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문학이 베스트셀러를 휩쓰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신간소설도 한국이나 미국 쪽보다 일본 쪽이 더 각광받고, 홍보도 더 많이 되는 듯하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책이 몇 권 있었는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도 그 중 한 권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에 쏟아지는 호평들은 너무 과장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취향이라는 것이 원래 다 제각각이니 이 책에 높은 평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낮은 평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20명이 넘어가는 인원이 평을 하면 대체적으로 책의 분위기나 장점 단점이 보이는 법이다. 그런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분명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호평일색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모리미 토미히코가 "이사카 코타로를 이을 차세대 작가"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개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퍼즐식 구성만 되어 있으면 다 이사카 코타로인가? 둘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이사카 코타로는 "어쩐지 믿고 싶어지는" 기적을 이야기하는 데 비해 모리미 토미히코는 "절대로 믿지 않을" 환상을 이야기한다. 이 둘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전자가 어쩌면 현실에서 있을 법하다고 기대하게 만든다면, 후자는 결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판타지를 즐기게 하는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 팬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문구다.

 게다가 일본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시각적으로 구성하기 매우 힘든 장면들이 많아 읽는 내내 "영화화되서 보면 편하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교토가 배경이어서 그런가? 환상적이긴 한데 일본틱하게 환상적이다. 열심히 쓴 작가에게는 정말 미안하게도, 전혀 공감도 안 가고 재미도 없는 환상이었다.

 책은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만 구입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사지 않고 빌려 읽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내용은 몰라도 표지와 제목 하나는 딱 내 취향이라 하마터면 살 뻔했는데... 혹시 표지와 제목에 혹해서 구입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단 한 챕터만이라도 읽고 분위기를 파악한 뒤에 살 것을 권한다. 많은 분들이 책의 분위기에 만족하시는 듯한데, 나와 같이 안 맞는 분들도 있을 게 분명하므로.

 뱀발)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나온 저자의 다른 책을 보니 작가소개에 <밤은 짧으니 아가씨여 걸어라>로 제목이 번역되어 있다. 맙소사.. 번역의 중요성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 하우스 Full House 2부 1 (일반판) - 새로운 이야기
원수연 지음 / 애니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태어나서 가장 처음 접한 만화가 <풀하우스> 그리고 <꽃보다남자>였다. 거의 순정만화의 양대산맥으로 불릴만한 만화들로 입문을 한 셈인데, 당시에는 그런 것을 몰랐으므로 '만화라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다른 만화들을 읽어나가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만.

 어쨌든 <풀하우스>는 한국 작가가 그렸음에도 굉장히 미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나면서, 또한 로맨틱 코미디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만화이기도 하다. 물론 순정만화에는 빠질 수 없는 왕자님과의 환상적인 사랑도 있다. 예쁘지는 않지만 지적인 여성 엘리의 매력도도 만만찮았다.

 그렇게 고이고이 간직한 나의 첫사랑 <풀하우스> 2부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괜히 2부 나왔다 1부의 추억까지 망치는 거 아냐? 하는 소심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나오자마자 팬들에게 엄청난 혹평을 받은 2부는 한동안 집을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을 하고 2부를 펼친 순간, 난 할 말을 잊었다. 그림체는 확실히 1부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이게 뭐란 말인가? 이거 진짜 원수연 작가 본인이 그린 것이 맞는가? 아니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말도 안 되면서 유치뽕짝인 만화를 풀하우스 2부랍시고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건 팬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다!

 ...정말 할 말이 없다. <꽃보다남자>가 갈수록 내용을 억지로 늘리려 무리수를 둘 때 느꼈던 바로 그 심정을 2부를 보면서 느꼈다. 1권 한 권에서도 내용이 이렇게 막장인데, 나머지 권들은.. 상상하기도 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시모토 바나나. 아~주 오래전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키친>과 <도마뱀>을 읽고 난 후에 다시는 돌아보지도 않았던 작가이다.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세계를 그리고 있어, 굳이 읽고 괜히 읽었다며 투덜댈 바에야 그저 안 읽는 게 장떙이다 싶어서다. 하지만 일본소설 열풍을 타고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칭송받고 있는 그녀의 책을 외면하고 있자니 왠지 내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그런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 어릴 때 읽어서 분명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을 거라고 나를 다독이며 도서관에서 뽑아든 <불륜과 남미>는 아주 분명하게 가르쳐주었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만큼이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 싫다. 맘에 안 든다. 내 취향이 아니다.

