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2020년 UCB 봄학기에 가서 선생과 함께 읽은 것들에 대한 짧은 리뷰 글을 영어로 썼던 글을 다시 내가 한글로 번역한 글이다. 한글로 번역할 때 그 뜻을 쉽게 알아먹기 위해 조금 다듬었다. 읽기 자료들의 주제는 후기 분석철학 Post-analytic Philosophy이였다.
우리가 경험을 하기 전에 아 프리오리적 지식 (선험지식이라 하겠다) 이란 것들은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이번 주의 읽기 자료들을 관통한다. 콰인의 경우 그는 분석명제와 종합명제 사이를 흐트리고 환원주의의 단점을 지적함으로써 선험지식의 가능성을 비판하였다. 그의 목적은 두 가지의 독단이 없는 실용주의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콰인, 20) 하지만 나는 수학처럼 난공불략으로 여겨지는 지식들이 엄연히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순전한 분석명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콰인이 수정에서 자유로운 진술은 없다고 주장할 때 (콰인, 43) 나는 우리가 보기에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학적 지식을 수정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글에는 없는 것이지만 글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예를 들자면, 1+1=2 이라는 수학적 지식을 수정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퓨트넘이 콰인을 반박하는 부분은 나의 질문과 맥을 같이 하는데 퓨트넘은 선험지식이 존재함을 증명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퓨트넘은 수학조차 수정 가능하다는 콰인의 주장을 요약한 (퓨트넘, 432) 다음, 만약 누군가가 모든 진술은 사실이면서 동시에 거짓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선험지식이라고 주장하는데 (퓨트넘, 435) 그는 이것을 Absolutely Inconsistent Rule (A.I.R) 완벽히 모순된 규칙이라고 부른다. 즉, 퓨트넘은 그 누구도 모든 진술이 참이면서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누군가가 이 세상의 모든 진술은 참이면서 거짓입니다! 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분명 잘못된 말이고 경험할 필요도 없이 선험적으로 알 수 있는 지식이지 않겠느냐, 이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퓨트넘의 진술에서 찾은 문제는 이성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관한 것인데, 이 이성이라는 것은 완벽히 모순된 규칙을 선험적으로 부정하도록 만드는 무엇이다. (우리가 이성을 이용해 생각해보면 완벽히 모순된 규칙은 완벽히 모순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퓨트넘을 직접적으로 인용하자면, 그는 “온전히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완벽히 모순된 규칙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고, 지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퓨트넘, 438) 그의 말이 맞다면, 이 온전히 이성적인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만약 이 온전히 이성적인 사람이 어떤 것은 받아들일 만하고, 어떤 것은 받아들일 만하지 않다고 지각 있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비트겐슈타인의 게임 이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언어라는 것이 “규칙에 의해 주재되는 행동양식의 공간 (오닐, 14)” 안에서 배워지는 자의적인 문법의 총체라면, 이것이야말로 퓨트넘이 설명하는 이성이라는 말인가? 이런 경우에라면 이성이라는 개념은 선험지식이라기보다는 무엇이 이성적이고 아닌지를 말해줄 수 있는 언어규칙에 불과하지 않느냐 이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선험지식이 존재하느냐 아니냐라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미궁에 있다.
Reference:
O'Neill, M. (2001). Explaining 'the hardness of the logical must': Wittgenstein on grammar, arbitrariness and logical necessity.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24(1), 1-29.
Putnam, H. (1979). Analyticity and Apriority: Beyond Wittgenstein and Quine. Midwest Studies In Philosophy, 4(1), 423-441.
Quine, W. (1980). From a logical point of view: 9 logico-philosophical essays (2d ed., rev. ed.).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