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답게 - 인생은 느슨하게 매일은 성실하게, 개정판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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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나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사고가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자기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잔뜩 썼다. 내가 쓰고 싶은 것들과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것들에 대해 썼다. 진심을 가득 담아 썼다.

 

 

 

 

2016년 첫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30대였던 저자의 일상에 대한 글.

정확하게는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 이야기를 적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객관화해서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다.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이 책엔 그러한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담겼다.

그래서 읽는 즐거움이 있다.

나도 그런 적 있는데.

나도 같은 걸 느꼈는데.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와 같은 공감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같은 시대를 관통해 오면서 저마다의 위치와, 상황과, 형편이 달랐음에도 지나온 과정들은 엇비슷한 우리의 삶.

그 평범한 이야기들을 토해내며서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글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우리의 인생이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다. 그래서 반대로 우리는 나답게, 자신답게 살기를 그토록 바라는 것이리라.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누군가의 딸로 살면서도 나 자신을 찾는 것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글 자취.

온전히 나답게란 제목엔 그런 뜻이 담겨 있는 거 같다.

스스로를 아무 생각 없이 산 사람이라 말하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그녀가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이 많았다면 여행 한 번 못해보고 생각만 하다 말았겠지.

생각이 많았다면 카페 같은 거 해보지도 못하고 생각만 하다 말았겠지.

생각이 많았다면 저지르지 않고 갈망만 하다 말았을 테지.

생각이 많았다면 이런 글도 쓰지 못했겠지.

그녀가 남들 눈엔 무모해 보이는 일을 벌인 것이 고스란히 누군가에겐 간접 경험이 되고, 공감이 되고, 느껴지는 바가 되었다.

그러니 그녀의 생각 없음은 그녀를 위해서도,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내 가방 속 물건들은 해결하지 못한 내 문제들 같다.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그런 문제들말이다. 아마 나는 그 문제들을 다 해결하지 못한 채로 죽게 될 것이다. 죽을 때는 짐을 꾸릴 수 없을 테니 그때는 좀 가볍게 떠날 수 있으려나.

 

냉철한 현실감각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에 환상의 색채를 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30대의 나는 그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아마도 결혼의 유무와 아이의 유무가 가장 컸겠지만 나는 현실감각이 전혀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국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 나이 때에 하지 않은 것은 나이가 들어도 꼭 통과의례를 겪는다는 것.

내가 30대를 지나면서 느꼈던 것이다.

그녀는 나보다 더 다채로운 삶을 살았지만 현실적으로만 살지 않았다.

아마도 환상의 색채를 더할 줄 알았던 그녀의 능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모든 사람이 가슴속에 가난을 품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다정해지고 좀 더 담백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좀 더 인간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웠던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상황을 비슷하게라도 겪어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마 저 말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가난을 품는다는 건 누군가의 고단함을 근본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이라고 꺼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가난을 품지 않은 사람의 말들은 그저 공허할 뿐이니...

다시 말해 완벽한 장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해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장소와 완벽한 시간은 현실에 거의 동시에 존재하기가 어렵다.

어느 하나가 꼭 비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둘 중 하나만 가지고도 맞춰가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인 거 같다.

옆 사람이 뒤처졌을 때는 같이 걸음을 좀 늦추면서 손을 잡아줘야 살 수 있다.

 

이 문장에서 잠시 생각해본다.

뒤처진 사람을 그냥 두고 앞서갔던 시간들에 대해...

오지랖 떨고 싶지 않아서 외면했던 것들이 결국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부메랑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계속 그렇게 외면한 채로 살 수 있을까?

곁을 주지 않을 거 같은 작가의 글엔 곁을 내어준 흔적들이 있다.

날카롭게 잘라 낼 거 같은 작가의 글엔 어느새 보듬어 주는 느낌이 있다.

이기적일 거 같은 작가의 글엔 받는 지도 모르게 받게 되는 배려가 있다.

무엇보다

치장이 없어서 좋다.

그때도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월이라는 무게를 지나왔을 뿐.

온전히 나답게를 읽는 시간 동안 나 역시 나다움에 깊이 빠져 있었다.

내가 원했던 나다움은. 아직 내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나는 나를 갈고닦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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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스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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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유의미한 살인으로 이름을 읽힌 카린 지에벨.

이름은 알고 있었으나 작품으로 만난 건 이 게임 마스터가 처음이다.

게임 마스터엔 두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미 전작들로 스릴러와 공포를 버무린 이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에벨의 단편은 어떤 느낌일까?

