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물 붓기를 바라는 소년 같은 화분에게

말캉한 피붓가를 치나친 온갖 의미없는 존재들은

어제오늘 지나간 한 결의 바람소리와 다르지 않고

그는 내일, 그 다음 내일도 볼 태양의 얼굴 같은 그녀만 기다린다


어느덧 알아버렸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알아야만 했던

언제나 사랑은 손가락 안에서 스챠버린 매끈한 잉어 비늘

남아버린 것은 잡으려는 욕망, 휘발될 간절함, 곧 이을 절망 뿐

현실은 무너져버린 집터, 그러니 남은 색분토로 그녀의 얼굴을 그려 짓는다


그리운 그녀의 얼굴이 어제 본 그 햇살과 같았는지 기억은 희미하고,

어떻게 용케 건네받은 냄새 어린 손수건 조각만 콧자락에 있어

지치지도 않고 이름과, 향과, 눈방울을 떠올리며 미소 짓고

다시 만나 서로의 목에 주름진 붉은 입술을 비빌 날만을 꿈꾼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도 이미 많은 것을 보았으니,

잘랑이며 시리운 물가조차 곧 미지근해지고

은근하게 데워진 불가조차 곧 잿만 남으리


차라리 아예 영원히 어긋난 길을 걷는 게 나을 것이라

이번의 사랑은 다른 여자와는 다르게 그 끝조차 보지 않기를,

그만의 사랑은 다른 경우와는 다르게 그 시작도 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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