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일일 3 - 완결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이주향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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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열정의 헌사.

1,2권을 정말 재미있게 봐서 3권도 기대했다. 3권이 완결일 줄은 몰랐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평생 만화를 사랑해서 만화 편집자가 된 '시오지마'는 자신이 담당한 만화 잡지가 판매 저조로 폐간되자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만화 잡지를 만들기 위해 만화가들을 섭외하는 이야기다.

출판 만화라는 사그라드는 산업에 대한 서글픈 감성과 디테일이 끝내준다. 만화 산업을 잘 몰라도 아날로그 시대부터 살아온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다.

시오지마는 과연 일어설 수 있을까? 돈 안되고 경쟁력 떨어지는 만화 잡지를 만드는 것이 허황된 것은 아닐까? 자꾸만 생겨나는 이 물음들에 대해 이 작품은 우직하게 전진할 뿐이다.

후반에 컬러로 되어 있는 4페이지가 이 작품이 하고자하는 말을 잘 담고 있다. 이미 작고한 만화가 타치바나와 시오지마의 대화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기분 좋은 판타지이자 위로이며 <동경일일> 전권을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고통... 그 여정 속에야말로 진실한 기쁨이 있다는 것을...(210 페이지)

내가 이 만화에 왜 이렇게 감정이입하고 열광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우선은 나이 들어서다. (쿨럭) 그리고 한 때 시오지마처럼 모든 것을 바쳐 좋아하는 영화일을 했고 이 산업이 점점 쇠퇴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 인듯하다.

세상은 점점 삘리 변해가는데 나는 나이들고 쇠락해간다. 무척 서글프지만 그래도 뭐든 해봐야지. 시오지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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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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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어떻게 사람을 망가뜨리고 진심은 사람을 어떻게 구원하는가.

꽤나 충격적이었던 결말로 기억하는 <죽이고 싶은 아이>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그 동안 읽은 이꽃님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극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그래서 여타 청소년 소설에서 볼 수 없는 장르적 재미가 장점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극적 재미를 기대했다.

전편의 결말에서 드러나는 진범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미스터리처럼 밝혀내는 이야기로 초반부터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의외로 진범이 쉽게 밝혀져서 그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까 궁금했다.

소설은 '서은'의 사망 사건 이후 '지주연'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편견과 소문을 그려내고 있다. 큰 틀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여러 명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마음을 알 수 있다. 근데 대부분이 너무도 자기중심적이고 왜곡된 채로 남을 쉽게 평가한다. 그 속에서 '지주연'은 또다른 피해자가 된다.

'지주연'이 고통 속에서 결국 서은 엄마를 통해 조금씩 상처를 회복해 가는 스토리다. 아름답고 바람직하지만 솔직히 판타지 같은 결말 같기도 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갈등이 이렇게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전편의 결말에서 느꼈던 찝찝함이 해결된 것은 다행이다. 가독성이 좋고 각 인물들의 입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전달되는 메시지가 의미있다. 함부로 소문을 통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 어쩌다 증오의 사회가 되었을까.
누군가를 헐뜯고 미워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어떤 변명도 들어 주지 않은 채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어둡고 불쾌한 구덩이를 점점 더 크게 만들어 누군가를 파묻고 나면, 그렇게 하면 안식이 찾아오는 걸까. (109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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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생트의 정원 문지 스펙트럼
앙리 보스코 지음, 정영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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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생트의 정원>은 프랑스 소설가 앙리 보스코의 '이아생트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앞의 두 작품 <반바지 당나귀>와 <이아생트>에 대한 정보 없이 읽게 되었다.

프랑스어를 잘은 모르지만 표지의 원제인 'Le jardin d'Hyacinthe'를 보니 '이아생트'가 '히야신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서사가 강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여러 챕터로 구분된 이야기 사이에서 큰 연결점이 보이지도 않는다. 초반부터 대체 '이아생트'는 언제 나오는지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다.

굳이 큰 줄기의 서사를 정리해 보면 '보리솔'이라는 마을에 사는 게르통 부부는 버려진 소녀를 맡아 키우게 된다. 그러면서 소설의 화자인 '메장'의 시선을 통해 소녀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여진다. (결국 이 소녀의 진짜 이름이 '이아생트'였다.)