 

죽음 뒤에

 

 

인기 스타 모르간 아고스티니.

그녀의 팬이라는 남자가 그녀에게 작은 집 한 채를 유산으로 남긴다.

일면식도 없는 남자의 유산상속.

그의 형제는 그녀가 유산을 상속받는 걸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간곡한 그의 편지는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녀는 남편과 함께 집을 둘러보러 떠난다.

게임은 그 집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시작된다.

오벵 메닐.

죽은 남자의 이름이다.

그는 모르간 앞으로 집을 남겼고, 그 집에 그녀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해 놓았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알아챌 수 없는 완전범죄.

 

 

우리는 한 번 만났지만 당신은 아마 기억도 못 할 거야. 당신은 당신 자신을 챙기기 바빴거든. 성공에 눈이 멀었다고 해야겠지.

.

.

지옥에 당신 자리를 하나 예약해 둘게. 거기 오면 내 상대역으로 열연을 펼쳐야 할 거야.

 

 


이 짧은 이야기에 두 번의 반전이 들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한 번의 반전으로 뒤통수를 맞고 아찔해져 있을 즈음

마지막 반전에서 맥컬리 컬킨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를 치게 될 것이다.

캬아아아아아악~~~~~~~

그건 미처 모르간이 지르지 못한 비명을 내가 대신 지르는 셈이다.

마치 스릴러인 줄 알고 열심히 달려오다 공포소설과 마주치며 끝나는 거 같다.

이 한 편을 읽고 나서 설레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렇게 멋진 반전을 두 번씩이나 준비하다니!!!

이것이 단편이라 더 압축되어 미처 독자들이 추리를 하기도 전에 결말이 난다는 점이 바로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압권이다.

모르간과 오벵은 어떤 인연이 있었던 걸까?

아름답고 인기를 거머쥔 스타 모르간의 실제 삶은 행복한 삶이었을까?

모르는 사람의 유산을 덜컥 상속받은 자의 끝은 어찌되는 것일까?

얼마나 복수심에 불탔으면 이런 계략을 꾸밀 수 있을까?

읽어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이 이야기의 묘미.

공포와 스릴과 짧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얻고 싶다면 강추!

 

 

먼저 당신 마음속에 죄책감이 들기 시작할 거야. 슬그머니.

그리고 그 감정이 당신 속을 갉아먹기 시작할 거야. 서서히.

그러다 벌을 받는 순간이 찾아올 거야.

내가 내리는 벌....

 

 

 

 

 

 

 

 

 

 

사랑스러운 공포

 

 

연쇄살인범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무력해진 남편이 보는 앞에서 그 사람의 아내를 욕보이는 것이었다. 간혹, 그 자리에 불행히도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들까지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다. 막심 에노는 어린아이를 살해한 전력이 있다.

 

 

 


그야말로 물불 안 가리는 살인마가 아이들이 탄 버스에 잠입해 검문소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를 잡아넣은 경력이 있는 형사 얀은 막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자인지를 알고 있기에 불안하다.

마치 자신에게 칼날이 겨눠지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그를 초조하게 만든다.

여섯에서 여덟 살 사이의 아이들은 감각기관에 장애가 있거나 지능 발달이 더딘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을 인솔하는 교사 소니아와 학생의 부모 둘, 레크리에이션 강사 등이 그 차에 타고 있었다.

아이들의 캠핑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때부터 난 인간인 '누군가'가 될 수는 없었지만 괴물 같은 '무언가'가 될 수 있었어.

내가 바로 공포라는 존재란다.

 

 


6년간 정신 병동에 갇혀 있던 사형수 막심은 틈틈이 약을 줄여서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아이들과 인솔자들을 인질로 삼은 그는 그동안 감추고 있던 발톱을 잔뜩 세운 채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조용한 캠핑장에서 벌어질 끔찍한 사건들을 상상하는 막심은 슬며시 발동을 거는 흥분을 만끽한다.

한편 얀은 막심이 아이들을 태운 버스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막심과의 최후 결전을 위해 아내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막심의 손길이 아내에게로 닿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소니아는 운전사 질과 레크리에이션 강사 뤽 두 사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그 둘의 관심을 즐긴다.

둘 다 매력적인 남자들이었고, 소니아는 아이들의 시선보다 자신을 매력적으로 바라봐 줄 남자들의 시선이 그리웠다.

과연 소니아의 매력을 거머쥘 남자는 누구일까?

