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3월의 아침...
일본 만화를 보면 설녀가 찾아와 눈 속을 헤매는 나그네의 마음을 빼앗아간다고 하던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설녀의 치맛자락이 도로를 휩쓰는 동안
저는 그 아름다움에 취해서 차가 갈짓자로 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길바닥 이리저리 쓸려가는 눈과 바람의 묘한 향연에 넋을 잃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갑자기 앞으로 가던 차들에 연이어 비상등이 켜지고
저는 깜짝놀라 브레이크를 밟다가 차가 조금 밀리는 걸 느끼고
슬쩍 옆으로 빠졌습니다.
다행히도 제 차는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
앞서 가던 다른 차들은 줄지어 사고가...
맨 앞의 RV차량이 중앙 분리대를 구십도 각도로 들이받았더군요.
출근하는 길에 잠시 설녀에 취해 있었습니다.
비록 저도 사고 당할 뻔하긴 했지만 그 위험을 모면한 직후엔 다시 길과 바람과 눈이 빚어내는
묘한 정취에 또다시 취하는 걸 보면... 참, 저란 인간은 구제불능입니다.
결국 지각하고 말았지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