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을유사상고전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홍사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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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 수많은 이들이 인용하고 있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아포리즘 출처 책.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초반에는 설화나 우화같은 문장이라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내용이 갈수록 심오해졌다. 그 유명한 '신은 죽었다'와 '위버멘쉬(초인)'가 비교적 초반부터 나온 것은 다행이었다.

서구사회의 근간을 이루던 기독교적 가치와 사상을 뒤집고 인간 중심의 가치를 말하는 책이다. 인간이 스스로 질문하게 하고 창조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가득하다. 그래서 자기계발서 파트에서 빠지지 않는 듯하다.

동시에 묘한 책이다. 단순한 아포리즘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면에 담긴 내용의 깊이가 끝도 없이 내려간다. 한 번의 독서만으로는 다가갈 수 없다. 조만간 다시 읽을 생각이다.

을유사상고전 시리즈인 이 책은 판형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 손에 편안하게 잡히고 비닐 코팅하지 않은 표지의 느낌이 좋다. 원전의 문체와 운율감을 살린 완역본이라는데 다른 번역본과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다.

읽는 동안 같은 제목의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교향곡도 떠올랐다. 날 것의 느낌을 지녔으면서 전복적이고 웅장한 오프닝이 이 책을 나타내기에 딱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재미있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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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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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브엉. 요즘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라고 들었다. 베트남계 미국인이자, 게이인 그가 쓴 작품에서는 남다른 감성과 문학적 표현이 돋보였다.

작가가 궁금해서 유튜브를 찾아봤다. 작년에 미국의 장수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 - 오프라의 북클럽'에 출연한 영상을 봤다. 브엉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일하던 네일숍에서 매일 오후 4시만 되면 듣던 목소리의 주인공과 직접 만나게 된 것에 감격했다. 또 오프라가 매달 책을 소개하는 방송이 자신과 여성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말하며 울먹였다. 작가가 매우 감성적이고 섬세한 사람 같았다. 이 소설도 그랬다.

소설의 화자는 '리틀독'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베트남계 미국인이자 게이다. 그는 영어를 읽을 줄 모르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어릴 적 기억, 베트남으로부터 이어진 할머니와 엄마의 삶, 미국에서의 차별, 성적 정체성과 연애 등 화자가 살아 온 삶의 궤적을 적은 편지글이다.

사건이 중심이 되는 내러티브가 강한 소설은 아니다. 그런데 문장이 너무도 감성적인 시와 같아서 눈이 자꾸만 활자에 머물고 싶게 한다. (그래서 완독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작품은 베트남 전쟁, 이민자, 퀴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은근하지만 아름다운 생존기로 읽었다.

작가의 후기글도 기억에 남는다.
'내 앞에 있었던 모든 아시아계 미국 작가에게, 감사합니다.'(328 페이지)
언급한 작가들 중 차학경과 김혜순이 있던 것도 괜히 반가웠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김목인 님이 번역한 책이라 더 반가웠고. 오션 브엉의 시집과 최신작인 <기쁨의 황제>도 살펴봐야겠다.



#지상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 #오션브엉 #인플루엔셜 #김목인옮김 #미국소설 #퀴어 #문학 #이민자

엄마가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물으셨는데, 제가 어수선한 것만 늘어놓고 있다는 것 알아요. 하지만 어수선한 것 맞아요, 엄마. 저는 이걸 지어내고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내려놓았어요. 그게 바로 글쓰기예요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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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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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잠시 고양시에서 살다가 다시 서울로 온지 20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삶을 서울에서만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교통과 문화시설이 잘 되어있고 기왕이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이 지은 이 책은 내년 우리 나라의 도시 지형을 분석했다. 올해의 정권 교체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국제정세 등을 토대로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다.

지방소멸 현상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을지, 3대 메가시티와 6대 소권은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많을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고 전망하는 책이었다.

정치권에서 선거를 위해 남발하는 공약의 허상과 수도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방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는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부동산과 관련 정보에 관심이 많다면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앞으로 매년 같은 주제로 다음해의 도시를 전망하는 시리즈로 출간될 듯 하다.

