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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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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현재의 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지금이다!




                                                '현재'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같이 받는

                                                 소중한 선물에 감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펜서 존슨의 '선물(The Present)' 中에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지었다는 베스트 셀러 작가, 스펜서 존슨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건 꽤나 힘겨운 일이었다. 이런 류의 교훈적인 메세지를 워낙 싫어할 뿐더러, 그다지 감흥을 느낄만한 그 무엇이 내 마음 속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요즘 많이 팔리는 책들, 예를 들어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라든가,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같은 일련의 책들은 굉장히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삶의 방향을 찾는 목동과 그 과정을 보여주는 단순한 우화에 퍽 희망적이고 의욕적인 메세지를 섞어 넣는 식의 이야기 구조 말이다. 쉽고, 간단하고, 예측 가능하며, ‘텔레토비’처럼 다분히 한 방향의 반복으로 치닫는 그 표어들을 따라가노라면, 마치 금방이라도 삶의 해답을 얻어낼 수 있을 것처럼 충동질을 해대는데,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뭐, 개인적으로 ‘연금술사’나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가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기억하긴 하지만) 무엇인가에 바쁘고 쫓기고 더 다양하게 살아온 것 같은 현대인에게 예전부터 철학자들이 수차례 말해오던 'NOW AND HERE'의 단순한 도용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기는 하다. 무수한 해답 속에서 정작 간단하고도 중요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하며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이만한 요점정리 사전도 없을테니 말이다.   (200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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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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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흐릿한 시야 저쪽 몇 십미터 앞에 놓여있을 그것, 아니 어쩌면 겨우 몇 미터 에 불과할지도 모르는데...머리 속을 온통 뿌옇게 가려놓은 눅눅한 잡념들을 거둬내며 다시 거리를 가늠해 본다. 찾아내기만 하면, 그게 무엇이든 찾아내기만 하면 오직 하나밖에 모르는 우둔함이 가쁜 숨 몰아 쉴 틈도 없이, 다른 곳 돌아볼 여유도 없이 과녁판 정 중앙만을 향해 활시위를  당길 텐데... 때때로 아무런 변화도 없는 내 삶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이었음 하고 바래본다. 끝 닿은 절박함은 절실한 필요성을 낳기 마련이니까...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어떻게 할 수조차 없어' 집을 나간 스트릭랜드(서머셋 모옴, [달과 6펜스])처럼 죽을 것만 같은 강렬한 힘이 이끄는 그 무엇에 대책없이 사로 잡히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나만의 객기였을까.

그들을 놓지 않고 오직 한 가지 방향으로만 돌진하게 하는 그 광기는 차라리 행복이다. 무엇을 향해 시위를 당겨야 하는지도 모른 채 끝없이 새로운 과녁을 찾아 번민하기보다, 그리고 그 번민조차 감당하지 못해 현실적인 타협에 손 내밀어 종이장보다 얇디 얇은 삶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김득신,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변명하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확신에 기대려 하지 않았고, 우왕좌왕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을 지킬 뿐이었다. 용변을 보기도 잊고, 밥 먹기도 잊고, 가족도 잊으며 그는 이미 자신이 수천 번도 더 읽었을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재능이 없어도 가난에 찌들려도 그는 미칠 수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없이 행복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글쎄, 하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머니의 약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영양실조와 폐병으로 세상을 등진 누이를 두고도 굽히지 않았던 그의 올곧음은 과연 행복한 것이었을까?

하지만...... '차라리 백리 걸음 힘들더라도/굽은 나무 아래선 쉴 수가 없고/비록 사흘은 굶을지언정/기우숙한 쑥은 먹을 수 없었던' 이덕무의 삶엔 수긍하기 어려우면서도, 내쳐 비판할 수도 없는 치열한 무엇이 있다. 스스로를 '간서치(책만 읽는 멍청이)'라고 할만큼 책을 사랑하여 '풍열로 눈병에 걸려 눈을 뜰 수 없는 중에서도 책을 읽어야만 했던 그'였지만 그토록 아끼던 책을 팔아 밥을 지어먹고 '맹자가 몸소 밥을 지어 먹여주더라'며 껄껄 웃어야 했을 그의 삶을 어떻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다고 해서 시쳇말로 밥이 나오는 것도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그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천명으로 여겼다 했다. 스트릭랜드가 그랬던 것처럼, 김득신이 그랬던 것처럼 결코 저버릴 수 없었던 자신으로부터의 부름이었을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보아주지 않아도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진실이었을 것이다.

