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화가니까, 소설 따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디를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당신하고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이곳에 머무르고 있들 동안은 매일 얘기를 하고 싶을 정도지요. 차라리 당신한테 반해도 좋아요. 그러면 더 재미있지. 그러나 아무리 반해도 당신과 부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반해서 부부가 될 필요가 있을 동안에는,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읽을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몰인정하게 반하는 사람이 화가군요."
몰인정이 아니지요. 반하는 방법이 몰인정하다는 겁니다. 소설을 몰인정으로 읽으니까, 줄거리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렇게 제비를 뽑듯이 집히는 대로 펴서, 나오는 데서부터 멍하니 읽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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