난 남자가 아니거든. 난 신이야, 신. 너희 인간들이 얌전히 굴면 영생을 보장해 주는 그런 신 말고.... 너희 인간들이 말을 잘 듣거나 말거나 오직 죽음을 보장하는 그런 신! 죽음, 진짜 죽음. 유일하고 결정적인 죽음.

 


 


연쇄살인범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황들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들

인질로 잡힌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

예쁘다는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됐던 아이는 그 말을 한 어른을 사랑하게 된다.

그 작은 사랑이 어루만질 수 있는 감정의 깊이는 어디까지 일까?

보통스러웠던 나날들에 찬물을 끼얹은 거 같은 이야기였다.

단편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이야기에 반전까지.

지에벨의 작품들을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단편집을 잊지 마시길.

사랑스러운 공포보다는 죽음 뒤에에 점수를 담뿍 주고 싶다.

작지만 영특하고, 스릴 만점에 반전의 묘미까지 잔뜩 멋을 부린 단편소설집.

무더운 휴가길에 함께 가기 좋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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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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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

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가 출간되었다.

휴가를 내고 재미슨과 함께 그녀의 언니네 집을 방문한 데커는 그곳에 도착한지 몇 시간도 안 되어 뒷집에서 시체 두 구를 발견한다.

 

 

당신이 또 살인 사건 조사에 휘말리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워싱턴디시에서는 목격자였죠.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 펜실베이니아주에와서는 시신을 두 구나 발견했고요.

 

 

 

 

사건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재미슨과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데커.

목매단 시체와 지하실 입구에서 죽어있었던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

흥건한 피가 누전을 일으킬 정도로 바닥에 흘려 있지만 시체엔 피를 흘릴만한 상처가 없다~

과연 이곳은 사건 현장이 맞는 것인가?

이들이 오기 전 몇 건의 살인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데커.

하지만 담당 형사들은 두 사람을 탐탁지 않아 하고 경계한다.

 

 

 

 


나는 카산드라와 몰리의 살인자를 몇 번이고 다시 잡으려 하고 있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세상에는 늘 살인자들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게 내 세상이다. 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사건이 데커를 따르는 것이냐.

데커가 사건을 따르는 것이냐.

어느 곳에 있던 불가피한 사건을 맡게 되는 데커.

이곳은 재미슨의 언니 엠버가 새로 이사 온 배런빌이다.

배런빌에 새로 지은 물류창고로 승진된 남편을  따라온 엠버와 조이.

이곳은 버려진 도시와 다름없었다. 한때는 찬란했던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자네는 여기 있는 동안 그걸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군. 어쩌면 못 배울 수도 있지만."

"그게 뭐죠?"

"배런빌에 불법인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한때는 석탄과 제조업으로 번성했으나 지금은 마약 소굴로 번성한 배런빌.

그곳엔 높다란 언덕에서 이 도시를 내려다보는 배런 가문의 저택이 우뚝 솟아있다.

도시는 배런 1세의 이름을 따서 배런빌이 되었지만 지독한 구두쇠였던 배런 1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일궈놓았던 산업들은 모조리 망했고, 배런이란 이름은 이 도시에서 저주와도 같은 이름이 되었다.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와 조롱을 한 몸에 받으며 이곳에서 홀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존 배런.

그가 있는 저택의 땅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과거부터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다.

데커가 발견한 시신이 모두 위장 경찰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DEA가 파견된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단서는 존 배런에게로 향하고, 데커와 재미슨은 하마터면 불에 타버릴 뻔한다.

그때의 사고로 데커는 머리에 충격을 받고 그의 공감각과 기억력에 미세한 손상이 생긴다.

저주받은 기억력의 소유자 데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걸까?

데커 자신도 자기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엠버의 남편이 사고로 죽는다.

과연 그의 죽음은 사고일까? 또 다른 살인일까?

이 배런빌에서 과연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나 한걸까?

 

 

 

 


"그러니까 보험 사기, 마약 판매, 그리고 보물을 차지하려고 엉뚱한 사람한테 누명을 씌우기까지. 손바닥만 한 도시에서 이렇게 많은 빌어먹을 일들이 제각기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누군가 데커와 재미슨을 노리고 있고,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감을 잡을 수 없고, 마을은 보험금을 탄 가족들에 의해 조금씩 재건되어 가고 있는 배런빌.

이곳에서 데커는 꼬마 조이를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시간을 갖는다.

딸을 잃은 데커와 아빠를 잃은 조이는 서로의 의지처가 된다.