여러 날을 가까운 벗에게 염치불구하고 돈을 꿔달라면서도 '안회처럼 가난한 삶을 즐기며 벼슬하지 않아 무릎 굽힐 일 없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는 연암과 같은 용기가 내게는 없나보다. 허나 한낱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음을 오히려 위안으로 삼으로 현실과 끊임없이 타협할 여지라도 있음에 안도하는 삶이 지루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사무치게 고독하더라도 미지근하고 싱겁기만 한 삶에서 벗어나 가끔이 뜨거워질 그 무엇인가를 꿈꾸는 것, 내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질 긴장감을 기대하는 것, 그것이 팍팍한 일상 속에서 내가 숨쉬는 한 가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조금쯤 비겁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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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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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문구에 나오는 "내츄럴"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더 비싼 돈을 지불하기를 마다 않으며, 그것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이 더 자랑스러운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정말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한다는 것은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며, 문화센터의 웰빙 강좌 따위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이 깨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숲과 산에도 생명이 있음을 알기에 영혼이 빠져나간 마른 통나무만을 땔감으로 사용하는 체로키 인디언족의 생활방식은 그런 얄팍하고 상업적인 자연스러움이 아니다. 누구나 필요한만큼만 가져야 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체로키족의 생활방식이다. 

때문에 그들은...
자기가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남의 것을 빼앗고, 전쟁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질없는지를 잘 알고 있다.그들의 삶은 불편하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으며애써 꾸며낼 필요가 없는 자기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순간순간 살아있음의 가치를 깨달으며 그 모든 것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며 살아간다.

그래서....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에도

 "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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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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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반 고흐 그림은 가짜요."

때로는 밝혀지지 않아도 좋은 사실이 있다. 때로는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편이 그저....마음 편할 때도 있는 법이다.'길잡이의 전설'(미하엘엔데)에 나오는 스승 투토 에니엔테의 말처럼 "사람들은 차라리 속는 것을 원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진품에 대한 S의 완벽한 결벽증은 결국 진실을 찾지 못한 자의 완벽한 결핍증이기도 하다. 하긴 사람은 누구나 그 무엇을 간절하게 찾아나서기 마련이다. 답도 없는 그 무엇을 향해서 말이다. 어쨌든 S의 진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고 산 바레타의 그림을 한낱 휴지 조각으로 만들기에 이른다. 이미 그것이 진품이든 진품이 아니든 그냥 속는 편이 좋았을 바레타의 바람을 무참하게 짓밟으며..... 순간, S는 알았어야 했다. 자신에게 되돌아 올 진실의 화살이 자신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는 걸. 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진품 중의 진품인 그의 젊고 고운 아내가 바로 가짜로 만들어진 모조품이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코가 그랬다는 것이긴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선 S는 그의 진품에 대한 지나친 열망쪽을 택한다. 모조품은 가차없이 버리는 대신 허망한 진실을 택한 것이다. 고통스런 진실과 행복한 거짓.....................하얀 거짓말도 용서할 수 없다는 관계의 방식을 고집해 온 나의 신념도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다. 정말. 

 

 

로맹가리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중에서 '가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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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양장)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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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종교적인 집안의 이단아로 20여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결코 그 종교적 굴레를 벗어나지도, 벗어날 수도 없었다.

                         "광신도 집안"이라 자조섞인 어투로 불러오던 그 집안의
                         어쩔 수 없는 일원으로 "역시" 나도 별 수 없다는 진단을
                         스스로에게 내리며 늘 패배적인 감정에 젖어야만 했다. 

                         어쨌거나 난 여전히 패배적이긴 해도 지극히 종교적인 날라리로,
                         종교적 메세지나 종교적 이야기 따위를 너무도 싫어해왔다.
                         그게 베스트 셀러류의 것이라면 더더욱.

                        "로마 교황청에 한 가지 보고가 들어왔다" 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내가 읽은 부류의 소설은 아니었던 것이다

                       ......
                 
                       포르투칼의 예수회에서 일본에 파견한 신심 깊은 한 주교의 충격적인
                       배교 소식을 들은 그의 제자들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 저명한 주교는 '구멍 매달기'라는 고문을 받고 배교를
                       결심했다고 전해졌는데, '구멍 매달기'라는 고문의 실체는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고문이 혹독하다고 해도 그가 배교를
                       했다는 것만큼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랬다. 그 고문이 그냥 혹독한 것이기만 했다면.

                       이상하게도 사람의 신념이란 어려움에 처하면 처할 수록, 
                       위기와 고난에 부딪히면 부딪힐 수록 더욱 강해지는 법이니까.
                       그럴 수록 자신을 지키고 신념을 지켜낼 힘은 샘솟는 법이다.

                       그러나 다케나카 우네메라는 일본 행정관이 고안한 
                       일명 '구멍 매달기'라는 이 고문은 그들의 신념을 지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어떤 직접적이며 육체적인 고문도 없었지만,
                       신의 존재 자체를 회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사랑을 의심하고 부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고문은 충분히 효과적이었고, 충분히 혹독했다.

                       ......

                       빠른 속도감과 긴장을 늦추지 않는 필체..
                       그리고 지극히 종교적이며, 지극히 종교적이지 않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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