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가을 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이곳도 11월이 꽤나 적적합니다. 한 편으론 꽤나 착잡한 심정이 드는 11월입니다. 20년 전의 절망이 어쩌면 이렇게 반복되는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오랫동안 냉소로 허비하는 일을 반복하는 바보가 되긴 싫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지난 20년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라면 지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친구가 제게 '척후병' 같다고 하더군요. 남들이 미처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먼저 살펴보러 떠난 척후병... 척후병이 앞서 가서 위험을 경고하더라도 사령관이 그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병사들은 고스란히 위험 속으로 빠져들테고, 그 말을 받아들여 위험을 비껴간다면 그 공은 척후병보다는 온전히 사령관의 몫입니다. 대중사회란 어떤 의미에서는 대중 각자가 척후병이자 동시에 사령관인 시절입니다. 각자가 스스로를 책임지는 시대란 거죠.

최근 역사드라마가 유행이지만 척후병과 전령의 역할은 언제나 엑스트라들, 조연에도 해당하지 못하는 연기자들의 몫입니다. 때때로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저역시 그렇게 해오지 않았는지 생각하며 빙긋 웃습니다. 답답한 시절에 답답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지만, 오래전 친구도 만났고, 또 그간 살아오며 쌓은 제 나름의 내공도 있고 하니 다가오는 반동의 시절 역시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이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내일부터 3박4일간 해외로 출장갑니다. 홍콩, 심천, 광저우로 220명의 사람들을 인솔하고 떠나는 공항, 항만 시찰입니다. 아마 무척이나 재미없는 출장길이 될 것 같습니다. 잡지 마감 진행 중인데 편집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어 혼자 그 자리를 감당해야 할 제 후배에겐 짧은 시간이지만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녀와서 첫날은 노독을 풀어야겠지만 그 다음날엔 이주노동자들의 문화축제에 가서 사진을 좀 찍어주기로 했습니다. 부천에서 행사가 있다는데, 대학원에서 만난 시민단체 활동가 친구가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아마 거기에 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2주 동안 밀려있는 4편의 원고를 마감해주고, 제가 만드는 잡지도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거기에 제가 속한 단체에서 11월엔 대선후보들의 초청토론회도 진행하게 됩니다. 권영길, 이명박, 정동영 세 사람을 불러 공약사항을 점검해보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지역민들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자리가 될 듯 합니다.

제가 다녀온 뒤 이곳에 제가 미처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글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가진 것 없는 자들은 몸이 재산이고, 건강이 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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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11-0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이나 재미없겠지만, 포식은 하실 듯하네요. 중국요리로.^^

비연 2007-11-0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날이 추운데 거긴 어떨런지. 님 말씀처럼 건강 조심하시구요^^

프레이야 2007-11-0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항, 항만 시찰요? 안녕히 다녀오세요. ^^
척후병이자 사령관으로서도요~

마노아 2007-11-0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쌰으쌰! 잘 다녀오셔요. 여기서도 건강히 잘 있겠습니다!!

2007-11-10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