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나무 아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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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의 시리즈를 읽다 보면 드라마의 대사 "이 농약 같은 가시나"가 생각난다.
긴다이치 코스케 역시 그럴 줄 알면서도 찾는 치명적인 매력의 탐정이다.
스스로 변변찮은 남자라고 말하는 죽음을 몰고 다니는 탐정이지만 사건이 풀리면 그 허무함에 홀연히 사라지는 꼬질한 남자를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발표시기가 다 다른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된 "백일홍 나무 아래"는 시대적 배경이 1946~1947년으로 2차 세계대전에 패전국인 일본의 시대 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살인귀"는 소설가의 시선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로 패전 후 전쟁터에서 부인을 찾아온 남편은 의족과 의안을 하고 있고 아름다운 부인은 이미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상황이다.
그 부인과의 인연으로 소설가는 사건에 휩쓸리게 되고 과연 살인자는 누구인가 궁금하게 한다.

"흑난초 아가씨"와 "향수 동반자살"은 부유한 집안에 숨겨진 사연과 살인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특히 흑난초 아가씨는 전쟁 후 일본 도심의 황폐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긴다이치가 귀환병으로 등장하는 "백일홍 나무 아래"에서는 전쟁 전후 일본 젊은이들의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소설은 전쟁 후의 참혹한 모습과 함께 무기력함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전쟁의 공포와 함께 반성하지 않는 국가와 전쟁의 피해를 입은 국민 개개인의 고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출판사의 설명대로 오늘날 인권 보호의 견지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부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어처구니 없는 표현은 발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비춰보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는다면 가끔 읽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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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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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보관된 수상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야간 근무자들이 겪은 기이한 일들과 그곳에 보관된 물건들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 연작소설집이다.
연구소 야간 경비를 하는 눈이 안 보이는 “선배”가 “나”에게 자신이 들었거나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 사람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을 들어가려 한다면 소장님이 나타나서 막아줄 것이다..그것은 조금 특이한 안전수칙이지만 연구소에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했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45p

연구소 근무자들이나 이야기 속 인물들은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찬은 성 소수자로 치료를 목적으로 종교를 강요하는 가족에게서 도망쳤고 부소장은 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손가락을 4개나 잃고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다.

연구소의 보관된 손수건은 나라를 잃고 복수를 완성한 여자의 한과 잘못된 사랑으로 자식을 망친 어머니의 무분별한 사랑이 함께 한다.
사적인 욕심을 채우려 연구소에 잠입한 DSP가 만나는 양과 부소장에게 깃든 양은 같은 모습이지만 다른 의미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여성들은 남성들의 사악한 욕망에 희생되고 죄 없는 동물은 연구라는 목적으로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고양이는 여자가 사랑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다.
다행이라면 잘못을 저지를 사람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벌을 받고 열심히 산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나간다.
“밤에 애들이랑 같이 푹 자는 게 꿈”이었던 청소 아줌마 ‘숙’은 꿈을 이루고 ‘찬’은 자신을 이해하는 ‘각’을 찾는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기이한 연구소는 밤마다 시간표대로 계단이 나타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면서 여전히 번성할 것이다.
햇볕을 쬐어 물건들에 붙어 있던 존재들을 해방시키기도 전에 더 많은 물건들이 들어올 것 같은 현실이 답답하고 막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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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루리 지음 / 비룡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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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는 괴테가 평생을 걸쳐 쓴 장편 운문 희곡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악마 메피스토와 인간이 온갖 못된 짓을 하고 다닌 끝, 마지막 신이 나타나 못된 짓을 한 인간도, 상처받은 인간도,모두 구원받지만 악마 메피스토만 남겨집니다.
남겨진 메피스토는 버림받은 떠돌이 개의 모습으로 현생합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아이를 만납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는 메피스토와 함께 하는 사소한 일도 말썽을 부리는 일도 모두 신나기만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순식간이 흘러 언젠가부터는 못된 짓을 한 새도 없이 어른이 된 아이는 사는 게 힘듭니다.

메피스토에게 아이는 처음으로 내 편이었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고 어른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됩니다.
노인이 된 아이의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메피스토가 되돌린 기억 속에 둘은 함께여서 눈이 부시게 행복하기만 합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메피스토에 자식을 아이에게 엄마를 대비시켜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부모는 자식과 함께 했던 시간이 더 없이 행복합니다.
때로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기도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세상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식입니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주고도 행복한 존재입니다.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의 중간쯤인 그림책은 여러 번 읽을 수록 새롭습니다.
꼭 부모 자식간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이를 떠오려봅니다.
친구가 되기도 하고 자식이 되기도 하고 남편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를 생각하게 되는 따듯한 이야기였습니다.

