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곤 우화 - 교훈 없는 일러스트 현실 동화
이곤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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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곤 우화>는 아주 예쁜 일러스트가 귀여운 동화책입니다. 하지만 아동용은 아닌 느낌이에요. 사회에 통용되는 수많은 속담과 숙어와 대중문화에 익숙한 어른이 읽는 게 훨씬 더 작품의 메시지와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거든요.


 예를 들어 '우물 안 개구리'로만 몇 개나 되는 에피스드가 펼쳐지는데, 우물 안 개구리가 뭔지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인지 모른다면 작품 속에 포함된 전복과 반전의 느낌이 없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어른을 위한 우화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비유나 숙어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ㅋㅋㅋ 개미와 베짱이는 워낙 유명하고 많이들 비틀었는데, 사족이나 뱀의 꼬리 같은 단어의 쓰임을 뒤트는 것도 재밌었고, 우리가 흔히 어떤 단어나 상황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뒤집어서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에피소드가 4개나 되는데, 각 에피소드마다 완결성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존의 아이디어에 허를 찌른다는 설정은 그대로인데 어디서 끊어도 무리가 없었어요. 저는 결국 어떤 개구리는 바다에 적응했고 거기서 살아남았다는 마지막 에피소드가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작가가 쓴 후기를 보니 그 뒤에 훨씬 혹독하고 비극적인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었던데, 지금도 좋지만 그 에피소드를 넣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훨씬 절망적이긴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명암이 있는 거니까요. 개구리가 바다에 도달했더니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고 개구리는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이 책을 읽는 어른이라면 다들 알고있을 거예요. 하지만 개구리가 훨씬 더 넓은 세계를 만났다는 건 사실이니, 이전과는 또 다르겠지요. 그러니 비극으로 끝났어도 완전히 체념하게 되진 않을 것 같아요.


 우화답게 전체적으로 동물이야기가 많은데, 저는 <어린왕자>의 장미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른이 된 후 <어린왕자>를 다시 읽으면 장미에 대한 작가의 시각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거든요. 아무리 봐도 장미는 어린 왕자의 첫사랑이 형상화된 존재인데 제대로 존중한다는 느낌이 아니라서요. "장미가 하는 말은 듣지 말걸 향기만 맡을걸" 이런 대사는 좀 불쾌하기까지 하고요. 그런 와중에 장미가 어린왕자에게 "왜 네 이야기에는 전부 남자밖에 없어?" 하고 의문을 표하는 거 너무 좋았어요!!! 장미가 직접 여행을 떠나 당신을 만날 수도 있으니 당신만의 이야기를 잘 간직해두라는 메시지에는 왠지 두근거리기까지 하더라고요ㅋㅋㅋ




 사실 <한 컷 우화>라는 원래 제목답게, 한 컷만으로도 전체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뭘 찍어도 스포(?)가 되는 느낌이라 사진 찍기가 좀 조심스러웠습니다. 정말 좋았던 건 오히려 사진으로 찍지 않았어요. 직접 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혹시나 기회 되시면 한번씩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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