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의 정체 - 마침표 없는 정념의 군도를 여행하다
샬롯 카시라기.로베르 마조리 지음, 허보미 옮김 / 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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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샬롯 카시라기에 대해 부러운게 하나 있다면, 그건 그녀가 공주라는 점도, 많은 걸 가지고 있다는 점도 아니다.

바로 마조리 같은 스승이자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오만가지 감정에 대해 스스럼없이 서로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감정에 대해 나는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나도 알 수 없다.이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감추고 절제하는 걸 미덕으로 삼아왔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고 사는데 급급했다.

이 책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감정 수업.

조금 생소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살짝 맛을 본 나로서는 이 수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누군가와 이 책을 같이 읽고 서로가 느낀 점에 대해, 평소 생각했던 점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싶은 욕망.

 

편집의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 책의 글씨체는 고딕체로 되어 있다.

작고 촘촘한 고딕체의 글씨가 쉽게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

행간의 여유가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책을 읽는 게 약간 버거웠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이 책을 차례로 읽기 보다 그때그때 궁금하거나 느껴지는 감정들을 들춰보는 거였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자 이 책이 하나의 감정에 대해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서너 페이지에서 이야기되는 감정들은 그것 자체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의 목차이다.

목차를 보면서 가장 관심 가는 감정부터 읽어 갔다.

 

 

권태에 빠진 사람은 허공에 잠긴 감정과 감각들로부터 속속 본질을 떼어내어, 사방에 무기력하고 무심한 시선을 던진다. 권태가 견디기 힘든 건 손으로 만져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비현실적인 감각속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권태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현실에서 분리된 듯, 자신이 기계적으로 느릿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봄이라 그런지 나른하면서도 몽롱한 느낌들을 단순하게 봄 타는 걸로 해석했는데 어쩜 그 증상은 내 삶에 대한 권태로움이 아닐까를 생각하며 이 부분을 찾아 읽었다.

 

어쨌든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권태를 경험한다. 근심이 우리를 수다스럽게 만든다면, 권태는 근육 경직을 일으키고 신경 전달을 방해하듯이 모든 말을 마비시켜버린다.

권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아직 권태에 이르지 않았거나 혹은 이미 권태의 순간이 지나간 이후, 다시 말해 약간 심심한 상태로 머무를 필요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권태를 다루고자 한다면 먼저 권태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만 한다.

 

읽다 보니 나는 아직 권태의 언저리에서 알짱거리는 수준인 거 같다.

감정을 객관화해서 바라본다는 것처럼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아마도 그것에 대해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행복할 거 같다.

 

 

놀림은 가벼움과 신랄함 사이에 자리한다.

놀림은 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상냥한 태도, 유머를 곁들여 신랄함을 무디게 만든 완만한 비판의 모습을 띠곤 한다. 이때 목적은 상대를 위한 선의의 비판, 더 나아가 교육적인 차원의 비판에 있다.

 

 

조롱, 비난, 놀림

비슷한 감정이지만 경중이 있는 감정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나 감정이 수반되는 것으로 자신이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은연중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에서 더 발전해가면 혐오나 중상모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실 감정이라는 건 댐과 급물살 같은 거라 어느 순간 넘쳐버리면 모든 것을 다 쓸어 버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건 이 사회가 감정을 표출하는 것보다는 감추는 것을 더 잘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그것은 모두 그동안 젊음의 절제로 잘 참아내던 것들을 나이가 들어가며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다.

어른이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내가 더 경험이 많으니까.

은연중 이런 생각들이 억눌렀던 감정들을 표출시키게 되고, 그렇게 꼰대가 되어버리는 게 되는 것.

그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사랑이나 행복, 기쁨, 즐거움, 상냥함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감정들은 나뿐 아니라 상대방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감정들이니까 잘 모른다 해도 크게 해가 되는 건 없을 거 같다.

문제는 잘 모르는 안 좋은 감정들이 문제다.

그것들을 들여다보지 않고, 생각해보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대서 오는 많은 문제가 요즘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쉬웠던 건 이 새롭게 이해하게 된 감정들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독서모임에 최적화인 책이라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듣는 것도 좋지만

같은 감정에 대한 다른 느낌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감정에 대해, 감정 수업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그런지 읽고 나면 갑자기 수다가 떨고 싶어지는 책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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