

뭔가 현대적이지만 정 없어 보이는 이 대목에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그런 공간을 사수하지 않고서는 사람은 절대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도 사회성이 필요하다.

온전한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는 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그런 공간을 가져보기 전까지는 결코 모른다.

가족이니까 모두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처럼 피곤한 건 없다.

사생활 침해 같은 말이 아니라 예의에 관한 얘기다.

공용화된 가정에선 누군가의 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건 거의 엄마의 몫이다.

집안일. 이것이 누군가의 희생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걸 살면서 나도 깨닫게 되었다.

청소, 설거지, 빨래, 쓰레기 치우기

매일 반복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들이지만 누군가가 맡아서 하지 않으면 늘 불편함을 주는 것들이다.

나는 하기 싫은 것.

그걸 대신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산다.

왜? 당연한 거니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설령 좋은 관계라 해도, 서로 신뢰하고 있어도, 그런 '관계속의 나'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인 나'로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으면, 사람으로 넘쳐대는 숲속에서 꾸미지 않는 그대로의 나는 미아가 돼버릴 겁니다.

 

 

 

 

 

 

한 창때는 그저 보이는 곳에만 신경을 쓰고 살았다.

옷이나 소품 등은 신경 써서 고르지만 정작 가구나 살림도구는 대충이었다.

이유는 그런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이다.

 

 

 

매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도구에 돈을 들이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가구나 전자제품은 오래 쓰고 매일 쓰는 것들이다.

실용성을 무시하고 그저 예쁜 디자인과 그때그때 눈에 들어 산 것들은 쉽게 고장이 나거나 싫증 나거나

망가지거나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것 역시 물건에 대한 기본 정신 없이 구매한 탓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싸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오래 두고 보아도 견고하고 무탈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을 고르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목이다.

 

 

 

 

 

 

 

이 책은 작지만 알찬 책이다.

살다가 중간중간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내가 옳게 가고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절실하게 알고 싶을 때가 있다.

뭔가 방향을 잃고 헤맨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그런 때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내가 자꾸 주위에 줏대 없이 휘둘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의기소침해지고, 자꾸 도망치고 싶고, 나를 찾고 싶었던 그런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도피처를 찾았더랬다.

그 잠시의 시간 동안 나는 나와 타협을 했던 거 같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만의 무엇을 찾기보다는 쉽게 가는 길에서 적당한 타협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쉽게 가고자 했던 것들이 결국은 나만의 기본을 버리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비단 정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생활 전반에 대해서 나만의 기본 없이 무작정 무언가를 따라가기만 했던 시간들...

 

자고 일어나면 사람들의 관심사가 바뀌고

자고 일어나면 세상의 패턴이 바뀌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만의 기본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삶의 질을 좌우한다.

 

남한테 보이기 위한 것들에서 탈피해서

나를 위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정해나가기 시작할 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 진정한 나야말로 남들에게도 진정한 사람으로 통할 것이다.

 

마쓰우라 야타로의 나만의 기본.

별생각 없이 읽었다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이다.

사소함을 간과하며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그중에 가장 크게 잃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나를 찾기 위해

나만의 기본을 만들어 보는 것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인 거 같다.

기본을 잃고 살다가 기본을 갈구하는 나를 본다.

그동안 내가 가장 찾고 싶었던 건 기본을 아는 나였다.

이 책은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내게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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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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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개인사를 엿보는것이 구구절절하지 않은 것으로는 처음이다.
아마도 저자의 이력때문인 거 같다.
교육신문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저자가 기자로서 다져온 글쓰기의 내공이 곁들여진 이 에세이는 기록이기도 하고, 추억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 하다.

은이와 윤이 두 딸의 아빠로서 어느날 시골집에서 족보인 선원속보가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면서 냄비 받침으로 용도변경된 장면을 목격하고 아이들에게 뿌리의 역사를 쉽게 들려주겠다는 목적의식으로 시작한 글에 살이붙고 또 붙어 오랜시간이 지난후에야 비로소 책이되었다.

그래서 자그마한 소신이 달나라로 가버렸던 것이다.



재밌고 유익했다.
군더더기 없는 글에 아빠의 애정어린 마음과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추억담이 어우러져 마치 소설처럼 읽혔다.

최초 시작했던 글들은 두 딸들이 어린 나이일 때 쓰여서 그런지 뭔가 알콩스럽고 달콩스러운 느낌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잊혀진 폴더속에서 잠들어 있던 글들에
2018년 다시 코멘트를 넣어 완성된 글엔 이제는 숙녀가된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걱정의 마음이 좀 더 냉철한 시선으로 담겼다.

개인사이지만
그 개인사에 더해진 시대상이 적절히 스며있어 현대사를 관통한 느낌이 든다.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야말로 격변의 시대를 관통한 젊음이 아니던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글로 써준 아빠를 가진 은이와 윤이가 부러웠다.
내 기억속 내부모의 이야기는 단지 이야기로 전해질뿐.
나는 엄마. 아빠. 두분의 어린시절이 어땠는지 별로 아는 바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을 덮고 가장 아쉬운게 있다면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있지만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

무릇 족보란게
아버지 가계도인것을 감안하더라도
딸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풀어 놓으실 수 있었다면
엄마의 기록도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윤이가 물었을 거 같다.
"근데 왜 엄마 이야기는 없어?"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키워드가 있다.
밥상머리교육.

저자와 부인 모두 교육계와 관련이 있어서인지
아이들과 차 한잔 마시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저녁을 다 같이 먹고
차 한잔 마시며 나누는 담소가 아이들에게 피가되고 살이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위대한 업적을 가진 이들이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묵묵히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수많은 개인들이 역사를 지키고,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기 묻혀질뻔했던 지극히 사소한 개인사가 있다.
달나라로 간 소신.
이 소신에 묻어갈 수많은 현시대 아버지들이 보인다.
그들 역시 이분과 그리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기에.


꿈꾸던 세상에 꿈은 없고, 바라던 세상은 오지 않을것 같은 시간을 버틴 것은 내게 주어진 가족보다 내가 만든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식구들이 살아야 하기에 집이 있어야 했고, 그 식구들이 살아야 했기에 감취진 용기를 드러낼 엄두가 없었다.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한 미련한 소신을 아직까지 부여잡고 있는 것 또한 그런 이유일 것이다. 86세대는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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