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이름도 생소한 바티스타 수술. 수술이란 이름만 들어도, 최근의 메디컬 열풍이 느껴지는 듯 하다.

내가 미스터리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된 로빈 쿡의 어마어마한 의학스릴러 시리즈(사실, 한 때는 미치도록

빠져들기도 했었지만 다 비슷비슷한 설정과 인간, 의학에 대한 불신에 염증을 느껴 금새 끊고야

말았지만 어쨌든)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몰라도, 심각한 메디컬 스릴러 일 것이란 추측을 하고

단숨에 손에 쥐게 되었다.

학술적 정식 명칭은 ‘좌심실 축소 성형술’이나 일반적으로 창시자 R. 바티스타의 이름을 딴 속칭으로 널리

알려진 바티스타 수술은 확장형 심근증을 치료하는 수술 방식 중 하나이다. 비대해진 심장을 잘라내어

작게 만든다는 지극히 외과적인 발상으로 시작 된 이 수술은 매우 어렵고 그래서 자연히 평균 성공률도

60%로 매우 낮은데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은 미국에서 심장 이식 권위자인 기류 교이치를

외과 조교수로 초빙한다. 그리고 그가 구축한 바티스타 수술 팀은 성공률 100%의 위업을 달성하며

글로리어스 세븐이라 불리며 명성을 떨치는데 최근 세 차례 연속 수술 실패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원인 불명의 사고가 반복되는 사태에 위기감을 느낀 다카시나 병원장이 외래 책임자인

다구치에게 내부 조사를 의뢰하면서 영광 속에 감춰져 있던 바티스타 팀원들 간의 상극관계와

내연관계 등이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다.

이 책은 치밀한 줄거리에서 희열과 놀라움을 느끼기보다는 인물과 상황 묘사에서 짜릿함을 느끼게 해준다.

다시 말해 정통 의학 스릴러와는 거리가 있는데, 마지막에 사건이 점점 용의자와 가까워지면서 만들어진

긴박함을 너무 단순하게 마무리 지어 한순간 김이 샜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가이도 다케루의 데뷔작인 점으로 고려하자면 참으로 즐거운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든 키득거릴 수 있는 요소를 아주 적절한 곳에 배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입을 틀어막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괴짜 탐정 시라토리는 작가의 후속 작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다음 작품들도 속히 만나보게 되길 소망한다.

'안녕'에는 대답이 필요없습니다.

대답은 필요 없어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만으로 인터넷으로 예약 주문을 하고 받는데 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엄청난 기대감과 두근거림으로 상자를 열어서 “누군가”와 함께 온 이 녀석을 봤을 때의 실망감이란.

표지는 인터넷으로 봐서 익숙했지만 그녀의 작품 치고는(물론 단편집인 것을 감안하고도!)

너무나 성의 없어 보이는(?) 13mm의(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본인의 집착이 느껴진대도 할 수 없다.

스스로도 한숨은 나오지만, 그래도 이런 slim size는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는다.) 얄팍한 두께였다.

오오, 맙소사. 살짝 배신감까지 느껴져 책꽂이에 꽂아두고도 한동안 부러 외면해오다 가볍게 집어 들었다.

6개의 단편에서도 그녀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그래도 역시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드는 흡인력을 가진 장편소설이 더 좋은 것 같다.

여태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만을 읽어본 한국 독자들이 그녀의 단편집에 어떤 점수를 줄지 나도 기대가 된다.

치카코는 이마에 한 손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신들과 만나서 다행이었습니다. 이걸로 만족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이렇게 해서

형사라는 직업에 안녕이라고 말하려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이서 마주보며 웃음을 교환했다. 다키구치가 말했다.

“그리고, ‘안녕’에는 대답이 필요 없습니다.”

치카코의 어깨를 가볍게 툭 하고 두드린다.

“그러니까 하다 씨도 아무 말 할 것 없습니다.”

(p.52 대답은 필요 없어 中)

사랑스러운 꼴통들이여! 오늘도 달려라.

SPEED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가네시로 가즈키의 전작들(레볼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 등장했던 “더 좀비스”에 대한

찬양은 이제 너무 식상하다. 그럼에도 역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일본에서 실제로 어떤 순서로 출간되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국내에서 더 좀비스의 시리즈로는

가장 최근 출간 된 이 책을 두고 독자들의 의견은 제법 비슷하게 엇갈리고 있다.

