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새벽 2시 30분경, 서울 시청 부근에서 함민복 시인이 경찰에게 곤봉과 방패로 구타당했습니다. 머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맞아, 관자놀이를 비롯해 머리 전체가 부어오르고 피멍이 들었다고 합니다. 당일 검사 시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현재 두통이 있으며, 병원에 다시 가볼 것이라고 합니다.

가까운 지인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함민복 시인은 촛불집회 내내 강화도 전등사 앞에서 광화문까지 출근을 했습니다. 아침까지 명박산성 바라보며 전경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스크림도 나누어주고 그랬답니다. 서울 광장 앞 잔디밭에 앉아 “자기가 죽어서 나라가 바로 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고 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형하는 선배가 별로 없습니다만, 함민복 시인에게만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누구나가 형이라 부릅니다. 민복형, 민복형하고 부르면 그렇게 부르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대개 제가 아는 한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 자신이 쓰는 시보다 아름다운 인간은 별로 없는 편이지만 민복이형은 제가 아는 한 거의 유일하게 자신이 쓰는 시보다 인간이 더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정말, 정말 다치면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이미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일들로 이미 다쳐온 사람이기에 더 이상 다쳐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 소식을 들으니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7월 5일(토)을 또 한 번 대규모 촛불집회의 날로 잡고 있습니다. 저도 이 날 다시 나갈 것입니다. 혹시 저 멀리 흰 바탕에 붉은 색 X자 마크가 그려진 깃발을 보시거든 그 밑에 저도 있다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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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8-07-0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봬요.

라주미힌 2008-07-0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탕에 붉은 색 X자 마크...
옆에 거구의 아저씨를 뵈면 인사드리지요 ㅎㅎㅎ

땡땡 2008-07-0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쯧. 특히나 험했던 날 나가 계셨군요. 쾌차하시길 빕니다.
낼 보십시다요. (천상 내가 찾아가겠구만 -_-;)

비로그인 2008-07-0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시인인데ㅠ.ㅠ

2008-07-04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7-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민복 시인~~ 큰일이 없어야 할텐데요. 머리에 충격이 오면 후유증이 더 무섭잖아요.ㅜㅜ

로쟈 2008-07-04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자식들은 시도 안 읽나 보군요...

픽팍 2008-07-1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