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능성의 나무'는 인류가 나아갈 최선의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의 나무는 꿈속에서만 존재한다. 폭력, 주가 폭락, 인구수 급증, 전쟁 등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구가 빚어낸 상징물이다. 그러나 가능성의 나무가 더 이상 작가의 꿈속에서만 존재되어서는 안 된다. 나무를 꿈에서 현실로 끌어내리는 역할은 그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베르나르는 여러 단편들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투명피부'를 읽다보면 헐리웃의 영화가 생각난다. 영화와 달리 주인공은 피부가 투명처리된 상태에서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고 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남과 다른 자기를 다른 인간들과 똑같이 대해줄 수 있는 새로운 동반자들이다.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현재 많지만, 주인공처럼 자기의 처지를 극복하려는 용기를 지닌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또는 그런 상황을 이해할 동반자들은 과연 몇이나 되는가?

'내겐 너무 좋은 세상'에서는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 기계화된 일상생활에 대한 따분함 등을 통해 옛 것의 소중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지적했듯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살아있지 않은 것들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이것을 바꾸어본다면 부모라고 해서 자식을 무조건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사라고 해서 학생들을 비판할 자격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너무 싫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보고, 작은 변화를 시도해 봐야 한다고 본다.

'사람을 찾습니다' 에서는 완벽한 누트(여자)가 자기에게 어울릴 완벽한 남자를 찾고 있다. 그 조건들은 흔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외모, 성격, 경제력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 된다. 읽다 보면 '희망사항'이란 노래가 떠오르며, 그런 남자를 만날 만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느냐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베르나르의 소설이 훌륭하다는 점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작가의 과학적 지식이 돋보이거나, 다양한 소설의 소재를 채택해 극적 효과를 더했기 때문에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베르나르의 입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칠, 아니 이미 전개되고 있는 두려운 경고의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그러나 희망이 생긴다. 왜? 이 책을 관심 있게 읽은 많은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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