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05년 4월
절판


9

"공부하세요?'
여인이 말한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삼각의자에 묶어둔 책 한권을 꺼내 읽고 있었다.

...

"서양책인가요? 어려운것이 씌어 있네요."
"월요."
그럼 뭐가 씌었나요?"
"글쎄요. 사실은 나도 잘 몰라요."
"호호호. 그래도 공부잖아요?"-121쪽

"공부가 아닙니다. 그저 책상에 이렇게 딱 펴놓고, 편곳을 적당히 읽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재미있나요?"
"그게 재미있습니다."
"왜요?"
"왜라니요. 소설 따윈 그렇게 읽는 것이 재밌답니다."

...-122쪽

"맞습니다. 화가니까, 소설 따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디를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당신하고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이곳에 머무르고 있들 동안은 매일 얘기를 하고 싶을 정도지요. 차라리 당신한테 반해도 좋아요. 그러면 더 재미있지. 그러나 아무리 반해도 당신과 부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반해서 부부가 될 필요가 있을 동안에는,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읽을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몰인정하게 반하는 사람이 화가군요."
몰인정이 아니지요. 반하는 방법이 몰인정하다는 겁니다. 소설을 몰인정으로 읽으니까, 줄거리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렇게 제비를 뽑듯이 집히는 대로 펴서, 나오는 데서부터 멍하니 읽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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