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
박민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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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뛰어난 관찰자이면서 누구보다 깊은 공감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박민경 작가의 소설집 <랠리>에 실린 아홉 편의 삶들을 읽는 동안 다시금 느꼈다.

소설의 화자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절대 놓지 않으려는 생의 의지가 엿보이는 인물이다. 그래서 모두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로 다가왔다.

덩치 큰 여성이 주인공인 '즐거운 나라', 루게릭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연인의 자취를 찾는 여성을 다룬 '살아 있는 당신의 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살아 있는 당신의 밤'은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하다.)

'사실주의'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지금, 이 시점에 우리들이 겪는 문제들을 고루 다루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그런 의미에서 노년 여성 '애영'의 일상을 그린 '수색기'도 인상적이었다. 애영은 커피숍의 키오스크 조작에는 서툴지만 대신 뜨개 기술을 친절히 가르쳐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 시니어 존'이라는 무례함에 대하는 꿋꿋함으로 오히려 위로를 주는 캐릭터다.

위트도 있고 예리한 시선도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라 좋았다.


#랠리 #박민경소설집 #문학동네 #소설추천 #서평 #단편소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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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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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작가님의 팬이다. 오랜기간 트위터에서 팔로우 해왔고 <한식의 품격>과 <냉면의 품격> 등 그의 저서를 재미있게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작가님이 뜨개를 시작하셨는데 나날이 실력이 일취월장하더라. 나 또한 뜨개를 좋아하는지라 흥미롭게 그의 뜨개일지도 염탐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연희동의 뜨개 카페에서 작가님을 본 적도 있다. 나도 그때 카페에서 뜨개를 하고 있었는데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런데 음식과 영화라니. 이거 반칙이지 않나 싶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대상으로 풀어낸 에세이다. 조선일보에 연재된 글을 엮은데에 작가님의 추가적인 식문화에 대한 소개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졌다.

총 네 개의 챕터로 구분된 영화와 음식 이야기는 그저 황홀하다. 비록 스스로 ‘시네필이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수년 간 다량의 영화를 보고 얻어진 감상의 깊이에 음식에 대한 해박함이 더해졌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있는 글이 많지만 ’마운틴 듀’를 논한 영화 <미나리>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아이 엠 러브>, 깻잎 논쟁을 다룬 <모가디슈>가 기억에 남는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보고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토마토 구이 요리가 궁금했는데, 요리법이 자세히 나와있어 한 번 시도해 볼까도 싶다.

책의 내용 중 보지 않은 영화가 등장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공식품인 ‘트윙키’가 나오는 <좀비랜드>가 그렇다. 트윙키에 대한 다양한 썰들이 재미있었다.

작가님의 깊이와 그것을 오랜시간 꾸준히 기록한 성실함도 돋보였던 책. 재미있게 읽었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필름위의만찬 #이용재 #에세이 #푸르숲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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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매트 존슨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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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사회학자 ‘날리니 잭슨‘은 연구자 자격으로 인류 최초의 목성 탐사선. ’딜레이니 호’에 오른다. 하지만 지구에서 목성까지 가는 동안, 폐쇄된 우주선 안에서 겪는 일부터 심상치 않다. 백인 우주 항공사 무리들이 유색인종인 날리니를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을 괴롭히는 것인데, 거대한 목적과 취지를 공유한 사람들 안에서 조차도 인종과 계급문제가 끼어드는 아이러니는 앞으로 일어날 디스토피아의 전조였던 것.

우주선은 거대한 돔 도시 ‘뉴로어노크’에 도착하는데 이는 지구의 불평등, 양극화 정치적 분열을 그대로 복제한 도시다. 딜레이니 호를 타고 온 과학자들은 졸지에 최하위 계급으로 전락하고 만다.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납치했다고 믿는 백인 남성과 자본가 일당도 이 돔 도시에 도착하면서 이들은 점점 분열과 갈등을 키워만 간다. 정작 도시를 습격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은 애써 외면하는 듯 하다.

현재를 지배하는 계급, 인종, 성 차별 등의 문제를 차용한 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외계라는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배치하여 묘사한 것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다룬 소설을 다수 썼다. 상당히 세련되고 능숙한 풍자라는 생각이 들지만 스토리 자체의 몰입도나 장르적 묘미는 기대했던 것보다 덜했다. 영화 <돈 룩업>도 생각이 났는데 아마도 인간, 그 중에서도 권력자들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인 듯.

워싱턴 포스트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보이지않는것들 #매트존슨 #폴라북스 #현대문학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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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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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로마에서 실제 일어났던 ‘지로니마 스파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죽어서도 부패하지 않고 혈색이 도는 남자들의 시체가 연달아 발견되자 이를 기이하게 여긴 교황청은 수사를 명령한다. 출세에 대한 욕망이 있는 스테파노는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투명한 화장수 ‘아쿠아’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진다. ‘아쿠아’를 제조한 여인 지롤라마는 단순한 화장수일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스테파노는 독약으로 의심한다. 그리고 독살되었다고 보여지는 대상들은 모두 여성들을 학대했던 남편이나 아버지였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스테파노는 혼란에 빠진다.

스릴러이긴 하지만 ‘누가’, ‘왜’라는 의문을 일찌감치 해소해주는 전개 방식이라 긴박하다거나 긴장되는 느낌은 덜하다. 대신 17세기 로마라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묘사가 뛰어나다. 종교와 계급이 지배하던 남성 중심의 사회가 낯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익히 알고 있는 전근대의 모습은 동서를 막론하고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의 강인함과 모성애, 연대의식이라는 주제가 돋보이는 소설. 특히 감옥에서 결의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비밀의책 #안나마촐라 #인플루엔셜 #서평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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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2 (연장정)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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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다시 읽어도 여전한 재미를 느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타나토노트>가 재출간되어 다시 읽어보았다. 오래 전 읽었을 때 사후세계를 탐험한다는 설정이 너무도 독특해서 매료되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는 여전했다.

‘죽음’은 모두가 겪을 이벤트이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절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돌파하는 상상력이 매력있다. 동시에 이를 둘러싼 인간들의 이기심이나 갈등, 화합 등을 다루고 있어 현실에 대한 풍자극이기도 하다.

베르베르 작가 특유의 구성이 소설의 메인 줄거리 사이에 그와 관련된 ‘지식백과사전’ 류의 내용이 나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부분이 소설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느꼈는데, 다시 읽으니 재미있었다. 작가님의 방대한 지적 호기심과 수집벽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내용들이 모여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같은 책을 엮었으니 꾸준함의 결과란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다.

‘지식 백과사전’ 내용 중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인용된 부분이 새롭게 들어왔다. 죽음에 대한 성찰이 남달라서 추후에 별도로 읽어보고 싶다.

-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그저 바람 속에 벌거숭이인 채로 있는 것, 햇빛 속에서 녹아 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숨이 멎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그저 숨결을 높이 들어 올려 자유로이 신을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밀고 써는 조수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대들은 오직 침묵의 강에 다다라 그 물을 마실 때라야 진실로 노래하게 되리라. 또 그대들은 산마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오르기 시작하리라.
그리하여 대지가 그대들의 사지를 요구하는 날, 그날이 오면 그대들 진실로 춤추게 될지라. (칼릴 지브란, <예언자>/ 2권 페이지 92)

결말도 강렬하다. 결국 죽음은 직접 죽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것이다.

#타나토노트 #베르나르베르베르 #이세욱옮김 #열린책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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