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란 "세상 모든 것에 절망하면서도 그것에 희망을 거는 행위"라고 정의해 왔다. MB정부의 출범 이후 글쟁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 중 하나는 '허공에 대고 못질 하는 기분' 일 것이다.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은 금세라도 절망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매일 꾸역꾸역 남의 글을 읽고, 생각하고, 나의 글을 쓴다. 솔직히 청탁받아 글을 쓰는 것보다 비록 무르익지 못하고 설익은 생각일지라도 내 생각을 그때그때 적어나가는 일이 더욱 즐겁고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엊그제, 일 때문에 과거 내 홈페이지의 주요한 망명자 중 한 사람이었던 사람을 만나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그가 던져준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얻어 원고 하나를 쓸 수 있었다. 아마 내일이면 신문에 나올 것이다. 나는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무엇보다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인간들이 엮여서 만들어낸 관계에 대한 호기심, 애정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물론 인문학에 대한 관심,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호기심이나 애정의 표현 방식을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시 말해 서재의 댓글 기능을 모두가 활용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싶은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어쩐지 댓글 기능이 중지된 서재에는 가고 싶지 않다. 유비의 행방을 알고 찾아가기 위해 조조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러 간 관우 앞에 내걸린 '피객패(避客牌)'처럼 서재의 주인, 글쓴이가 소통을 거부하는 느낌이 들어 머뭇거리게 된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서재의 댓글 기능은 중지시켜 두고, 다른 메타블로그에는 똑같은 글을 동시에 게재하는 경우도 있다. 태그나 기타 여러 가지 다른 기능들은 활용하면서도 이곳의 댓글 기능만을 중지시켜 두는 모습 앞에선 머리를 긁적이며 문 앞에서 돌아서는 관우의 난감함이 있다.
나역시도 그리 친절한 사람은 아니라서 내가 호기심이 있는 사람, 오랜 시간 왕래가 있어서 친분이 쌓인 사람의 서재를 즐겨 찾는 편이고, 그런 과정에서 호감이 반감되어 더이상 찾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생겨났다. 하지만 내 서재를 찾는 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한다는 즐거움, 그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상실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나 감동적인 페이퍼, 배울 것이 있고, 뭔가 한 마디를 건네고 싶은 사람의 서재에 댓글 기능이 없을 때 나는 MB정부와의 소통 실패보다는 덜 하겠지만 심정적으로는 더 막막해진다. (드팀전이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엊그제 그람시에 대해 올린 글 잘 읽었는데 댓글을 막아두니 참견을 할 수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