파워가 떨어져서 시시하다는 의견도 꽤나 많고, 역시 즐겁다는 평도 있다.

아무리 평점에 연연하지 말자고 해도 역시 사람인지라 오래 주저하고 망설였다.

더 좀비스의 핵심은 꼴통을 대표하는, 그리고 마구 내달리는 청춘의 소년들인데 표지만 보아도

이건 소녀버전인가 싶어서 혹시 “더 좀비스”의 멜로는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좀 들었고,

김빠진 탄산음료는 절대 마시지 않는 주의라 입맛을 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었다.

이쯤 되면 책 한권 골라 읽으며 뭔 놈의 고민이 그리 많냐고 눈을 흘기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골라 읽는데 까지 또 꽤나 시간이 걸렸단 얘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좀비스”는 건재하다는 게 쟁점이다.

사내 녀석들만 마구 득시글거리던 “더 좀비스”에 드디어 소녀가 한 명 등장했다. 친절하기도 하지.

과외를 해주던 대학생 언니의 자살을 타살이라 믿는 한 소녀와 우연히 엮이게 된 것이다.

역시나 사건을 만나면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기며 그것을 몰고 다니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꼴통들은

이번에도 통쾌하게 싸워준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혹은 그녀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그것'은

대체 무엇이냐 하는 것은 글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한 사람의 죽음을 그저 '죽음'으로 지나치기보다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애쓰는 청춘들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의 결론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은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도,

소년적 취향과 감성으로 생각해보면 납득은 간다. 그래도 절대 이해할 수 있는 소녀적 취향도 있는 것이다.

(웃음) 왜 그녀가 주저하는지, 왜 서글픈 기분이 드는 것인지 충분히 알 것만 같았다.

같이 달릴 수 없는 서운함. 역시, 이런 학원물은 자꾸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충동을 마구 몰고 와서

후유증이 제법 크게 남는다. 그래도 또 외쳐야겠다. 사랑스러운 꼴통들이여! 오늘도 달려라.

세종, 그의 행적을 되짚어본다!

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역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팩션 소설들은 현재의 시대적인 상황과 맞대어 생각해볼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듯 하다. 그래서 상상과 허구라는 전제를 달고 있음에도 절로 애국자가 된 것 마냥

가슴이 뿌듯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런 자부심을 소설을 통해서라도 느껴보고 싶은 바람 때문일지도..)

그렇다고 쉽게 손을 뻗기도 저어되는 것이. 여운과 뜻이 담겨있지 않고 그저 허우대만 역사를 바탕에 둔

겉치레 뿐 이라면 읽지 않는 편이 오히려 유익함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출간 당시부터 꽤나 관심 있게 눈 여겨 보고도 구입을 미뤄왔던 것은 물론 최근 내 독서 취향이

일본문학이라는 장르에 치우쳤던 까닭도 있지만 연일 쏟아져 나오는 화려한 광고가

도리어 거품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컸다.

세종대왕. 글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어린 아이라도 자연스레 그 이름을 듣는 동시에

훈민정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럼 또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세종인가.

역사와 시대 속에는 변화와 충돌이 다만 크기의 차이일 뿐, 언제나 빠짐없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더욱 의문스럽다. 조선 역사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치열한 전쟁이나 당파 싸움 등의 갈등이

고조된 시기도 아닌 문화적으로 가장 풍요로웠던 시대의 자애로우며 지혜롭던 성군 세종을 배경으로

어떤 음모론이 나올 것인가. 우리는 단지 기록된 역사가 아닌 사실로서의 역사를 유추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복궁 후원의 열상진원 우물 안에서 칼에 찔린 집현전 학사의 시신이 발견되고 숙직하던 어린 겸사복

강채윤이 현장을 조사하게 된다. 혹여 왕이 총애하는 집현전 학사의 죽음으로 목이 달아나지나 않을까를

걱정하던 겸사복 별감의 간계로 채윤이 사건을 떠맡게 되는데 잇따라 궁내에서 일어나는 학사들의 죽음을

조사 할수록 점점 까마득한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현장에 남은 수수께끼의 그림,

의문의 금서「고군통서」의 비밀, 죽임을 당한 집현전 학사의 몸에 있는 알 수 없는 문신,

밤만 되면 천추전에서 출몰하는 귀신. 애송이 겸사복 채윤은 총명함과 끈기로 끝끝내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헤쳐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밝혀낸다. 과연, 누가 왕의 학사들을 죽였는가.

