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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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마저 극찬한 미스터리 추리소설.

이 책을 추천받은 기억이 있다. 몇 년 째 '읽을 책 리스트'에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읽을 수 있었다.

구성이 독창적이다. 액자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추리 과정과 분위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작가가 코난 도일이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광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소설 속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손 캐릭터도 등장한다. 크리스티의 소설 <쥐덫> 저작권을 상속받았다는 인물인데 진심으로 부러운 인물이다.

주인공 수전은 추리 소설 전문 출판사 '클로버리프'의 중견 편집자다. 이 출판사는 '아티쿠스 퓐트'라는 베스트셀러 탐정 시리즈를 출판해 왔다. 시리즈의 팬이기도 한 그는 갓 전달된 시리즈의 아홉번 째 원고를 받고 읽기 시작한다.

아홉번 째 원고의 제목은 '맥파이 살인사건'. 책의 절반에 가까운 분량이 소설 속의 소설이다.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파헤치는 아티쿠스 퓐트 탐정의 이야기인데 주인공과 함께 이 원고를 같이 읽어가는 구조다. 근데 한창 결말을 향하다 맥없이 끝나고 만다.

알고보니 원고의 마지막 챕터가 사라진 것이다. 수전은 마지막 챕터를 찾으러 하는데 시리즈의 저자 앨런 콘웨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앨런은 중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는데 자살했다는 것.

수전은 이상한 기시감에 경악하는데 앨런의 죽음과 그 주변인물들이 그의 마지막 소설 <맥파이 살인사건>과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모든 인물들이 의심스럽고 전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다.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구조 때문에 독자가 주인공과 같이 추리하는 묘미가 있다. 두꺼운 분량이지만 꽤 몰입하며 읽었다. 다만 인물이 너무 많아서 헷갈리기 쉬웠다.

사소하게는 '우라지다, 우라질'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아마도 영국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bloody'를 이렇게 번역한 것 같은데 좀 더 다양한 국어 표현으로 대체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우라지다'로 통일된 것은 어째서일까?

이미 영국에서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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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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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 <트러스트>를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저자 에르난 디아스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스웨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활동하는 작가다. 그의 데뷔작인 <먼 곳에서>는 이런 그의 삶의 궤적을 투영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삶에서 중요한 세 나라를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볼까?' 이런 느낌으로 구상한 소설 같다.

주인공 호칸은 스웨덴의 비참하게 가난한 집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다 형 리누스와 함께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으로 보내지는데 배를 타기도 전에 항구에서 형을 놓치고 만다. 형에게 들어 유일하게 아는 도시 '뉴우요크'로 가서 어떻게든 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 호칸.

영어 한 마디 모르는 소년이 우여곡절 끝에 배에 올라타 죽을 고비를 넘겨 도착한 아메리카. 하지만 그곳은 '뉴우요크'가 아닌 '부에노스 아이레스'였다. 결국 샌프란시스코에 내리게 된 호칸은 형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 뉴욕이 위치한 동쪽으로 가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골드러시, 이민자들, 원주민과의 대립과 약탈, 무법천지의 19세기 미국 서부와 사막지대가 배경이다. 호칸은 가혹한 수난을 겪고 마음을 나눈 이들과는 끔찍한 이별을 한다. 사냥, 무두질, 해부 등 사막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꽤 자세하고 흥미로웠다.

좌절과 고통이 산 넘어 산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인간이 긴 시간 동안 고독을 이겨내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생각보다 몰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흔히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에 온 이민자'가 겪는 서사와 다른 결인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아메리칸 드림 같은 흔한 주제가 아닌 인간의 고독과 생존, 가치를 이야기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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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언어 - 삶과 죽음의 사회사, 2024 아우구스트 상 수상작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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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문화권이나 종교에서 '자살'은 금지되고 잘못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조력 자살'이라든가 '안락사' 등으로 자살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자살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서사부터 시작한다. 어린 시절, 40대였던 고모가 욕조에서 죽어 발견된 것이다. 남은 가족들은 평생을 죄책감으로 괴로워 한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가 되어 자살에 대해 탐구하는 글을 썼다.

자살 유가족, 역사와 문화 속의 자살에 대한 사례, 현대 사회의 각국에서 벌어진 자살과 관련된 이슈 사례들이 나온다. 특히 조력 자살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읽으면서 역시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찬성 혹은 반대라는 논리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다.

존엄성과 자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살 역시 당사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러나 이 논리만을 따르면 어떻게 위험한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비교적 쉽게 조력 자살이 허용되는 벨기에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정신질환 환자가 자살을 희망해서 국가에서 허락하지만 이후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가 생겨 결정을 바꾸었다고. 그러면서 환자의 가족은 정부가 너무 쉽게 당사자의 의지를 근거로 자살을 허가하는 것이 아닌가 비판하기도 했다.