아마도 데커에게 절대 부족했던 공감능력이 이 배런빌에서 받은 부상으로 조금씩 부활하는 거 같다.

대신 사진처럼 명확했던 기억력에 조금 문제가 생겼고, 공감각도 예전처럼 발휘되지 않는다.

그것이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

 

 

 

 

배런빌은 다른 시골, 교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일굴 수 있었다.데커가 믿는 게 있다면, 바로 인간 영혼의 회복력이었다.

실제로 내가 살아 있는 본보기니까.

 

 

 

 

발다치가 멋진 이야기꾼이라는 건 이 책의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말 믿을 놈 하나 없다! 라는 말이 확인되는 순간 이 배런빌이라는 도시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된다.

한 도시에 오래 묵은 증오와 갈등과 비밀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어디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

중요한 건.

어느 곳이든, 어느 시간대든, 어느 상황이든, 그 모든 걸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인 것이다.

고여서 썩고 있던 웅덩이를 코 막고, 고개 돌리고 외면했던 사람들 사이로

저 웅덩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고약한 냄새를 없앨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끝으로 스스로 자정하기 위해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데커는 인간 영혼의 회복력을 믿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아무리 범죄에 찌들어 있고, 부정부패와 비리에 녹아든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도

어딘가에서 그들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이고

언젠가는 그들에게도 기회와 같은 힘이 생기는 시간이 오게 마련이다.

발다치는 데커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배런빌에서 조차 스스로 살아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야기 속이지만 제2의 배런빌로 거듭날 그 도시의 앞날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에게도 있을 배런빌에도 이런 상처를 극복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조금 더 새로워질 데커를 만나게 될 다음번 이야기를 또다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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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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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간다.

당신이 걸어가는 길을 똑같이 걸으면서 당신이 경험하는 것을 똑같이 경험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고통은 다 같다.

 

 

 

오프라 윈프리가 만난 명사들

그들의 지혜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넓은 판형에

양장본이다.

사진들과 글들이 어우러진 책으로

생각보다 가볍다.

총 10장으로 이루어진 인터뷰집.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는 소중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도 내게는 의미가 깊다. 대부분 산타바바라에 있는 내 집에서 찍은 것으로 나는 이곳에서 신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며 나 자신보다 거대한 모든 것들에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가장 깊이 느낀다.

 

 

 

 

 

 

 

 

9년간 방영되고

에미상 7회 수상에 빛나는 오프라의 최고 토크쇼

슈퍼 소울 선데이를 책으로 엮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지혜를 알아갈 시간이 알차게 느껴진다.

 

그렇군요, 영성이란 더 중요한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이고, 우리의 마음과 몸보다 더 숭고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열망이라는 거군요.

 

 

 

 

 

 

 

이 책은 무엇이다. 라고 정의 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저 한 장씩 읽어가며 내적인 성숙을 다지는데 필요한 말들이 담겨있다고 말 할 수 있을 뿐.

전 세계 현존하는 현인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읽음으로써 중심을 잡기 힘든 이 세상에서 "나" 라는 자아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읽힐 수 있다.

그건 아마도 오프라 자신이 수 많은 명사들과의 만남에서, 자기 자신의 성찰에서 알아낸 것들을 서로 나누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리 앞서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정신력을 읽으며 내 자신을 추려볼 수 있다.

 

 

나 역시 직접 경험해봐서 잘 알고 있다. 뭔가가 가슴에 깊이 와닿으면 그게 마치 진리를 비추는 등불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영성 지도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이제 당신도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영성은 영성을 알아보고 공명한다.

그것이 궁극적인 '아하'의 순간이다.

 

 

 

영성이란 단어의 뜻을 알고자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성은 깨달음의 집합체이니까.

삶, 자연, 세상, 이치등을 깨달아 가다 보면 자연 영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깨달음엔 나이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얻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뭐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쩜 이 책에 있는 모든 이야기가 사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사골국같은 책이다.

오래오래 두고 읽으며,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으며, 자신이 살아낸 인생에서 터득한 경험치 만큼만 알아챌 수 있고, 깊이있게 읽어야 하며, 무언가를 깨닫기 위한 전초전으로 읽어가야 하는 책이다.

무릇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아는 자들이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마치 내가 잘 정제되어진 느낌이 든다.

읽는 동안에도 내 안에 어떤 맑은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도 든다.

지식을 주입시키는 책이 아니다.

건전한 세상살이를 강요하는 책도 아니다.

