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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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닌 욕망 중 집착과 질투라는 자의식은 목적이 이루어지더라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열병과도 같다.

배고픔이라는 갈증처럼 ‘미련’이라는 욕구는 자신이 지켜왔던 인간적인 품위나 자존심마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면서도 결국 공허한 허기짐으로 고통스러워 할 뿐이다.

단지 그 고통을 뱀파이어처럼 타인에게 전위시키지 않는다는 조건만 지킬 수 있다면 적당한 집착과 질투는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에노르가 그의 작품 <집착>(문학동네)에서 보여 주듯이 집착이라는 욕망은 결국 “무슨 대가를 치루더라도 진실과 행복을 얻기 위한” 잠시 동안의 모색일 뿐이다.

떠나버린 남자의 환영과 그의 새로운 여인에게 품게 되는 막연한 질투심은 문득 잠에서 깼을 때 떠오르는 희미한 꿈처럼, 어느 날 갑자기 무의미해 질수도 있는 법이다.

집착과 질투가 그 사람을 잊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말 한다면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적당한 고통은 삶의 면역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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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꼬마 인디언
루터 스탠딩 베어 지음, 배윤진 옮김 / 갈라파고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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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의 이름에는 가족의 역사를 상징하는 뜻이 담겨 있다. ‘우뚝 선 곰’이나 ‘(적을)많이 죽인 자’ 혹은 ‘깃털 만드는 자’처럼 기릴 만한 행위나 사건으로 자녀의 이름을 지음으로써, 그 일이 가족과 부족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도록 했다.

자신을 상처를 돌보지 않고 적과 대적한 ‘우뚝선 곰’은 <숲 속의 꼬마 인디언>(갈라파고스)의 저자인 수우족 추장 ‘스탠딩 베어’의 아버지 이름이었다. 그가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기 전까지 겪었던 어린 시절의 생활에서 우리는 영화로만 보아오던 ‘인디언’이라는 역사와 만나게 된다.

들소를 잡아 가죽을 벗기는 법에서부터 신성한 주술사의 신비로움 경험, 그리고 백인의 지배 아래 모든 인디언의 ‘역사’가 바뀌는 일 등을 통해 사라진 시대와 접목하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자연을 통해 호흡하는 법을 배웠으며 그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또한 수우족 남자들은 언제나 용감해야 한다고 배웠으며, 그 용기란 바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베풀 자세가 되어있거나 모든 사람을 똑같이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그들의 용기는 자연을 살펴보며 그 순리에 순응하는 지혜에서 비롯되었다. 자연이 황폐해지는 만큼 우리의 지혜와 용기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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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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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나비처럼 전철을 향해 몸을 던진 한 외국인 청년의 뉴스 장면이 계기가 되어 쓴 <나마스테>(한겨레신문사)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 땅에 살고 있는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인공이다. 이 책은 연하의 네팔 청년과 사랑에 빠진 ‘신우’라는 여성을 통해 우리 안에 내재된 편협과 차별을 고발하고 있다.

‘나마스테’는 네팔말로 안녕하세요, 건강하세요, 행복 해지세요 등의 광범위한 뜻을 가진 말이다. “만남의 의미이자 사람과 사람사이에 아름다운 다리를 놓는 소통의 시작이 그 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는 것은, 같은 ‘피부’ ‘민족’ ‘부’라는 여건을 지닐 때에 비로소 가능한가 보다.

작가 박범신이 이야기 하듯 우리는 “너무 독종이 되어 신으로 가는 길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도 우리 자신의 삶을 구원할 수 없는 참혹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으며, 불과 30년 전의 ‘아메라카 드림’을 꿈꾸며 설움을 겪었던 그 때의 모습을 '태연히’ 잊고 살고 있는 ‘과거를 망각한’ 사람들이다.

주인공 ‘신우’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간절하기만 하다. ‘업’이라는 뜻의 ‘카르마’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삶은 고통의 순간이지만, 그녀처럼 삶의 틈에서 밝게 빛나는 향을 발견했을 때 ‘세상은 화안’해지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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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희망 공부 - 바보가 될 뻔한 천재 소년
히키 루나 지음, 양윤옥 옮김 / 행복한책가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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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희망공부>(행복한책가게)의 주인공 12살 히키 루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아이다. 중증 뇌 장애아로 양쪽 눈의 수정체까지 잃은 루나는 그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친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하지만 여느 아이와는 달리, 루나는 깊은 통찰력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아직 몸을 움직이는 일이 매우 고통스럽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내겐 큰 기쁨입니다. 하지만 배우는 것은 고통스럽지도 않고 내게 큰 기쁨을 안겨 줍니다.”

그의 ‘배움’이 놀라운 이유는 사물을 빠르게 이해하는 흡수력에도 있지만, 그 ‘이해’를 표현하는 방식이 성숙 하다는데 있다. 12살의 아이, 더구나 말과 행동이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결점을 지닌 루나의 ‘인생은 이렇게 살아 갈 때 비로써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라는 질책은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충고다.

보이지 않는 세상을 어둠 속에서 천천히 응시하며 관찰하는 루나처럼 이 ‘작은 꼬마 관찰자’의 일상을 쫒아 잠시 눈을 감아 보는 것도 삶을 음미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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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이이지마 나츠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너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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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지마 나츠키의 소설 <천국에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이너북)의 두드러진 특징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백 퍼센트 소설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특성상 작가의 개입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 그의 이력을 살펴 본 후 이 소설을 읽는 다면 그가 체험했던 삶과 소설의 내용이 마치 ‘샴 쌍둥이’처럼 얽혀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준이치는 암 병동에서 ‘편지가게 heaven'을 운영하는 레지던트다. 전에 근무하던 미용실 직원들과 여행을 갔을 때 윈드서핑 레슨을 받던 나츠코에게 반해 불쑥 아이를 갖게 만든 쌍둥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장인의 반강제적인 강요로 의사의 길에 들어 선 그는 환자들의 편지를 대필 해주며 그들의 마음속에 감춰진 아픔을 공유한다.

소설 속 준이치의 편지가계를 찾아오는 환자들처럼 실제로 이이지마는 ‘암’환자다. 2004년 6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았고 그는 우연히 접한 집필 활동으로 생의 보람을 찾고 있다. 또한 일본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8년간 월드컵에 출전한 윈드서퍼다. 그가 지금의 부인을 어떻게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츠코를 만났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암과 투병 중인 그의 심정이 소설 속 여러 인물들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찾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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