배경이 문화적으로 풍요로웠던 시대이니 만큼 굉장히 방대한 문화 요소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지는데 가슴속 깊이 퍼지는 자부심만으로도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조금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방대하게 얽혀있는 의문의 고리들이 집약되는 순간에 너무나 작위적이랄까

혹은, 반드시 애정라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통속적인 시각에 대한 부담이었을까 싶은 뜬금없는

애정사가 옥의 티라는 것 정도. 뭐, 크게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다.

다만 없었더라면 더 깔끔한 뒷맛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정도니 이건 오히려 역사적 소설에

병적인 결벽증이 있는 독자의 입맛 탓일지도 모르겠다.

세종, 그의 행적을 되짚어본다!

뿌리 깊은 나무 2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역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팩션 소설들은 현재의 시대적인 상황과 맞대어 생각해볼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듯 하다. 그래서 상상과 허구라는 전제를 달고 있음에도 절로 애국자가 된 것 마냥

가슴이 뿌듯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런 자부심을 소설을 통해서라도 느껴보고 싶은 바람 때문일지도..)

그렇다고 쉽게 손을 뻗기도 저어되는 것이. 여운과 뜻이 담겨있지 않고 그저 허우대만 역사를 바탕에 둔

겉치레 뿐 이라면 읽지 않는 편이 오히려 유익함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출간 당시부터 꽤나 관심 있게 눈 여겨 보고도 구입을 미뤄왔던 것은 물론 최근 내 독서 취향이

일본문학이라는 장르에 치우쳤던 까닭도 있지만 연일 쏟아져 나오는 화려한 광고가

도리어 거품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컸다.

세종대왕. 글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어린 아이라도 자연스레 그 이름을 듣는 동시에

훈민정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럼 또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세종인가.

역사와 시대 속에는 변화와 충돌이 다만 크기의 차이일 뿐, 언제나 빠짐없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더욱 의문스럽다. 조선 역사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치열한 전쟁이나 당파 싸움 등의 갈등이

고조된 시기도 아닌 문화적으로 가장 풍요로웠던 시대의 자애로우며 지혜롭던 성군 세종을 배경으로

어떤 음모론이 나올 것인가. 우리는 단지 기록된 역사가 아닌 사실로서의 역사를 유추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복궁 후원의 열상진원 우물 안에서 칼에 찔린 집현전 학사의 시신이 발견되고 숙직하던 어린 겸사복

강채윤이 현장을 조사하게 된다. 혹여 왕이 총애하는 집현전 학사의 죽음으로 목이 달아나지나 않을까를

걱정하던 겸사복 별감의 간계로 채윤이 사건을 떠맡게 되는데 잇따라 궁내에서 일어나는 학사들의 죽음을

조사 할수록 점점 까마득한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현장에 남은 수수께끼의 그림,

의문의 금서「고군통서」의 비밀, 죽임을 당한 집현전 학사의 몸에 있는 알 수 없는 문신,

밤만 되면 천추전에서 출몰하는 귀신. 애송이 겸사복 채윤은 총명함과 끈기로 끝끝내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헤쳐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밝혀낸다. 과연, 누가 왕의 학사들을 죽였는가.

배경이 문화적으로 풍요로웠던 시대이니 만큼 굉장히 방대한 문화 요소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지는데 가슴속 깊이 퍼지는 자부심만으로도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조금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방대하게 얽혀있는 의문의 고리들이 집약되는 순간에 너무나 작위적이랄까

혹은, 반드시 애정라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통속적인 시각에 대한 부담이었을까 싶은 뜬금없는

애정사가 옥의 티라는 것 정도. 뭐, 크게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다.

다만 없었더라면 더 깔끔한 뒷맛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정도니 이건 오히려 역사적 소설에

병적인 결벽증이 있는 독자의 입맛 탓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