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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언어 - 삶과 죽음의 사회사, 2024 아우구스트 상 수상작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11월
평점 :

대부분의 문화권이나 종교에서 '자살'은 금지되고 잘못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조력 자살'이라든가 '안락사' 등으로 자살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자살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서사부터 시작한다. 어린 시절, 40대였던 고모가 욕조에서 죽어 발견된 것이다. 남은 가족들은 평생을 죄책감으로 괴로워 한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가 되어 자살에 대해 탐구하는 글을 썼다.
자살 유가족, 역사와 문화 속의 자살에 대한 사례, 현대 사회의 각국에서 벌어진 자살과 관련된 이슈 사례들이 나온다. 특히 조력 자살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읽으면서 역시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찬성 혹은 반대라는 논리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다.
존엄성과 자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살 역시 당사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러나 이 논리만을 따르면 어떻게 위험한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비교적 쉽게 조력 자살이 허용되는 벨기에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정신질환 환자가 자살을 희망해서 국가에서 허락하지만 이후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가 생겨 결정을 바꾸었다고. 그러면서 환자의 가족은 정부가 너무 쉽게 당사자의 의지를 근거로 자살을 허가하는 것이 아닌가 비판하기도 했다.
주변에 자살자가 있을 경우 암암리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내용도 있다. '황태자의 자살과 전쟁'이라는 챕터에서는 19세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루돌프 황태자가 연인과 동반 자살했다. 그 영향으로 한 왕조가 서서히 무너지고 결국 세계 1차 대전을 촉발시킨 사라예보 사건으로까지 연결된다는 견해가 씁쓸했다.
그 밖에 자살을 예측하려는 시도나 방지하는 문제, 정신과 전문의로서 자살 충동 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 등 다양한 주제들이 의미있게 다루어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자살에 대한 훨씬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자극적이거나 심오하게 다루지 않아 좋았다. 희망적인 메세지로 마무리 된 것도 좋았다.
여담으로 번역자인 김아영 님의 프로필 중 오래 전 재미있게 읽은 일본 소설 <K.N의 비극>이 있었다. 이 책 <자살의 언어>는 스웨덴어인데 어떻게 된 것인가 싶었는데...세상에, 영어, 스웨덴어, 일본어를 다 번역하는 분이었다. 대단하다.
*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