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이어 쓰기 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첫 번째 타자로 나서지요.

남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다들 카시오니, 시티즌이니 뭐다뭐다해서 전자시계를 팔찌처럼 차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저도 무척이나 시계가 갖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상 그리고 가풍이 다소 인색하여 연령대에 적합한 물품이란 따로 있다는 인식때 이 팽배한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예를 들어 시계 같은 물품은 중학생 이상이어야만 필요하고, 초등학생이 겉멋으로 차고 다닐 그런 물건이 아니란 그런 인식말이죠.

그 무렵 전자시계는 요새 애들이 핸드폰 없으면 따 당할 위협에 처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유행품이자 동년배를 표시하는 '지표 상품'이기도 했던 거지요. 결국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삼촌이 어디서 구해오셨는지 세이코 중고 시계를 선물받았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까지는 마른 편이었기 때문에 손목도 가늘고 했어요.(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삼촌이 선물해준 세이코 시계는 당시 유행하던 카시오 전사시계와는 완전히 다른 시계였습니다. 이른바 아날로그 시계로, 전자식 아날로그 시계도 아니고 손목을 흔들면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그래서 두툼한 바디와 큼지막한 베셀이 달린 그런 완전한 수동시계였습니다.

약간의 과장을 덧붙이자면 ... 수갑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묵직하여 손목에 생채기를 낼지도 모를 그런 험상궂은 녀석이었지요. 게다가 이 녀석이 지닌 기능이라곤 초침, 분침, 시침에 날짜만 조그만 창에 표시되는 단순한 녀석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카시오 시계는 스톱워치 기능에 다른 나라의 시간을 알려주고, 심지어는 전자계산기가 달린 녀석도 있었고, 자체 발광 기능이 달린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아이들 프로그램에 즐겨 등장하는 지구방위대 5용사들이나 차고 다닐 법한 비밀병기, 변신도구와 흡사해 보였습니다.

* 상기 물품은 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결국 몇날 며칠을 징징대는 조카 녀석 때문에 그 시계는 삼촌이 회수해가고, 저는 카시오 손목 시계를 하나 얻어 갖게 되었습니다. 한참 그 시계를 들고 괜히 아이들 앞에서 시간 봐주고, 별 장난 다 치다가 언제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안 나게 잃어버렸는데요.

얼마전 삼촌 댁에 갔다가 예전의 그 세이코 시계를 발견하고 보니 정말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고... 한참 고급시계를 팽개치고, 요새 같으면 동네문방구에서도 파는 시계를 좋다고 차고 다녔던 거지요. 그 녀석은 지금도 멀쩡하게 잘 가던데 말입니다. 이번 추석 때 발견하게 되면 몰래 차고 올려고요. "줬던 걸 다시 뺏어가는 경우가 어딨어요."하면서...



* 상기 물품은 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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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09-2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제 첫 시계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선물해 주셨는데....바톤, 제가 받아갈게요.^^

하이드 2006-09-2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쭉 시계 안 차는데~

바람구두 2006-09-2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야 하이드님은 어리니까...
어른들이 시계를 안 사준 거라고요. 캬캬캬
진/우맘님의 이야기를 기다릴께요. 흐흐

물만두 2006-09-2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계라... 참 오랜만에 생각하게 됩니다.

바람구두 2006-09-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쓰시죠. 만도 성님~ 흐흐.

urblue 2006-09-2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이런 걸 다 기억한단 말이죠?

바람구두 2006-09-2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그댄 기억 못하나보네...
흐흐, 사랑에 빠지면 치매도 더디오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