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없어!”
죄민수의 말대로 제가 바람구두님을 즐찾하는 데는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예컨대 제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 봅시다.
대체 거기에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제가 왜 이러는지 나중에 생각을 해보고, 나름의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게 바로 사랑이겠지요.
예를 들어 봅시다.
첫째, 그녀는 너무 예쁘고 <--다른 사람 눈엔 별로 안 예쁩니다. 좋아하니까 예뻐보이는 거죠.
둘째, 그녀는 나와 문학을 더불어 논할 수 있다 <--근데 만나면 문학은 안논하고 맨날 술만 마시고 음침한 곳만 가려고 하잖아.
셋째, 그녀는 나보다 열두살이 어리다 <--- 열 다섯 살 어린 여자가 나타나면 그리로 갈래? 그전에 열세살 연하랑은 왜 헤어졌는데?
넷째, 그녀는 몸매도 이상적이다 <---키도 작고, 다리도 안긴데? 너 다닐 때 맨날 여자 다리만 보더니 안목이 겨우 그거야?
제가 대는 모든 이유들은 이렇듯 여지없이 반박당하기 마련입니다.
그 이유란 것들이 다 억지로 만들어낸 이유기 때문이죠.
전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 거지, 이유가 있어서 사랑한 건 아닙니다.
바람구두님 서재를 왜 즐찾했는지 전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바람구두님 서재를 즐찾하는 건 제 숙명이었어요”라고 말하면 멋져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아닙니다.
제가 그래 스물넷에서 활동했다면, 제 숙명을 거부한 게 되나요.
구두님 서재를 즐찾 안할 이유는 오히려 많습니다.
첫째, 메피님보다 유머가 부족하다. 요즘은 가수도 웃겨야 하는 시대지 않습니까.
둘째, 글 읽다보면 기가 죽는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기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셋째, 난해한 책을 위주로 리뷰를 쓴다 (이건 제 선입견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해해 주십시오. 전 부리잖습니까). 원래 인터넷서점이 책을 통한 소통인데, 너무 어려운 책들만 골라 읽으심으로써 저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계십니다. 리뷰 전체보기를 해보니 처음 나오는 리뷰가 ‘문화유물론의 이론적 전개’군요. 소통이 어렵다는 걸 제목만 읽어도 알겠어요.
넷째, 추천을 다 쓸어간다. 사람이 하루 할 수 있는 추천의 총량은 일정하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즉 한 사람이 추천을 왕창 가져가면, 저같은 사람에게 돌아올 추천은 거의 없습니다. 나눔의 미덕 같은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글만 썼다면 추천을 와장창 쓸어가시는 님의 존재는 안그래도 어려운 살림을 더 궁핍하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제가 즐찾을 하는 거, 그게 더 대단하지 않습니까? 혹시 님이 “즐찾한 분들, 좋은 말로 할 때 즐찾 빼라”고 하셨을 때, 마지막까지 즐찾을 안뺀 한명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저일 것입니다. “안빼면 채찍으로 때리겠다”고 협박해도 전 님의 채찍을 기꺼이 맞으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