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 국제정치 편 - 역사 분쟁 · 무역 전쟁 · 이념 갈등 차이나는 클라스 4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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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는 클라스> 일명 차클은 JTBC에서 방영하고 있는 교양 프로그램입니다. 요즘 많이 시도되는 예능+교양+강의를 합친 포맷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차클 시리즈는 꾸준히 책으로 출간되고 있는데 그동안은 국가나 법, 리더, 역사, 고전, 인류, 사회, 과학, 문학 등 조금은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주제를 다루었다면 그 중에서 현재와도 연결되는 구체적인 외교와 국제관계 관련된 쟁점만을 뽑아서 정리한 게 바로 시리즈의 4번째, 국제정치 편입니다. 현재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사안들이 많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요!

지피지피 백전불태
 아무래도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관련한 꼭지를 먼저 읽게 되더라고요. 특히 일본의 경우 한국 근현대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잖아요. 자료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고요. 경술국치부터 시작해서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독도와 위안부 문제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가 많아서 엄청 쉽게 잘 읽혔습니다. 특히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증거에 기반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여러 자료를 하나하나 짚어주시는 게 좋았어요. 사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독도는 한국 땅이야!' 하고 말하는 데서 멈추고 그 다음 뒤따라오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소홀히 하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일본이 우긴다고 비난하지만, 제대로 증거와 논리를 갖추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외부에서 볼 때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 차이가 없게 보일 거예요. 국민 한 명 한 명이 좀 더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에 뼛 속 깊이 동감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중국! 저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막연하게 인구를 무기로 한 대국, 떠오르는 신흥강자, 천안문과 홍콩 사태로 대표되는 독재권력의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40여전 한국이 겪었던 독재의 진통을 지금 겪고 있구나, 그런 감상이랄까요? 그런데 도대체 왜 동북공정을 시작했고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는지, 시스템이 어떻게 되고 무엇이 목표이며 지금 어떤 국가적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니까.. 엄청 무서워졌어요. 결코 포기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우리나라는 우리가 당사자인 동북 공정만 알고 있지만, 알고 보니 서북공정/북방공정/남방공정/서남공정 등 온갖 경계에서 '중화문명탐원공정'을 진행중이잖아요! 동북공정에서 물러서면 아마 다른 곳에서도 물러날 빌미가 될 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지 않을까요? 설령 자기들이 하는 짓이 틀렸다는 걸 알아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구나 싶어서 보는데 절로 한숨이 나오더라구요ㅠ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의를 가지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쳐요. 하지만 소수민족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꿈꿀까 두려워 미리미리 억압하고 역사를 왜곡하다니; 선후관계가 잘못된 느낌입니다. 그렇게 끝없이 탄압을 하니 소수민족이 더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게 당연하잖아요. 온갖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뒤섞이는 게 어찌 보면 중국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독립의 가능성을 의식하고 예방하려다 보니 오히려 패권주의적인 느낌이 너무 강해져 버렸어요. 물론 중국은 항상 강국이었고, 근현대사에서 잠깐 주저앉은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도 강국이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타격을 좀 입긴 했지만 호언장담한 대로 아마 2035년 쯤에는 부유사회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렇게 모든 걸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전략을 계속 고수한다면 (100% 그러겠죠) 한국은 물론이고 주변 모든 나라와 계속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 독도에 관해 일본인과 지리멸렬한 싸움을 하듯이 고구려에 대해 중국인과 싸워야 할 거예요. 개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독도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감정적인 주장 대신 우리 말을 뒷받침해 줄 증거를 하나하나 꿰뚫고 있는 것 뿐일 겁니다. 책에서 지적한 대로 국가 차원에서 북한과 연계해 학술적인 증거를 마련해도 좋을 것 같아요.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이 아니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주변의 익숙한 국가에 대한 꼭지는 '알고 있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논의해본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란이나 독일 관련한 꼭지는 '우리에게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는 잘 모르는 곳을 살펴본다'는 느낌이에요. 특히 이란에 관한 꼭지를 읽으면서 국제적인 뉴스에 무심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이란·이라크 전쟁이라고 했을 때 이란과 이라크를 제대로 구분하고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일어난 일인지 전혀 설명할 수 없었거든요. 사담 후세인이나 이라크 파병 같은 단편적인 소식만 드문드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이란이 겪어야만 했던 온갖 정치적 진통이 우리나라 근현대사랑 겹쳐지는 느낌이라 왠지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특히 자기 잇속만 챙기며 국민은 굶어죽어도 나 몰라라 하는 왕조 아래에서 고통받고, 국가를 위해 개혁을 감행한 국민적 영웅을 외국의 농간으로 잃고, 이웃 독재국가와의 전쟁에 서방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화학 무기를 지원하고,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엔 미국이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이란인이 어떻게 미국을 싫어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진짜 이란에서 일어난 일만 보면 미국이 악의 축 그 자체처럼 보일 지경이에요;;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니까, 중동 지역이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느껴져서 아찔했어요.

 독일의 경우는 좀 다른데, 빌리 브란트로 대표되는 개혁의 세대 이야기가 정말..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세상에 이런 개혁이 가능했던, 이런 개혁을 가능하게 했던 세대가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무슨 환상 같다니까요! 68혁명이 유럽과 미국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패한 혁명이라는 인상이 강했거든요. 어쨌든 그 다음 세대에서는 68혁명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잖아요. 그 특유의 히피스러운 모습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정치권에 아주 분명하게 영향을 줬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부럽기도 했고요. "민주주의를 감행해보자"라니, 정치 구호인데도 어쩜 저렇게 강압스럽지 않고 사려깊은 느낌을 주는지! "교양 사회"라는 목표는 또 어떤가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모든 국가의 이상향 아닐까요! 실제로 대의를 위한 정치를 하고 그게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완전히 새로운 국가가 된다는 게.. 너무 꿈 같은 일이에요. 실제로 일어난 역사라는 게 엄청난 의욕과 설렘을 줍니다. 누군가는 해냈잖아요. 다음 차례가 우리일지 그 누가 알겠어요.

 역사는 단순히 거에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맥락을 가지고 현재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역사를 안다는 건 결국 현재를 안다는 것과 같은 말일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뿅 하고 솟아난 국가는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원인을 알면 그에 따른 대응이나 해답도 알 수 있을 겁니다. 해열제를 써야 할 곳에 복통약을 쓰면 안 되지 않겠어요? 한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든 걸음에는 후폭풍이 따릅니다. 온갖 스트롱맨으로 둘러싸인 지금, 대의와 실익을 동시에 챙기려는 노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일본이나 중국, 미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을 고민한다면, 이란이나 중동 문제로 균형을 그리고 독일을 보면서는 쇄신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영상보다는 텍스트 쪽이 훨씬 더 정보전달에 영양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어서, 분명 다 합치면 열댓 시간이 될 법한 강연이 손을 뻗으면 언제든 원하는 부분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책으로 정리되어 나온 게 정말 만족스럽네요! 강연자의 전문성이나 주장하는 내용도 합리적이고 깔끔해서, 다른 주제 관련해서도 계속 차클에서 시리즈가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다른 분들께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도 있는데, 코팅된 듯이 만지면 매끄러운 종이 촉감도 저한테는 몹시 플러스 요소였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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