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유난히 센 날이면 한강 물결도 거칠다. 순종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강너울을 푸아 뱉어낸다. 먹구름이 잔뜩 껴 물조차 검어보이는 길을 걷던 내 눈에 누군가가 매우 밝은 조명으로 시커먼 강가를 비추는 것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영영 못 찾겠구나."라는 문장을 조립했다. 물 위로 무엇이라도 떨구면 곧 저 멀리 헤엄쳐 가버릴 정도였다. 찾기를 포기한 듯 빛의 깜박임은 곧 무기력해졌고, 나도 시선을 거두었다. 수면에서 물살인지, 불은 살점인지 구분치 못할 무엇인가를 보기라도 할까 비겁하게 두려워 하며 그곳을 벗어났다.
예전에 동호대교에서 시작해, 동호대교로 돌아온 짧은 산책을 한 적 있다. 가기 전에는 없던 새로운 광경이 있었다. 원래 한강을 거니노라면 자전거를 타는 점들과 걷거나 뛰는 선들을 빼고는 그닥 바뀌는 배경이라곤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구급차가 서있었고, 저 머지 않은데도 아득한 강가에 하얀 천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중히 덮어놓은 무엇인가가 뉘어져 있었다. 얼굴을 보이지 않고 모자만 차분히 눌러쓴 남자 두 명이 곁에 적장자들처럼 서있었다. 죽은 것과 산 것의 차이는 바로 이 지표면 한 장의 차이였다. 나는 지금 위에서 걷고 있지만, 언제 저 아래 누워 하얀 천을 덮고 시퍼렇게 웃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2015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