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0분 토론을 새벽 2시까지 모두 보았는데, 주제는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개정을 놓고 교과서 개정(악) 측 패널로 국회의원 신지호와 교과부 실무국장이 나왔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간만에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피가 끓었다. 아마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로 그 자리에 나온 교수님도 그런 모양이었다. 손이 부들부들 아니 바들바들 떨더라만... 옛말에 변절한 빨갱이가 고등형사보다 더 무섭다고 하는데 신지호가 딱 그런 모양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벌이고 할 수 있는지 신지호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많았던 386 민주화 세대 국회의원들은 지난 10년간 무슨 일을 한 거냐?
두려웠거나 무능한 탓이다. 하긴 두려움을 딛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도 무능의 범주에 들어갈 일이긴 하다.
어제 100분 토론을 보며 느낀 것 중 첫 번째는 위에서 말한 내용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신지호가 대중을 상대로 어떻게 쇼(show)를 해야하는지 잘 아는 자라는 것이고(다만 그 방식이 참말로 파시즘적이라는 거), 다른 하나는 공무원(테크노크라트)을 상대로 토론할 때, 교수 혹은 학자, 지식인은 부처님 손바닥이란 거다. 정부가 아무리 개혁의지를 가지고 일을 진행하려 한다고 해도 공무원 사회의 지지와 변화 없이는 '조삼모사'하는 꼴 밖에 안 될 거라는 걸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