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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괴 도감 101
잭 데이비슨 지음, 강은정 옮김, 최준란 감수 / 공명 / 2026년 3월
평점 :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중 <미시야마 변조 괴담 시리즈>를 읽으며 많은 요괴들을 만났습니다.
머릿속에 그려지거나 다른 경로로 보게 된 요괴는 '갓파' 가 유일하고, 나머지는 그저 상상에 불과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었네요^^
<일본 요괴 도감 101>엔 일본 요괴 101종에 대한 이야기와 문헌 속 삽화 205점이 담겨있어요.
그러나 이 책을 지은이는 일본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이 부러워졌어요.
우리나라 귀신들도 이렇게 관심 가지고 연구해서 도감이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최근에 읽은 '미시마야 시리즈'에 나온 요괴들을 이 책에서 찾아봤습니다.
아이를 잃고 산후우울증에 걸린 여자가 시집살이와 외도를 밥 먹듯 하는 남편을 원망하는 염원이 고양이 신에게 닿아 시어머니와 남편이 고양이 괴물로 변해버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코무스메에 대해 읽으며 그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네코무스메는 고양이의 저주에 걸려 태어난 여자로 반은 고양이고 반은 사람인 고양이 딸입니다. 인간으로 변한 동물과 관계를 맺어 태어난 게 아닌 저주나 마법에 걸려 태어난 요괴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갓파''도 등장하는데요. 이 갓파는 연못의 수호신 같은 존재로 나옵니다. 너무 어려서 자신의 마을을 지키지 못한 갓파는 100년 후 또다시 나타난 악당들이 자신의 마을을 헤아려 하자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소탕합니다.
요괴라고 해서 인간에게 해만 끼치지는 않습니다. 갓파처럼 인간의 수호신 같은 존재도 있습니다.
누케쿠비는 머리가 분리되는 여성입니다.
산속 마을에 시집온 부잣집 딸은 요물입니다. 마을의 모든 남자를 섭렵해버리죠.
결국 마을 사람들에 의해 머리가 잘리지만 그 잘린 머리가 불길을 피해 도망간 두 모녀를 쫓아옵니다.
머리만 쫓아오는 게 엄청 소름 끼치면서 저럴 수 있나? 했었는데 누케쿠비라는 요괴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네요.
그러고 보니 미미여사는 에도시리즈에 요괴들을 자주 등장시키는데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서 저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누레온나로 불리는 뱀 여인과 조로구모로 불리는 거미 여인은 모두 아이를 미끼로 남자를 홀린다는 게 흥미롭네요.
보로보로톤으로 불리는 건 살인 이불인데요, 버려지고 찢어진 데 분노한 요괴는 갑자기 몸을 뒤집어 위에 있는 사람을 내동댕이치고 목을 감아 졸라 죽인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 요괴는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에 깃들어 있죠.
미미 여사의 에도시리즈를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이 요괴 도감을 보면서 채워지는 경험을 했네요.
생소한 요괴들의 기원과 그들의 행동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들을 알고 나니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타로의 <야시>를 읽으며 '백귀야행'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세계가 어떤 건지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일본에 왜 그렇게 괴담이 넘쳐나는지도 알 거 같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직관적이고 생생한 요괴 일러스트를 볼 수 있음과 동시에 그들의 기원과 행동양식도 함께 알 수 있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요괴나 일본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상상 속 요괴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요괴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 인간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죠.
그게 슬픔이든, 공포든, 원한이든, 분노든 고통받은 인간이 만들어 낸 처절한 울분입니다.
그동안 제가 읽었던 일본 소설들 속에서 함께 했던 요괴들에 대한 이해를 하고 나니 일본인들의 삶이 평안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도 평안하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그들의 역사는 섬나라의 고독과 공포가 함께 하는 것이기에 사방팔방 모든 것에 생명을 깃들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요괴가 그들을 지켜주고, 벌주는 모습은 힘없는 백성들이 만들어낸 울분 같아서 짠해집니다.
일본 괴담이나 기담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필독서입니다.
다양한 그림들에서 눈을 뗄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