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쯤 전 나의 10년 넘은 아방이(아반떼)가 갑자기 열받아 서 버렸다. 2006년 12월식 19만 km를 넘기고, 20만km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내가 요즘 딴차에 눈독 들이고 있는 걸 알아서 토라진 탓인지 엔진온도 게이지가 위험수위로 급상승해버리더니 급기야는 냉각수가 펄펄 끓는 상황까지 가버렸다. 

예전에도 한 번 그런 문제로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차를 급히 세우고, 엔진 열을 식혀 간신히 공업사까지 끌고 갔더니 견적이 한 오십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당장 그만한 돈이 없어서 며칠 있다가 차를 수리했다. 파워벨트를 비롯해서 벨트 3개 모두 갈고, 워터펌프와 섬머스타트, 부동액을 갈았다. 그런데 수리받고 바로 다음 날, 곧바로 같은 증상이 반복되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공업사에 가져다 맡기고 왜 그런 증상이 반복되는지 물었다. 공업사 아저씨, 머리를 긁적이다가 놓고 가보라고 해서 맡겼다. 아저씨가 장담하면서 차를 다시 가져왔다. 

라지에이터 사이에 비닐봉지며, 종이 판지 같은 것들이 끼어 있어서 아마 그랬던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삼복 더위에 차가 세 번이나 과열되어서 중간중간에 세 번이나 차를 세웠다. 에어컨을 켤 수 없는 상황이라 찜통 같은 차 안에서 땀은 비오듯 흐르고, 창을 열면 곁의 다른 차들이 뿜어대는 열기에 숨 막히고, 창을 닫으면 차 안의 공기에 질식사 할 것 같았다. 

그런 더위를 뚫고 나는 어디에 가려고 했던 걸까?
나는 잠시 숨통을 트이고 싶었던 건데, 결국 숨막히는 하루를 보냈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혔다. 
차도, 사람도 함께 늙기 위해서는 겪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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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9-08-1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문 닫힌 차안에 있을 바람구두님을 잠시 생각하니 저도 그 더위가 느껴지네요.
벨트 3개에 워터펌프와 섬머스타트라니..정말 억 하는 가격이 나왔겠네요. 저 같은 경우는 차 상태가 좀 심각하다 싶으면 자동차 공장 a/s로 가요. 일반 공업사보다는 공임이 좀 더 나오지만 그래도 같은차만 매일 보는 사람들이라 좀 낫지 않을까 해서요.
저도 엑셀을 10년정도 썼는데 기계식 주차장에 넣어놓았는데 기계가 고장나면서 다른 차가 떨어져서 사망 했었어요. 갑자기 차를 그렇게 보내니 어이가 없더군요.
날씨가 더워지니 사람이나 차나 모두 조심해야 되나 봅니다.
여름이 지나면 아방이도 좀 기운을 차릴 거에요.^^

바람구두 2009-08-18 13:13   좋아요 0 | URL
결국 냉각기(라지에이터)까지 교체했어요. 정말... 흑흑

누미 2009-08-1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치과의자에 누워있을 때
늙어가면서 이쯤은 치러주는 게 예의일 거라는
생각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아픔과 공포를 달랩니다.

바람구두 2009-08-18 13:14   좋아요 0 | URL
^^;;;
아직 몸까지 맛이 가면 안 되죠.
그나저나 실업수당은 잘 타고 있어요?
그 놈의 비정규직 법안이 생사람 잡는군요.

어느멋진날 2009-08-1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제 차랑 똑같아요~~ㅎㅎ 저도 아반떼인데요,, 벌써 13이 되었네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타고 다녔는데 대학교 들어오면서 엄마한테 물려받았거든요,,
근데 이제 수명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아빠 표현대로 하자면 '겔겔' 거려요,, 내년쯤엔 새 차를 사야 할 것 같은데
10년 넘게 탄 차와 이별할 생각을 하면 슬프네요,,,그래도 제차 나이에 비해 동안이에요,,ㅋ

바람구두 2009-08-18 13:14   좋아요 0 | URL
흐흐, 우리도 요즘 신형 아방이 광고처럼 큰 무대에서 연수 오래된 녀석들로 춤 한 번 춰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

드팀전 2009-08-17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가 지지난주에 그랬다. 아침에 운전하면서 이 차도 앞으로 2-3년쯤 더 지나면 작별해야하나...미리 폐차를 생각해보다 괜히 마음이 짠하고...뭐 이런 생각을 했는데....그날 낮 잠시 바깥에 나갔다 왔더니 주차장 아저씨가 '본네트에서 연기나요' 그러더라고...'어이쿠..이 친구가 아침에 내 맘 속 소리를 들었나 싶었다..나는 그래도 큰 건은 아니어서 5만원정도로 끝냈다.

바람구두 2009-08-18 13:15   좋아요 0 | URL
ㅋㅋㅋ
5만원으로 끝내?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을 거다. 흐흐
냉각수 틈틈이 살펴보고 다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