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그 누구도 우리의 삶에 해결사가 될 수 없어.

오직 우리 자신만이 해결사가 될 수 있을 뿐이야.

 

 

 

 

동창회.

 

학창 시절의 친구들만큼 허물없는 친구는 없다.

어린 시절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니까.

 

기윤도 동창회를 갔다.

삼십 대의 그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회사를 다니고, 고만고만한 가정을 꾸리고, 고만고만한 고민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기윤은 그들 사이에서 과거로 파고들었다가 현실로 나오면서 괴리감을 느낀다.

그는 그때도 지금도 아웃사이더였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친구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

 

물론이지. 저항 의지를 갖는 그 순간부터 이미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거야.

 

 

고등학생 기윤에게 최대 관심사는 '멋' 이었다.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는 상민이를 따랐다. 진정한 멋의 우정이라 믿었던 상민과의 우정은 기윤의 착각이었다.

한동안 소속감에 우쭐했던 자만심은 그들로부터 떨궈져 나오면서 손상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책 속으로 숨었다.

읽지 않고 들고만 다니는 책들을 빌리고 반납하며 그는 졸업식 때 독서왕이라는 타이틀이라도 타고 싶었다.

민재를 만나기 전까지는.

 

민재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현실에 붙잡힌 채 날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태세를 갖춘 그런 청춘이었다.

기윤은 상민에게서 겉멋을 배웠다면, 민재에게서는 속멋을 배웠다.

학교에서의 강요와 학칙과 부당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했던 그들만의 레지스탕스는 화려하고 무모한 장난으로 오히려 모든 학생들을 더 엄격하고 더 부당함 속으로 몰고 갔다.

급기야 경찰까지 개입한 일련의 사건들이 기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 무렵

기윤과는 노선을 달리했던 조용한 레지스탕스 민재는 학교에 대자보를 붙인다. 자신의 이름을 넣은.

조목조목 부당함에 대해 반박을 가하는 그의 글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걸 민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책장이 하나의 지도라면 읽은 책들은 내가 여행한 곳이고, 읽지 못한 책들은 내가 앞으로 여행할 곳이야. 나는 이 세계를 모두 여행할 거야. 그리고 저곳도.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난 민재를 떠올리며 기윤은 자신이 민재를 모방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정처 없었던 여행과

정처 없었던 그림과

정처 없었던 자신의 정체성

 

그것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성장을 촉진시키는 매개가 있는 법이다. 삶엔.

의식하지 못하고 살다가 깨닫게 되는 그 순간

전과는 달라진 나를 보게 된다.

 

어린 기윤의 가슴에 품어진 민재의 말들이 어른이 된 기윤의 마음에 다시 품어졌을 때

기윤은 더 이상 그전과는 다른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상실의 슬픔

저항의 의미

미완의 성장

 

이 모든 것들이 압축되어 들어있는 레지스탕스.

 

읽고 나서 더욱더 레지스탕스라는 제목과 몽상가들이라는 출판사 이름이 더 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몽상가들의 레지스탕스. 그리고 이우.

 

어느 날,

불현듯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소설을 썼다.

 

표지 그림에서 기윤을

소설을 쓰기로 결심해서 소설을 썼다는 말에서 민재를 떠올린다.

 

 

기윤에게 데미안이자, 개츠비였던 민재는

결국 그의 영원한 레지스탕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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