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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당신의 반 고흐 그림은 가짜요."
때로는 밝혀지지 않아도 좋은 사실이 있다. 때로는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편이 그저....마음 편할 때도 있는 법이다.'길잡이의 전설'(미하엘엔데)에 나오는 스승 투토 에니엔테의 말처럼 "사람들은 차라리 속는 것을 원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진품에 대한 S의 완벽한 결벽증은 결국 진실을 찾지 못한 자의 완벽한 결핍증이기도 하다. 하긴 사람은 누구나 그 무엇을 간절하게 찾아나서기 마련이다. 답도 없는 그 무엇을 향해서 말이다. 어쨌든 S의 진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고 산 바레타의 그림을 한낱 휴지 조각으로 만들기에 이른다. 이미 그것이 진품이든 진품이 아니든 그냥 속는 편이 좋았을 바레타의 바람을 무참하게 짓밟으며..... 순간, S는 알았어야 했다. 자신에게 되돌아 올 진실의 화살이 자신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는 걸. 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진품 중의 진품인 그의 젊고 고운 아내가 바로 가짜로 만들어진 모조품이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코가 그랬다는 것이긴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선 S는 그의 진품에 대한 지나친 열망쪽을 택한다. 모조품은 가차없이 버리는 대신 허망한 진실을 택한 것이다. 고통스런 진실과 행복한 거짓.....................하얀 거짓말도 용서할 수 없다는 관계의 방식을 고집해 온 나의 신념도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다. 정말.
로맹가리 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중에서 '가짜'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