그저 세상의 이치와

그저 나 자신의 자아를 깨달아가기 위한 여정에 관한 글이다.

그래서 긴 호흡으로 꾸준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복잡한 마음이 산란할 때 어쩌면 이 책이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다.

고통스러운 일속에서 허우적거릴때 어쩌면 이 책이 다른 생각을 심어 줄 수 있다.

마음의 갈피를 하나씩 잡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나를 성숙시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어 읽어가면서 내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눈에 보이지 않고, 스스로 얼만큼 달라졌다고 말 할 수 없고, 남들도 나의 달라진 점을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내 자신은 알게 된다.

아주 조금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나만 아는 비밀로 나의 달라진 점을 갈고 닦아 간다면 어느날 주위 사람들도 나를 다르게 대할 거 같다.

오프라를 믿는 이유는

그녀 자체가 고통과 슬픔과 분노를 이겨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런것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음에 품고 성공한 사람들에게선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오프라를 더 좋아하게 됐다.

끊임없이 자신을 나아가게 하는 힘. 을 지닌 몇 안되는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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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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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국인 정 윤의 첫 장편소설. 안전한 나의 집.

2016년. 굿리스 '올해의 소설'

집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며, 핏줄이 사랑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소설 ㅡ 뉴욕 타임스


저기, 저 여자분....... 알몸인 것 같은데요.


경과 질리안은 아들 이선과 단란하게 살아가고 싶었으나, 현실은 빛 더미에 올라앉아 가지고 있던 집을 팔아야 할 참이다.

부동산 중개인이 그들의 집을 보러 온 날 숲 쪽에서 알몸인 채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여자가 있었다.


 

"아는 분이에요?" 거티가 묻는다.

"경의 어머니인 것 같아요."

여자는 한 손으로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음부를 가렸다. 경은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이 착시 현상이나 거리와 빛이 빚어낸 오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어머니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잔잔할 거 같았던 글은 마치 범죄 스릴러를 능가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릴 때 아버지의 진의 폭력에 맞서지 못했던 어머니 매와 아들 경.

불안에 떨던 아들은 아버지의 폭력이 어머니를 통해 자신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겪으며 어른이 된다.

일찌감치 부모 곁을 떠나 선을 긋고 살았던 경은 부모님과 이웃하게 살면서도 왕래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알몸으로 자신에게 오고 있었다.

아버지 짓이라는 사실에 경은 분노로 치를 떤다.

자신이 아버지의 폭력에 맞서 했던 한 마디가 그의 귀에 울린다.


 

 

 

두 번 다시 어머니를 때렸다간 가는 자기 손에 죽을 줄 알라고 아버지 진을 협박했던 게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의 협박은 꽤 효과적이었다. 진은 매주 한 차례씩 상담 치료를 받았고, 기도 모임과 성경 공부에도 열심히 매달렸다. 지난 십팔년간 그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왔다.

 

 

경찰인 장인과 처남이 지역 경찰과 함께 찾아오고, 경은 그들과 함께 부모님의 집으로 간다.

자신의 아버지를 처단하기 위해서.

경의 예상과는 다르게 부모님의 집은 강도가 들어서 처참하게 짓이겨져 있었고, 아버지 진도 그들에게 맞아 부상이 심했다.

경은 그곳에서 어머니 매와 가정부 마리나가 강도들에게 무차별한 폭력과 함께 강간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정 내 폭력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로 인해 경은 부모님과 그동안 거리를 두고 살았으나 이 범죄로 인해 갑자기 모두가 한 집에서 모여 살게 되었다.

매는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려 한다.

진은 여전히 무뚝뚝하지만 손자 이선에게는 한없는 애정을 드러낸다.

경은 이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없다.

아버지 진에 대한 감정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들은 극복해내게 될까?

그랬다면 이 소설은 가정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범죄 심리 소설이라는 딱지가 붙은 건 다른 것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긴장감을 갖게 만든 이 이야기를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잡은 순간 끝장을 보지 않고서는 책을 덮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지극히 미국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그를 속박하고 있는 지구 반대편에서는 무조건 부모가 우선이다. 아이는 두 번째, 그리고 아내는 맨 마지막. 매와 진은 그를 그렇게 키웠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온 경은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랐으나 가정 내 교육은 그를 완전한 미국인으로 만들지 못했다.

 

경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아웃 사이더였다.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았지만 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경은 아이에게조차도 거리를 두려 한다.

