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본 -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작은 시집 사이즈의 이 책을 받고 훑어보았던 느낌은 깔끔하고 정갈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처음엔 약간의 강박과 결벽을 동반한 작가의 고집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마도 첫 페이지에 걸려있던 글들이 옷차림에 관한 것들이어서 간결하지만 세세한 것들의 목록이 왠지 나에게 위의 느낌들을 가져다주었던 모양이다.

 

기록처럼 쓰인 이 글을 읽어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자세를 바로 하게 되었다.

뭔가 바른 태도를 지니지 않고 읽기에는 글 자체가 말끔해서였다.

그렇게 읽게 된 짤막한 글들이 "뭐 이렇게까지~"의 시답잖은 생각에서 시작했다가

"나도, 나만의 뭔가를 정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되었다.

 

막역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무언가의 틀 속에 나를 집어넣는 거 같아서 일부러 회피했던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단상을 마주하고 보니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것이 바로 이 기본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가족을 위해 참는다'는 생각을 일종의 미학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희생하여 전체가 행복해진다니, 가족이건 회사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아닐까요?

 

 

가족에 대한 이런 신선한 생각을 유지하며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이분은 아내와 딸. 이렇게 세 사람이 가족을 이루고 있는데 각자의 공간을 가지고 살고 있다.

아침은 각자 알아서 챙겨 먹고, 각자의 공간에선 각자의 휴식을 취하고 거실에서 모여 가족의 정을 나눈다.

뭔가 현대적이지만 정 없어 보이는 이 대목에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그런 공간을 사수하지 않고서는 사람은 절대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도 사회성이 필요하다.

온전한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는 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그런 공간을 가져보기 전까지는 결코 모른다.

가족이니까 모두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처럼 피곤한 건 없다.

사생활 침해 같은 말이 아니라 예의에 관한 얘기다.

공용화된 가정에선 누군가의 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건 거의 엄마의 몫이다.

집안일. 이것이 누군가의 희생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걸 살면서 나도 깨닫게 되었다.

청소, 설거지, 빨래, 쓰레기 치우기

매일 반복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들이지만 누군가가 맡아서 하지 않으면 늘 불편함을 주는 것들이다.

나는 하기 싫은 것.

그걸 대신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산다.

왜? 당연한 거니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설령 좋은 관계라 해도, 서로 신뢰하고 있어도, 그런 '관계속의 나'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인 나'로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으면, 사람으로 넘쳐대는 숲속에서 꾸미지 않는 그대로의 나는 미아가 돼버릴 겁니다.

 

 

 

 

 

 

한 창때는 그저 보이는 곳에만 신경을 쓰고 살았다.

옷이나 소품 등은 신경 써서 고르지만 정작 가구나 살림도구는 대충이었다.

이유는 그런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이다.

 

 

 

매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도구에 돈을 들이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가구나 전자제품은 오래 쓰고 매일 쓰는 것들이다.

실용성을 무시하고 그저 예쁜 디자인과 그때그때 눈에 들어 산 것들은 쉽게 고장이 나거나 싫증 나거나

망가지거나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것 역시 물건에 대한 기본 정신 없이 구매한 탓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싸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오래 두고 보아도 견고하고 무탈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을 고르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목이다.

 

 

 

 

 

 

 

이 책은 작지만 알찬 책이다.

살다가 중간중간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내가 옳게 가고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절실하게 알고 싶을 때가 있다.

뭔가 방향을 잃고 헤맨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그런 때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내가 자꾸 주위에 줏대 없이 휘둘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의기소침해지고, 자꾸 도망치고 싶고, 나를 찾고 싶었던 그런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도피처를 찾았더랬다.

그 잠시의 시간 동안 나는 나와 타협을 했던 거 같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만의 무엇을 찾기보다는 쉽게 가는 길에서 적당한 타협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쉽게 가고자 했던 것들이 결국은 나만의 기본을 버리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비단 정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생활 전반에 대해서 나만의 기본 없이 무작정 무언가를 따라가기만 했던 시간들...

 

자고 일어나면 사람들의 관심사가 바뀌고

자고 일어나면 세상의 패턴이 바뀌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만의 기본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삶의 질을 좌우한다.

 

남한테 보이기 위한 것들에서 탈피해서

나를 위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정해나가기 시작할 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 진정한 나야말로 남들에게도 진정한 사람으로 통할 것이다.

 

마쓰우라 야타로의 나만의 기본.

별생각 없이 읽었다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이다.

사소함을 간과하며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그중에 가장 크게 잃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나를 찾기 위해

나만의 기본을 만들어 보는 것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인 거 같다.

기본을 잃고 살다가 기본을 갈구하는 나를 본다.

그동안 내가 가장 찾고 싶었던 건 기본을 아는 나였다.

이 책은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내게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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