📚“네가 뒤를 돌아봐 준 그날,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어”


🎁비룡소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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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 - 혹은 옛날 옛날 열한 옛날에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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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공주는 예쁩니다.
그 공주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멋진 왕자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엄마를 대신할 계모는 돌봄이 필요한 어린 공주를 돌보기는 커녕 위험에 빠뜨립니다.
권선징악의 명징한 결말이 주는 교훈은 분명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시대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로 더 이상 어린이들에게 권하기 곤란한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어떨까요?
못된 마녀의 저주에 걸려 열다섯 생일날 물렛가락에 손가락이 찔려 백 년 동안 잠들었다 이웃 나라왕자님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예술비평가이자 사회비평가, 현장운동가이기도 한 리베카 솔닛이 우리가 알고 있던 수동적이기만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재해석한 “깨어 있는 숲 속의 공주”를 탄생시켰습니다.
모두 세 부분의 나눈 이야기는 🍒아이다,잠자는 공주 🎨마야,깨어 있는 공주 🦅아틀라스, 아돌아왔어로 나누어집니다.

잠자는 공주 아이다는 굳이 왕자의 키스없이도 백 년이 지난 날 스스로 눈을 뜨고 자는 동안 자란 머리카락으로 사다리를 만들어 탑을 탈출합니다.
아이다 공주의 동생 마야는 그림을 열심히 그려 백성들을 위협하는 배고픈 늑대를 그림 속에 가둡니다.
아이다가 잠든 탑에 우연히 들어온 아틀라스는 왕자도 아니고 공주에게 키스를 하지도 않습니다.

새로운 동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몫을 살아갑니다.
더 이상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도 없고 언니를 질투하는 동생도 없습니다.
계모도 등장하지않고 엄마인 왕비는 백성들을 먼저 생각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깁니다.
애정없이 키스로 공주를 깨웠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하는 왕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변주된 이야기만큼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아서 래컴‘의 실루엣 일러스트입니다.
요즘 디즈니에서 제작되는 실사 영화들중에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다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보게 됩니다.
당연히 차별이나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억지스러운 PC는 반발심만 생깁니다.
인종도 알 수 없고 외모도 평가할 수 없는 실루엣을 이용한 그림이 새로운 동화와 어울려 이야기를 빛내줍니다.
이런 동화라면 읽지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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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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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을 행복하게 해 준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두 번째 이야기가 번역됐다.
너무나 익숙한 공간 편의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는 봄날의 햇살만큼이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 주더니 1편에서 못 다한 이야기, 궁금했던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령자 맨션 1층에 자리한 편의점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엔 팬클럽이 있을 정도의 인기쟁이 점장 시바와 직원들이 함께 한다.
편의점인만큼 여러부류의 손님이 오가고 시바 점정은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순종적인 엄마, 그리고 자식들의 요구로 살림을 합친 할머니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인 시노는 식중독에 걸려 이틀동안 결석한 사이 남자친구에게 다른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차이게 된다.
그런데 할머니마저 염색을 하고 스타일을 바꾸며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변화에 놀라고 손녀인 시노는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할머니를 응원하며 이해하게 된다.

편의점에 근무하는 다로는 헤어진 여자친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중 편의점 삼남매와 친해지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1권에도 등장하는 무라이 미즈키가 고등학생이 되고 함께 어울리던 아이들은 다른 학교로 진학하고 새로운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지만 그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는다.
그런 미즈키에게 생각지도 못한 아이가 손을 내민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2권은 사랑과 이해, 연대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자식을 위해 살던 고향을 떠나온 할머니에게 무심한 가족들의 모습이 소설 속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무겁다.
손녀는 할머니를 이해하며 성장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다로는 삼남매를 통해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미즈키 역시 역시사지의 심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고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3편의 연작소설이 실려있는 2권은 1권에 비해 분량이 짧아 읽다만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편의점은 따듯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다.
과연 주에루와 다로의 관계에는 변화가 찾아올지 ‘무엇이든 맨’ 쓰기를 알고 있는 절세미인의 정체는 무엇인지 3권도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다.
작가님 3권은 더 길게 많은 에피소드로 행복을 주세요.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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