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강한 국가 예찬
p78-79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 모두 (여기서 자유주의 혁신가들을 의미) 시장을 민주주의적 요구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강한 국가'의 필요성을 이론화함으로써 그 출발부터 신자유주의와 권위주의를 연결시켰다. 그렇다면 강한 국가란 정확히 무엇이며, 그것을 규정하는 특징은 무엇일까? ...
따라서 강한 국가의 일반적인 목표는 무엇보다 정치가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부정negative의 임무들이 도출된다. 사회국가를 해체하고, 사회적 이익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 것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시장의 효과적인 기능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억제해야 한다. 국가와 경제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긍정positive의 임무도 있다. 시장의 올바른 기능을 보장하고 일탈을 제재하는 국가의 기능으로, 뤼스토프가 말한 '시장 경찰'의 임무이다.
즉, 한마디로 말하면, 신자유주의자들이 꿈꾸는 강한 국가라 함은 시장주의라는 제 1원칙을 실천하는 데 있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권력의 힘을 집중시켜내는 든든한 존재인 것이다. 나처럼 부정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신자유주의의 강한 국가는 장자가 한 말처럼 큰 도둑은 나라를 훔쳐도 칭찬받는, 큰 깡패 정도 될 것이다.
p80
신자유주의의 강한 국가 옹호에 자양분을 제공한 건 다름 아닌 법학자이자 철학자인 카를 슈미트였다. 슈미트는 국가가 '경제를 탈정치화'하기 위해 사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방향을 지향하는 정치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시 말해 사회정의에 대한 요구와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가 취하는 조처들로부터 시장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1932년 7월, 슈미트는 바이마르 공화국을 대중의 민주주의적 요구에 굴복한 '약한 국가'라고 비판한다.
p82
그러나 슈미트가 소망한 국가는 나치나 파시스트 국가가 아니며, 중세의 동업조합 시스템에 기초한 국가도 아니다. 슈미트가 보기에 나치즘과 공산주의라는 이중의 위험으로부터 독일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 체제는 대통령 중심의 국가다.
p87-88
이렇게 현실 민주주의가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이에크는 '디마키Demarchy'라는 말로 정치 시스템을 정의하고자 했다. 하이에크는 공적 행동의 제한 원칙에 기초한 이 개념이 '지속적인 남용으로 오염된' 민주주의 개념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야만적 힘'의 사용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크라틴Kratein을 어원으로 한다는 사실 자체가 '민주주의Democracy'의 근원적 약점이다. 반면 아르케인archein과 데모스demos가 합쳐진 말인 디마키는 '규칙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 '디마키'는 원칙적으로 오로지 일반 규칙만을 따르며 일시적인 다수파의 독단에 휘달리지 않는다. 디마키는 특정 집단에 '특혜'를 주거나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모든 조처를 금지한다.
P89
그들에 따르면 사적 권리 와 시장 질서 등 근본 가치를 수호 하기 위해 제출된 의견들만이 수용 가능하며, 그 외 모든 입장, 특히 평등과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주장은 자유와 시장에적적인 입장으로 간주하여 이성적인 토론 의 공간에서 추방 해야 한다. 엘리트주의적 민주주의에 자리를 둘러싼 경쟁, 즉 정치 집단들 간의 대립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싸움은 어디까지나 시장 질서의 경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따라서 이러한 질서를 위협하는 반대자들에 대한 해결책을 고려해야 하고, 민주주의적 다원성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P93
질서 자유주의 자들의 경제관은 계획 경제에 기울어 있던 나치의 전시 경제체제에 반영 되지는 못했지만, 나치 정권은 일을 전후 평화 시기 의 모델로 고려 했다. 나치의 법학자 에른스트 루돌프 후버는 질서 자유주의로부터 ‘시장 경찰’이라는 개념을 도출 했다. 이는 나치 에 복종 하는 자유에 대한 정확한 정의였다. “질서 자유 주의는 국가가 삶에 행사 하는 법이 안정된 경제 의 존속을 위한 강제적인 규범이라는 것을 인정 한다. 그러나 질서 자유주의의 자유는 가장 고결한 의미의 자유다. 국가와 맺는 약속이 속박과 강제에 의하지 않고 자발적인 복종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서술 하는 흐름을 계속 쫓다 보면 많은 것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특히 이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상품을 사고 소유하고 누리는 그 권리들이 지금 우리 시대에는 너무나 기초적인 인간의 자유나 권리의 측면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즉 이 책에 따르면 신 자유주의 들이란 이전 자유주의들과는 다르게 인간의 소유 할 권리가 국가로부터 강력하게 보호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독재도 선호 한다는 것이다.
아니, 특히 독재를 선호한다는 것이 문제적이다, 왜냐하면 다른 이것저것 자유로운 사상, 사회주의적사상과 같이 돈을 아끼거나 돈을 같이 모아서 쓴다라는 개념 자체는 공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우호적으로 생각해야 할 유일한 사상이란 인간 개인이 물건들을 소유하고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추기 위하여 과감하게 경쟁에 참가 하고 투쟁 해야 한다는 사상 그 자체를, 그것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nstagram과 같은 곳에서 혹은 TikTok 같은 곳에서 수만은 쇼츠로 우리가 도파민 분비를 즉각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 새로운 문화 상에서는 수많은 선택들이 오가는 중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해택을 누리고 있는지 이미지 화하여 보여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시대의 기술조차도 신자유주의적인 기능과 궁합이 딱 맞아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그러한 기쁨을 전시 하기에 충분 한, 한때는 옛날 귀족들만 가능했던 작품 전시가 이제는 일반 평민들 아니, 돈이 많은 새로운 신흥 귀족들에게 (혹은 워너비들) 전시 할 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이 된 것이다.
p101
미제스가 말한 폭력은 막스 베버가 말한 국가가 독점하는 합법적인 물리적 폭력과는 무관하며, 사회의 민주적 요구에 대항하여 시장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폭력이라는 의미로서 난폭성, 더 나아가 '브루털리즘(brutalisme)'에 가깝다.
마지막 인용은 국가의 폭력이 합법화, 정당화되는 방식으로서의 의미보다는 하나의 체제가치만을 위해 수호하는 난폭하고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의미로서의 사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저자와 같이 신자유주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아닌, 긍정적인 지지자들이라면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