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답게 - 인생은 느슨하게 매일은 성실하게, 개정판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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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나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사고가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자기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잔뜩 썼다. 내가 쓰고 싶은 것들과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것들에 대해 썼다. 진심을 가득 담아 썼다.

 

 

 

 

2016년 첫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30대였던 저자의 일상에 대한 글.

정확하게는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 이야기를 적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객관화해서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다.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이 책엔 그러한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담겼다.

그래서 읽는 즐거움이 있다.

나도 그런 적 있는데.

나도 같은 걸 느꼈는데.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와 같은 공감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같은 시대를 관통해 오면서 저마다의 위치와, 상황과, 형편이 달랐음에도 지나온 과정들은 엇비슷한 우리의 삶.

그 평범한 이야기들을 토해내며서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글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우리의 인생이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다. 그래서 반대로 우리는 나답게, 자신답게 살기를 그토록 바라는 것이리라.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누군가의 딸로 살면서도 나 자신을 찾는 것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글 자취.

온전히 나답게란 제목엔 그런 뜻이 담겨 있는 거 같다.

스스로를 아무 생각 없이 산 사람이라 말하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그녀가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이 많았다면 여행 한 번 못해보고 생각만 하다 말았겠지.

생각이 많았다면 카페 같은 거 해보지도 못하고 생각만 하다 말았겠지.

생각이 많았다면 저지르지 않고 갈망만 하다 말았을 테지.

생각이 많았다면 이런 글도 쓰지 못했겠지.

그녀가 남들 눈엔 무모해 보이는 일을 벌인 것이 고스란히 누군가에겐 간접 경험이 되고, 공감이 되고, 느껴지는 바가 되었다.

그러니 그녀의 생각 없음은 그녀를 위해서도,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내 가방 속 물건들은 해결하지 못한 내 문제들 같다.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그런 문제들말이다. 아마 나는 그 문제들을 다 해결하지 못한 채로 죽게 될 것이다. 죽을 때는 짐을 꾸릴 수 없을 테니 그때는 좀 가볍게 떠날 수 있으려나.

 

냉철한 현실감각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에 환상의 색채를 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30대의 나는 그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아마도 결혼의 유무와 아이의 유무가 가장 컸겠지만 나는 현실감각이 전혀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국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 나이 때에 하지 않은 것은 나이가 들어도 꼭 통과의례를 겪는다는 것.

내가 30대를 지나면서 느꼈던 것이다.

그녀는 나보다 더 다채로운 삶을 살았지만 현실적으로만 살지 않았다.

아마도 환상의 색채를 더할 줄 알았던 그녀의 능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모든 사람이 가슴속에 가난을 품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다정해지고 좀 더 담백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좀 더 인간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웠던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상황을 비슷하게라도 겪어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마 저 말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가난을 품는다는 건 누군가의 고단함을 근본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이라고 꺼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가난을 품지 않은 사람의 말들은 그저 공허할 뿐이니...

다시 말해 완벽한 장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해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장소와 완벽한 시간은 현실에 거의 동시에 존재하기가 어렵다.

어느 하나가 꼭 비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둘 중 하나만 가지고도 맞춰가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인 거 같다.

옆 사람이 뒤처졌을 때는 같이 걸음을 좀 늦추면서 손을 잡아줘야 살 수 있다.

 

이 문장에서 잠시 생각해본다.

뒤처진 사람을 그냥 두고 앞서갔던 시간들에 대해...

오지랖 떨고 싶지 않아서 외면했던 것들이 결국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부메랑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계속 그렇게 외면한 채로 살 수 있을까?

곁을 주지 않을 거 같은 작가의 글엔 곁을 내어준 흔적들이 있다.

날카롭게 잘라 낼 거 같은 작가의 글엔 어느새 보듬어 주는 느낌이 있다.

이기적일 거 같은 작가의 글엔 받는 지도 모르게 받게 되는 배려가 있다.

무엇보다

치장이 없어서 좋다.

그때도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월이라는 무게를 지나왔을 뿐.

온전히 나답게를 읽는 시간 동안 나 역시 나다움에 깊이 빠져 있었다.

내가 원했던 나다움은. 아직 내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나는 나를 갈고닦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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