 가끔 일본 여류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어째서 불륜이라는 소재를 이렇듯 담담하게 풀어내는 걸까? 왜 소설 속 그녀들은 다들 남의 남자와 불륜을 하는 그녀가 되어버리는 걸까. 그것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느끼는 외로움이 좋은 소재가 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면, 나는 이들 여류작가들이 더더욱 싫어질 것 같다. 

 불륜을 하는 사람에게 꼭 '나쁜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은 게 아니다. 때때로, 아주 손꼽을 정도겠지만 진실한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당히 서로가 없어도 상관없으면서 그런 관계를 아름다운 척 청초한 척 그리는 일은 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간만에 <웨하스 의자>만큼이나 읽기 싫은 소설이었다. 이제 요시모토 바나나는 접어야지. 아무리 잘나가는 작가라도 나랑 안맞으면 말짱 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작가들을 보고 있으면 다작(多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100% 전권 다 마음에 드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작가를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건 별로야, 하는 소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었다. 너무 많은 작품을 내놓다 보니 작품 수준을 고르게 내는 것이 힘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이시다 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그의 감각적인 문체나 산뜻하고도 쿨한 캐릭터가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별로다. 그건 내가 단편소설집 <I love you>에서 작가의 다른 단편 '마법의 버튼'을 먼저 만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슬로 굿바이>에 나오는 이야기와 '마법의 버튼'은 너무 비슷해서 우려먹기라는 인상을 주니까.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이별을 한다. 그리고 다시 사랑을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별거인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정말 이 세상에는 사람들 수만큼이나 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뿐이다.

 일본 연애소설 특유의 특징 그대로 사랑과 이별에 대해 담담하고도 애틋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본식 연애소설이 넘쳐나는 요즘, 굳이 이 책을 봐야 할 정도로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소설보다는 좀 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다지 다를 것 없다.

 이시다 이라의 이름값에다 많은 분들이 평점을 너무 좋게 써주셨던 것까지 플러스해서 기대치가 높아진 탓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간혹 너무 잔잔하다 못해 밋밋한 느낌이 든다. 그저 또 한 편의 일본식 연애소설이 나왔구나 하는 정도밖엔 감상평이 딱히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팅게일의 침묵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가이도 다케루의 전작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을 너무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그의 차기작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 미스터리적인 면은 조금 약하고 ’오톱시 이미징’에 대한 홍보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면도 있지만, 다구치와 시라토리 콤비가 펼치는 만담 같은 수사는 굉장히 즐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인가? 두번 생각도 않고 바로 서점에서 냉큼 사버린 것이 조금 후회스럽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전작에 비해 스토리나 다구치-시라토리 콤비의 활약도 거의 없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도 그닥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초능력이라던가, 최면이라던가, 그런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현상일 뿐, 언젠가 과학이 더 발전한다면 우리가 뭉뚱그려 ’초능력’이라고 부르는 힘이 증명될 것이라 생각하니까. 하지만 추리소설에서 그런 능력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작가가 너무 쉽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초능력을 활용한 자백이라니.. 분명 미스터리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 것이다.

 같은 초능력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잠들다>와 다른 평가를 받는 것은, 그 능력을 이야기 속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용은 잠들다>는 처음부터 초능력 소년들이 그러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사건에 말려들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너무나 미약한 자신들의 능력을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분투한다. 굳이 과학적으로 그 힘을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때문에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거부감없이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초능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함으로써 오히려 소설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스스로 잘라버렸다. '이건 소설이니까' '이건 작가가 깔아놓은 전제니까' 하며 독자 스스로 의심하지 않았던 부분을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해 보이려고 함으로써 삐그덕거리고 마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도 그런 힘을 밝히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겠지만, 아직 정확히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힘은 없지 않은가. 독자들은 그 부분에서 소설을 넘어 현실로 돌아와버리고 만다.

 간호사에게 초능력을 부여하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그런 전개를 선택했는지 의문이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을 생각해 볼 때, 이보다는 좀 더 깔끔하고 현실감있게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소설을 풀어나가는 건 최종적으로 작가의 마음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게다가 다구치-시라토리 콤비의 활약이 너무 작지 않은가! 내가 몹시 편애하는 두 사람이 이렇게 밍숭맹숭하게 나오다니.. 역시 같은 시리즈라고 해도 이들이 주인공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역자는 후기에서 시라토리의 활약이 약하다고 섭섭해하지 말고 제 3편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보라고 하는데.. 거기에도 하야미 부장이 시라토리의 자리를 떠억 하니 차지하고 있어 이렇다 할 큰 활약은 보이지 않던데..;;

 가이도 다케루의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던 나로서는 그저 아쉬울 다름이다. 이번에 또 하나의 신작이 나오는 모양이던데.. 이제는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다시 그의 멋진 글을 볼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