주변에 자살자가 있을 경우 암암리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내용도 있다. '황태자의 자살과 전쟁'이라는 챕터에서는 19세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루돌프 황태자가 연인과 동반 자살했다. 그 영향으로 한 왕조가 서서히 무너지고 결국 세계 1차 대전을 촉발시킨 사라예보 사건으로까지 연결된다는 견해가 씁쓸했다.

그 밖에 자살을 예측하려는 시도나 방지하는 문제, 정신과 전문의로서 자살 충동 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 등 다양한 주제들이 의미있게 다루어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자살에 대한 훨씬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자극적이거나 심오하게 다루지 않아 좋았다. 희망적인 메세지로 마무리 된 것도 좋았다.

여담으로 번역자인 김아영 님의 프로필 중 오래 전 재미있게 읽은 일본 소설 <K.N의 비극>이 있었다. 이 책 <자살의 언어>는 스웨덴어인데 어떻게 된 것인가 싶었는데...세상에, 영어, 스웨덴어, 일본어를 다 번역하는 분이었다. 대단하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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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를 위한 지브리 스토리텔링 - 캐릭터부터 주제까지, 지브리로 배우는 마법 같은 이야기 쓰는 법 스토리텔링 비법 시리즈
이누해 지음 / 동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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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작품을 충실히 파헤친 작법서.

동녘출판사의 <창작자를 위한 픽사 스토리텔링>에 이어 이번 신간을 읽어보게 되었다. 핵심적인 내용이 명료하게 읽히는 작법서다. 한 호흡에 몰입하며 읽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작법서라기보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들을 충실하게 분석한 소논문 같기도 했다. 저자는 영화 전공자이면서 단편 영화를 연출하고 현재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SNS와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써왔다는데 아직 그 좌표를 못 찾았다.

책의 전반부는 저자가 추린 지브리 스튜디오의 기획 과정을 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신화같은 예술가가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를 창작했는지 잘 설명했다. 예시로 든 작품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는데 미야자키의 대표적인 방법 '이미지 보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미지 보드는 일종의 그림 메모인데 '단순한 그림 작업이 아니라 지브리 영화 기획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공정(69 페이지)'이라고. 이 작업 후 글로 된 각본 없이 바로 콘티 단계로 들어간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뒷부분은 지브리의 대표작 분석을 통해 작법의 기본 원칙들을 설명한다. 캐릭터, 사건, 3장 구조, 세계관, 디테일, 주제 등 작법의 거의 모든 것을 익숙한 작품들을 통해 설명한다. 놀라웠던 것은 저자의 작품 분석 태도다. 작품 분석은 이런 식으로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작법을 파악한들 지브리 작품 비슷하게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싶었다. 지브리 작품들이 너무나 독보적이고 고유하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해온 발상이나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과 디테일에 절로 숙연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결국 저자가 쓴 것처럼 미야자키 하야오를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그의 창작에 대한 태도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겠지.

- 책 속에 인용되는 작품 목록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귀를 기울이면>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바람이 분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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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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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지만 호쾌한 세 여인의 살인범 추적기.

영국 템즈강변에 위치한 '말로'라는 마을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첫번째 희생자의 옆집에 사는 77세 주디스, 개 산책꾼 수지, 신부의 아내인 가정 주부 벡스는 의기투합하여 범인을 추적한다.

이미 올해 BBC에서 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 포스터의 배우들과 공개된 예고편 클립을 보니 소설을 잘 재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IMDB의 장르 분류를 보니 'cozy mystery'라고 되어있다. 영국에서 이런 류의 소소한 추리물에 대한 수요가 꽤 있나보다. 코난 도일과 애거사 크리스티를 탄생시킨 나라라서 그런걸까.

- 우리는 <늙은> 여자들이잖아요. 마흔 넘은 여자들은 아무도 신경 안 써요. (246 페이지)

나이들고 주목 받지 못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나름의 기량을 발휘하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 비록 초반부에 주디스가 시체를 발견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동기가 다소 빈약한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벡스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고민에는 많이 공감했다. 남편과 아이만을 위해 살아온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살인범을 추적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뛰어들어 변화하는 모습도 좋았다.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다. 그밖에 느낀 점은 책의 판형과 내지 디자인이다. 근래에 읽은 책 중 활자 크기와 디자인이 가장 편했다. 활자 크기를 줄이고 더 빡빡하게 디자인했다면 페이지 수가 줄고 제작비를 아낄 수 있었을텐데. 그보다는 독자의 편의를 생각한 책을 제작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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