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사실 화이트데이라고 집사람에게 뭔가 챙겨 선물해줘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어제는 서재에도 그 난리를 쳐 놨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게 되었다.
관리감독차원에서 가끔 남편이 다니는 서재와 홈페이지 게시판 정도는 들여다 봐주는 센스.
그걸 본인은 극구 센스라고 우기기 때문(엄밀히 말하면 감시하는 거다.)...
하여간 그런데 지금 대학원 학기초라... 교수님들이랑 강의 끝나고 술 한 잔의 꼬득임이 무척 강하다.
이거 또 교수님들 관리 안해주면 학점 전선에 이상 생길 수 있다는 거,
원생들은 누구나 다 안다.
아, 그래도 오늘 화이트데이인데 집에 가다 제과점이라도 들려서 사탕 봉다리라도 하나 사들고 가려면
일찍 나서야 되는데 하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 날따라 주당 멤버들 다 어디간겨...
결국 11시30분까지 붙잡혀 있다가 부랴부랴 집으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고, 다시 24시간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사탕 한 봉지 사가지고
집에 들어갔더니 12시가 쬐끔 넘어버렸다.
문 안 열어준다.
하는 수 없이 열쇠로 문 열고 들어갔는데, 어부인께서 안 주무신다.
나 : "음, 좀 자두지... 내일 출근 해야하잔..."
부인 : "너 같음 잠이 오니, 남들은 화이트데이다 뭐다해서 사탕바구니 들고 집에 일찍 들어오는데... 넌 12시 넘겼으니까 외박이야."
(날아오는 쿠션을 살짝 맞아주는 센스)
나 : "헉, 사탕 사오느라..."
(잽싸게 준비해간 사탕 봉지를 내민다)
부인 : "그런 건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그리고 이게 뭐야. 난 사탕보다 초콜릿이 더 좋다구."
(내가 봐도 좀 싸보이긴 한다는 미안함)
나 : "음.... 말 없이 담배만 뻑뻑..."
(속으로는 그래도 쫓아내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냐...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