어쩌면 자신의 유전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잔인한 폭력이 언젠가 아들 이선에게 내비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경이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잘 버티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게 같이 있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게 되었다.

팽팽한 긴장감에 읽고 있는 내 신경줄도 덩달아 팽팽해진다. 어디에서 일촉즉발의 사건이 터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아버지를 믿지 못하는 경은 어머니에게 사실을 묻지만 매는 아들에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늘 그렇듯 그들은 완벽하게 자신들의 가정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꾸며놓고 있었다.

경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경멸한다.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들도 지키지 못한 어머니 매.

하지만 남들 눈에 매는 자상하고, 사려 깊고, 안목 높고, 상냥한 사람이고, 아버지 진은 특허권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부자이며 유명 대학의 정교수이다.

아무도 그들 가정의 그늘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당한 만큼 부모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결코 이런 결과를 원했던 게 아니다. 단지 그들이 자신에게 입힌 상처를 똑똑히 봐주기 바랐을 분이다. 무의미한 연극을 더 이어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에게 일어난 불행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는 동안.


 

당신은 절대 변하지 않아. 당신도 알지? 누구도 당신을 막지 않아. 당신이 불행하길 바라는 사람도 없고, 나도, 이선도, 당신 부모도. 원한다면 우리 탓을 해도 좋아.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깨닫게 될 거야.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었다는 것을.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당신의 집착이 이렇게 만들어버렸다는걸!

 


경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불행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 망령과 같은 존재였다. 늘 경의 감정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었다. 행복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그 두려움. 자기 안에 부모님과 같은 모습이 담겨 있을 거 같은 두려움.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불안감.

 

어쩜 경은 아직도 부모의 품을 못 벗어난 어린 어른이 아니었을까?

 

세상에 ,어떡하면 그렇게 미련할 수가 있지? 자네가 백인이든 아시아인이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네. 난 자네가 흑인이었다 해도 상관 없었을 걸세. 자네가 내 딸과 사귀는 게 싫었던 이유는 자네의 더러운 성질 때문이었어. 딸 가진 아버지의 눈엔 다 보이거든. 난 자네를 보자마자 아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바로 알았지. 이 세상 그 무엇도 자네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는 걸 말일세. 아무리 좋은 아내를 품고 있어도, 예쁜 자식과 좋은 집과 좋은 직장이 있다 해도! 남들은 그런 것들을 누리지 못해 안달인데 자네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


가정 내 폭력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사과를 받아도 절대로 회복될 수 없는 기억을 지니게 만든다.

그것이 경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나는 경을 이해하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진정 벗어나지 못한 경이었다.

부모를 닮고 싶지 않은 자식은 닮고 싶지 않아서 더 닮아가는 자식이 될 수도 있고,

부모를 닮고 싶지 않아서 더욱더 노력해서 부모보다 훨씬 나은 부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믿는 사람이다.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경은 어른이었지만 덜 자란 어른이었다.

경은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모든 것은 부모 탓을 하며 살아낸 결과였을 뿐이었다.

불행만이 나의 몫인 것처럼...

진은

1970년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 왔다.

그가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에서 아시아인은 그 한 명뿐이었다.

인종차별과 언어 장벽의 틈바구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했던 진.

그에게 가정은 휴식처이자 스트레스 해소처였다.

잘못된 것 모두를 아내 탓으로 돌렸다.

진 역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었다.

아이가 투정 부리듯 떼쓰듯. 그렇게 매에게 매질을 했던 것이다.

매는

의지했던 남편의 돌발적인 행동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처음엔.

영어를 모르고, 아들과 낯선 곳에 팽개쳐진 그녀에게 날아온 매질은 자신을 산산이 부셔 놓았을 것이다.

그녀에게도 분풀이가 필요했고, 때마침 아들 경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이 달라진 그 18년의 시간 동안 자신을 갈고닦았다.

자신의 안목을 높이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새로운 인생을 위해 막 첫 발을 내디디려고 마음먹었다.

슬프고.

치열하고.

부끄럽고.

고통스럽고.

잔인했고.

안타까웠다.

이토록 궁금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남겨두고 끝나버리는 이야기라니.

첫 소설의 위력이 이 정도라면 이후의 이야기들은 어떤 내공을 지닐 것인지 심히 궁금한 작가다.

아마도

범죄소설을 쓴다면 제대로 뭔가를 보여줄 것만 같은 그런 작가를 만났다.

이보게, 행복이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행복 할 수 있겠나? 하지만 내 말 믿어. 상황은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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