대신 눈에 띈 것은 자연에 대산 작가의 묘사다. 저자인 앙리 보스코가 '위대한 몽상가'라는 타이틀이 있었는데 이런 능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 정말이지, 평생 리귀제의 하늘이 그토록 맑은 걸 본 적이 없었다. 대지 아주 가까이 드리워져 손을 들어 올리면 손가락 사이에서 공기가 빠드득하는 걸 느낄 수 있을 만큼 라일락빛 부드러운하늘이었다. 상쾌한 공기의 생기발랄한 빛으로만 어우러진 하늘이 벨벳처럼 감싸는 듯 뺨에 쾌적하게 느껴진 덕분에 기꺼운 정신은 더욱 맑아졌다. (61 페이지)

이런 문장들이 주는 편암함이 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저자의 관찰과 세계관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 농촌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생생함도 있었다.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곳곳에 많은 상징과 은유가 담겨 있는 것을 알았다.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로서는 쉽지 않은 독서였다.

프로방스의 풍경과 몽환적인 묘사가 담긴 문장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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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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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끌렸다. 괴담과 여성을 연관지었다고 생각하니 더 궁금했다. '괴력난신'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뜻과 유래는 몰랐지만 기이한 분위기가 호기심을 들게 했다.

중국어 번역가이자 중국 문화 전문가인 저자의 이력이 눈에 띄었는데 '어!' 싶은 부분이 있었다. 김이삭 작가는 에세이 <북한 이주민과 함께 삽니다>를 쓴 사람이었다. 얼마 전 서점에서 눈에 띄어 훑어 본 책이었다. 탈북민과 결혼해 겪은 일들을 담은 에세이었는데 같은 작가라니. (곧 이 에세이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성주신, 학교 괴담, 늑대인간, 변강쇠전, 천주교 박해 등 우리의 역사와 고전문화에서 사용한 소재들이 인상적이었다.

다섯 편의 이야기 중 <낭인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남편만 얻었다하면 급사하는 청상 팔자인 옹녀가 늑대인간 '변강쇠'를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다. 늑대인간과 변강쇠전을 결합시키다니 너무 신박하지 않은가.

그 밖에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야자 중 XX 금지>도 좋았다. 오래된 건물을 사용하는 학교에 다닌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내용이다. 실제로 내가 다니던 여고의 운동장 한켠에 일제시대에 세워진 비석이 하나 있었다. 그 비석은 과거에 그 위치가 신사참배 장소임을 알리는 것이었는데. 가끔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으스스한 상상도 했던 것 같다.

전래 괴담이나 풍속 등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알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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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사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최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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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식민지 인도차이나의 소외된 세 인물들을 그린 소설.

제목 '부영사'의 뜻이 궁금했는데 '총영사' 다음의 직위인 '副영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크게 세 인물이 나온다. 임신한 캄보디아 소녀, '안 마리 스트레터'라는 프랑스 대사의 아내, 그리고 제목이기도 한 부영사다. 이들은 서로 사건이나 관계로 엮여있지는 않다. 오히려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따로 보여진다.

처음에는 이 인물들과 첫문장에 나오는 '피터 모건' 등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만나고 어떤 관계성을 갖는지를 찾았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소설은 서사가 도드라지는 작품이 아니다.

소설에서 스토리를 쫓는 경향이 강한 나 같은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난해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많아 독특했다.

안 마리 스트레터가 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이라든가 '인디안 송' 등과 같이 청각적인 것이 묘사되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또 식민지라는 배경이 주는 특유의 이질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마그리트 뒤라스의 다른 작품은 읽은 적이 없고 영화 <연인>만 알고 있다. 그래도 작가의 독보적인 생애가 작품의 주된 세계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민치하의 인도차이나에서 가난한 프랑스인으로 태어나 성인이 될때까지 그곳에서 자란 작가의 삶이 더 궁금해졌다.

<부영사>를 포함하여 최근들어 읽은 번역 소설에서 ' - 한다'와 같이 현재형의 문장을 많이 발견했다. 원문이 현재형이라 그렇게 번역한 것이겠지만 우리말로 쓰여진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문장이라 읽을 때마다 어색하다. 실제 서양어에서는 이렇게 현재형으로 문장을 쓰는 것이 흔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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