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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그날은 해가 뜨거웠다. 열이 오른 나의 4살배기 아들을 택시에 태워 병원으로 가던 길이었다.
너무 힘들었던 나의 조그마한 아들은 택시 안에서 그만 토하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얼굴을 하얗게 질려서 울음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이제 6개월된 갓난쟁이를 가슴에 안고서도 어쩔 수 없어 병원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를 먼저 인도에 올려놓았다. 계속, 열이 오른 얼굴이 더 벌개지도록, 뜨거운 태양 아래서 울기를 멈추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죄송하다 인사를 하고, 내리려 하던차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나를 잡는다. 아주 험악하고 불편한 얼굴로.
차를 다 버렸다며 세차비를 요구하신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그리고 병원을 가야된다는 급한 마음에 만원을 드렸다. 내가 너무 편하게만 생각한 걸까? 아저씨가 돈을 받지 않고 만원을 더 요구하셨다. 지갑엔 돈이 없었다. 간신히 병원비 될만큼 딱 4천원만 남았다. 아저씨께 이것밖에 없다며 사정하며 만 사천원을 내밀었다. 아이가...열이 올라 계속 울고 있었다. 가슴에 안긴 갓난쟁이도 울기 시작했다.
...참 독한 아저씨. 요지부동이다. 돈도 받지 않고, 우리를 놔주지도 않는다.
결국, 차 안을 내가 다 닦고 나서야 돈을 받고 유유히 사라지는 택시.
특별한 진단없이 다시 토하면 병원 뛰어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온 길, 아이가 다시 토하기 시작했다. 택시를 잡아 탈 용기가 없었다.
불경기. 나와 아이 둘 모두가 아파도 친절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서로 각박한 불경기..그래, 불경기때문이다...
그 뜨거운 한 낮의 태양을 견디며 2km를 걸었다. 토하다 걷다...주저 앉는 놈 일으켜가며 동네에 도착했다. 사람 없는 아파트 뒷길로 택시기사 아저씨의 불친절에 서럽게 울며 울며 횡단보도를 건너니 서점이 보였다. 한손에 아이를 잡고, 가슴엔 갓난쟁이 안고, 눈은 벌겋게 부어서 서점에 들어가니 살 책은 이 한권 밖에 없었다.
내 울음을 위로 받으려고 산 책이다. 참으로 비겁한 이유였다. 원래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비참한 이야기에 위로를 받는, 살짝 비겁한 마음이 조금씩은 있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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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틀 지나고...
택시 기사 아저씨의 불친절을 무용담정도로 기억할 수 있는 담담함이 생겼을때, 난 책을 다 읽었다.
마지막페이지에 웃고, 울고 하면서 책을 덮고 나니-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열정이란 참으로 맑은 것이구나...하는 혼잣말이 나왔다.
슬프지 않은 책이다. 비통하지도 않은 책이다.
단지. 단지. 그래, 그냥 단지.
책 홍보문구에 "시한부 인생의 교수가" 쓴 책이라고 되어있을 뿐.
책 속에서 시한부는 쓸쓸하게도, 미련남는 한으로도, 가족을 남기는 한스러움으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장의 사진과 문장을 읽었을 때...
폭포같은 눈물이 쏟아졌는지도 모르겠다.
랜디 포시 교수는 .... 7월 25일 오전 4시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