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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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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건 잊어먹지 않나요?
그래. 기억하고 싶은 건 잊고 잊어버리고 싶은 건 기억하지.-17쪽

열렬하게 신을 말하던 사람들이 이 길에는 이제 없다. 그들은 사라졌고 나는 남았다. 그들이 사라지면서 세계도 가져갔다. 질문: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달의 어둠. 이제 밤은 약간 덜 검을 뿐이다. 낮이면 추방당한 태양은 등불을 들고 슾러하는 어머니처럼 지구주위를 돈다.


-39쪽

반쯤 산 제물로바쳐저 옷에서 연기를 피우며 새벽 보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자살에 실패한 종파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도우러 오겠지. 일년이 지나지 않아 산마루에 불이 붙었으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성가를 읊조렸다. 살해당한 사람들의 비명. 낮이면 길을 따라 말뚝에 박혀 죽은 자들. 이들이 무슨 짓을 했을까? 세상의 역사에는 죄보다 벌이 더 많았을지도 모근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자는 거기에서 약간의 위로를 받는다. -40쪽

길에 나선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늘 길에 있었고. 한군데 머물 수가 없거든.
어떻게 살아가십니까?
그냥 사는 거지 뭐. 나는 이런일이 올 줄 알았소.
올 줄 알았다고요?
그렇소. 이런 일이나 이와 비슷한 일이. 늘 그럴 거라고 믿었지.
그래서 준비를 좀 하셨습니까?
아니, 무슨 준비를 하겠소?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늘 내일을 준비했지. 하지만 난 그런건 안 믿었소. 내일은 그런 사름들을 위해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어.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
그런 것 같군요.
설사 당신이 뭐 해야 할지 안다 해도 막상 닥치면 어째야 할지 모를 거요. 그렇게 하고 싶은지 아닌지 알지 못할 거란 말이오.-191쪽

저 아이가 신이라고 하면 어쩔겁니까?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난 이제 그런 건 다 넘어섰소. 오래 있었거든.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신도 살 수가 없소. 당신도 알게 될 거요. 혼자인 게 낫소. 그래서 당신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오. 마지막 신과 함께 길을 떠돈다는 건 끔찍한 일일테니까. 그래서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거요. 모두가 사라지면 좀 나아지겠지.
사라질까요?
틀림없이 사라질꺼요.
그럼 누구에게 나아진다는 겁니까?
모두에게
모두에게
그럼 우리 모두가 나아질 거요. 모두 더 편하게 숨을 쉬겠지.
그걸 알게되니 좋군요.
그렇고말고. 마침내 우리가 모두 사라지면 여기에는 죽음 말고 아무도 없을 거고 죽음도 얼마 가지 못할 거요. 죽음이 길에 나서도 할 일이 없겠지. 어떻게 해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죽음은 이럴 거요. 다들 어디로 갔지? 그렇게 될 걸. 그게 뭐가 문제요?-196쪽

네, 하지만 이야기는 행복해야 하잖아요.
꼭 그럴 필요는 없어.
아빠는 언제나 행복한 이야기만 해주시잖아요.
너한테는 행복한 이야기가 없니?
우리가 사는 거하고 비슷해요.
하지만 내 이야기는 안 그렇고.
네, 아빠 이야기는 안그래요.
남자는 소년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사는 게 아주 안 좋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는 그래도 우리가 아직 여기에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린 아직 여기 있잖아.
그래요.
넌 그게 별로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구나.
괜찮죠. 뭐-303쪽

이제 우린 뭘 하죠, 아빠? 소년이 할 말을 남자가 대신했다.
그래요 우린 뭐죠 소년이 우물거렸다.-311쪽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란걸 어떻게 알수 있죠?
알 수 없지. 그냥 운에 맡겨야지 뭐.-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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