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
한정연 지음 / 허들링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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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는 명제가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집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저 말을 하실 때마다 참 듣기 싫었거든요. 집이 뭐라고?! 도대체 가진 돈을 몽땅 다 쏟아부어 가면서 그걸 사야 될까? 난 그냥 적당히 잠자고 밥먹고 짐 놓을 공간만 필요한 건데!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월세도 계속 올라가니까, 공간을 보유하지 못하면 결국 경제적으로 계속해서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부어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아무리 내가 '소유'보다는 '경험'을 선택하고 그쪽으로 향하는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경험에 필요한 돈을 집세가 야금야금 다 깎아먹고 있으니 결국 자유도가 확 줄어들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 한 몸 뉘일 장소를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제목이 정말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 사실 저는 꼭 아파트만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평생 떠돌지 않고 내쫓길 걱정 없이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OK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력한 매력을 뿜어내는 제목입니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1인 가구가 부동산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명심해야 하는 것들'에 관해서입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특정 지역을 콕 짚어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서, 어느 정도 부동산 투자에 대해 정보와 지식을 갖춘 분들은 패스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제 막 부동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초보 1인 가구를 위한 지침서입니다.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는 아마도 거의 유일하게 특정 지역의 호재를 언급하지 않은 '부동산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미혼과 비혼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속해 있는 1인가구를 위한 소박한 아파트 한 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실제로 꽤나 1인가구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낸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래가치-현재가치에 대한 부분 같은 거요. 우리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돌리면서 투자를 하거나, 집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좋은 학군에 입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미래에 분명 오를 테니까~ 하면서 노후하고 불편한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왜냐면 이 책을 읽는 1인가구는 그냥 현재 적당히 행복하면서 적당히 미래도 대비하고 싶은 사람일 테니까요. 1주택 보유자가 소유한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것은 비싼 아파트를 팔아서 비싼 아파트를 또 산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내가 산 아파트가 오른다? 하지만 거기 동네 분위기도, 위치도, 시설도, 이웃도, 교통도, 모든 게 다 만족스럽다면 굳이 그걸 팔아서 똑같이 올랐을 다른 아파트를 사서 이사갈 필요가 있을까요? 나는 거기서 안정적으로 살려고 Living 아파트를 산 Buy 건데? 결국 외부의 투기열풍이나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어요. 정말 공감합니다.


 언론도 정부정책도 마냥 동의하고 있지는 않고, 적당히 비판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조금 갸웃되는 부분도 있긴 하더라고요. 35페이지 부근에 보면 정부가 1인 가구가 학력이나 소득, 고용안전성과 주거안정성 모두 떨어진다고 판단한 걸 반박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세상에는 딸린 가족 없이 몸이 가벼워서 혹은 살아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다양한 형태로 거주하는 1인 가구를 놓치고 있다고요. 하지만 저자가 지적한 이유로 월세를 하는 1인 가구는 '아파트를 사고 싶어하는' 1인 가구와도 들어맞지 않아요. 살아보고 싶은 곳이 많아서 여기저기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이 왜 굳이 아파트를 사서 정착을 하겠어요? 기준이 빡빡한 공공임대주택 외에도 1인가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는 데는 더 적절한 예시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부동산, 괜히 외부에 휘둘려서 섣불리 투기에 가까운 소비를 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현재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아파트를 사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원칙에 가까운 정석적인 얘기라 꼭 지켜야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부동산이나 주식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디테일한 가지에 신경쓰느라 전체적인 숲은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도, 이런 원칙 정도는 꼭 마음 속에 단단히 새겨놔야겠다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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