#한국도시2026 #김시덕 #열린책들 #도시개발 #부동산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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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을유세계문학전집 145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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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이다. 난해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름의 각오도 했는데, 의외로 몰입하며 읽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는 얼얼한 충격도 느꼈다.

미국 남부의 한 빈곤한 백인 가족 이야기다. 가족의 어머니인 '애디'는 죽어가고 있다. 그의 남편인 '앤스'를 비롯한 다섯 명의 자녀들은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애디의 죽음을 지켜본다.

가족 구성원과 그들의 이웃, 의사 등이 번갈아가면서 화자가 된다. 화자마다 다른 어투, 심리 등을 파악하면서 상황과 전개를 짜맞춰야 하는 구조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갈수록 오히려 흥미로웠다.

결국 애디는 숨을 거두고, 가족은 그가 생전에 남긴 유언대로 '제퍼슨'이라는 도시에 시신을 묻어주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강물에 모두 넘어지고 관은 뒤집히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여정이 이어지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사고가 계속된다. 그리고 시신에서는 끔찍한 냄새가 난다.

죽음의 당사자인 '애디'가 화자인 챕터가 딱 하나있다. 이 지점이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말해주면서 숨이 멎을 정도의 충격을 준 부분이다. 말과 행위에 대한 비유, 애디가 숨겨 온 비밀이 너무나 강렬했다.

결말도 서늘하기 그지없다. 결국 앤스만이 원하는 것을 얻은 셈인데, 삶이라는 것이 이토록 비정하고 잔인한 것인가 싶었다. 죽은 이는 뒷전이고 결국 각자의 욕망과 입장만이 있을 뿐이다. 놀랍도록 매력적인 소설이다.

역자 후기를 보니 번역의 어려움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총 열 다섯 명이나 되는 화자에 따라 다른 말투와 성격을 담아내야 했으니. 하지만 번역이 어색하다거나 방해된다는 느낌은 없었다. 또 을유세계문학 시리즈답게 가독성이 좋은 편집과 하드커버가 마음에 든다.

- 말은 정말 빠르고 악의 없이 한 줄기 선으로 곧장 하늘로 올라가고, 행위는 끔찍할 정도로 대지를 따라 바닥에 붙어간다. 얼마 안 가 둘은 너무 멀어져 두 다리를 벌려 올라탈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다. (187 페이지)

#내가죽어누워있을때 #윌리엄포크너 #윤교찬옮김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미국소설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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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임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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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가 전혀 없다. 그저 쉼표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있을 뿐이다. 페이지를 펼치고 읽는데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쉽지 않은 독서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세 인물이 각자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세 개의 이야기로 된 소설이다. 마치 각자의 속마음을 여과없이 들려주는 듯한 미묘한 감정까지 나타낸다. 그 마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소설이다. 그래서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배에 '엘리너'라는 이름을 붙인 '야트게이르'. 젊은 시절 이웃의 소녀 엘리너를 짝사랑했지만 고백조차 못하고 결국 혼자 어부로 살아간다. 그의 어리숙함을 보여주는 검정 실타래와 바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떨어진 단추를 달기위해 실과 바늘을 사려하지만 쉽게 구할 수 없고 어렵게 찾아내지만 바가지를 쓰고 만다. 그것도 두 번이나.

속이 상해있던 차에 그는 우연히 엘리너를 만나고. 남편을 벗어나려는 엘리너는 야트게이르에게 자신을 고향인 '바임'으로 데려달라고 한다.

이 부분이 세 이야기 중 첫번째인데, 가장 좋았다. 바늘과 실이라는 하찮은 물건에 사기를 당한 스스로에게 좌절하다 첫사랑 여자를 운명적으로 만나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나머지 두 파트는 일종의 에필로그 같은 느낌이었다.

노르웨이 해안 도시의 차가운 풍경이 주는 쓸쓸함도 있었다. 그 속의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역자인 손화수 님의 이력이다. 영어와 피아노를 전공하고 어떻게 노르웨이 문학 번역가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를 더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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