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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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남자의 이야기는 거구의 늙은 남자의 입을 통해 시작된다.
‘호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국의 땅에서 한 번도 제대로 이름 불리지 못한 남자는 스웨덴의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다.
네 명의 형제 중 네 살 위의 형 리누스와 호칸만이 살아남자 부모가 빼돌린 망아지를 팔아 마련한 여비를 가지고 둘은 희망의 땅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

호칸은 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형 리누스를 잃어버리고 아메리카로 향한다는 배를 타게 되지만 도착한 곳은 엉뚱한 샌프란시스코였다.
영어도 할 줄 모르고 가진 돈도 없는 어린 호칸은 형을 찾아 동쪽에 있다는 뉴욕으로 갈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절망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기고 하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호칸은 금광을 찾아 헤메다 인간성까지 상실해가는 가장을 둔 아일랜드인 가족과 함께 하기도 하고 이상한 여성에게 납치돼 감금 생활을 하다 탈출하기도 한다.
다행히 박물학자인 로리머와 인디언들을 만나 새로운 지식과 의술을 배우게 되지만 그들과 헤어져 다른 이민자 무리와 함께 하게 된 호칸은 뜻하지않은 사건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현상수배범이 된다.

호칸은 어린 나이에 가난을 피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배에 오르지만 엉뚱한 곳에 도착해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도착해 언어도 통하지 않는 어린 호칸은 때로는 이용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짜 어른을 만나 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하고 에이서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형을 찾기 위해 동쪽으로 향하던 호칸은 황량한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며 자신의 내면에 침전하며 성장한다.
스스로 전설이 되기를 원하지 않은 남자는 사람들을 피하는 사이 더 큰 전설이 되지만 끝끝내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온다.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괴로워하며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여정을 혼자 헤쳐나가는 서부 시대의 전설이 된 남자의 이야기는 끝나지않은 그의 이야기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은 서부 시대 호칸이 걸었던 길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읽는 동안 호칸과 함께 막막한 현실과 광활한 자연 앞에 선 기분을 들게 한다.
헬렌을 잃은 슬픔과 에이서와의 우정을 나누며 행복하기까지 한 시간들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작가의 이야기를 이 한 권으로 끝내기는 아쉬워 조만간 그의 다른 이야기 #트러스트 를 꼭 읽어봐야겠다.


<본 도서는 문학동네 협찬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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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마르틴 베크 시리즈 4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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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경찰의 활약을 그린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1967년 11월의 늦은 밤, 2층 버스 안에서 총격에 의해 여덟 명이사망하고 한 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자 중 마르틴 베크의 살인 수사과의 가장 젊은 수사관인 오케 스텐스트룀이 포함되어 있자 경찰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다.

피해자들끼리는 특별한 관계도 없고 공통점도 없는 데다 변변한 목격자도 없고 범인을 특정할 만한 증거도 없이 수사는 시작된다.
피해자들의 신상이 하나 둘 밝혀지는 가운데 사망자 중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탐문이 시작되고 안타깝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상자까지 사망하자 사망자는 9명으로 늘어난다.
경찰들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피해자들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조사하던 중 신원불상인 남자에 대한 제보를 받게 된다.

스웨덴 최초의 대량 살인사건의 실마리는 도통 풀리지않고 경찰은 오케 스텐스트룀이 조사하던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60년대 경찰의 개별적인 탐문수사가 현재의 2인1조의 경찰 시스템으로 볼 때는 위험하게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각자 조사를 하면서도 개인이 아닌 팀으로 활동하며 개개인의 특기를 살려 수사를 진행해가는 모습은 흥미롭다.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마르틴 베크를 포함 등장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소설의 주인공처럼 한번 보는 것만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다른 지방에서 사건해결위해 파견온 경찰에게 우호적이지도 않다.
거기다 사건이 다 해결된 사실을 모르고 여전히 증거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파견 경찰에게 진실을 알리지도 않는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웃는 경관]은 1971년에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않던 사건이 작은 단서로 인해 다가선 진실은 인간의 과한 욕망이 어떤 모습으로 끝을 보게 되는지 알려준다.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포기하지않고 수사하는 경찰이 모습에 소설이지만 박수를 보낸다.

“경찰이 필요악이기 때문이야. 누구든 불현듯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알지. 직업 범죄자들조차 그래. 제아무리 도둑이라도 자기집 지하실에서 뭔가 달각대는 소리가 들려서 밤중에 잠을 깨면 어떻게 할 것 같나? 당연히 경찰을 부르지.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이 자기 일을 방해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두려움이나 경멸을 표현하기 마련이야.”(p199)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munhakdongne (문학동네)
@elixir_mystery (엘릭시르)

#로재나 #연기처럼사라진남자 #발코니에선남자 #웃는경관 #마르틴베크시리즈 #마이셰발 #페르발뢰 #김명남옮김 #마르틴베크시리즈정주행 #문학동네 #엘릭시르 #서평도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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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의 아류 네오픽션 ON시리즈 22
최윤석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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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의 작가가 남궁민 배우가 출연했던 드라마 ”김과장“의 PD였단다.
소설은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기막힌 상상력과 냉철한 현실감각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로 일상의 공포를 담고 있다.

<얼굴>은 얼굴 성형의 단계를 넘어선 ’패치형 얼굴‘이 유행하던 2055년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피카소가 그때 그때 필요한 눈코입을 끼우는 인간의 얼굴을 보고 돌아가 그린 그림이 ’마리 테레즈 발테르의 초상’이라는 설정으로 성형으로 몰개성화가 된 현실과 피카소의 그림을 절묘하게 이어붙여 경종을 울리고 있다.

찬실이 등장하는 두 편의 이야기 <루돌프에서 만나요!>와 <불로소득>은 가장 현실감 있고 어떤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아무리 외로워도 이웃에 있는 사람보다는 데이팅앱을 통해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을 만나고 가난을 공개해 밥벌이를 하는 커플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 같아 섬뜩하다.

말하는 커피콩의 등장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농부가 등장하는 <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속 커피콩들이 ’그래! 모든 화의 근원은 생각이야.’라고 결론을 내리고 생각을 멈춤 뒤 평범한 커피 체리의 길을 택한다.
그들을 보며 현실에서도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데로 하라고 강요하는 사회를 떠오르게 한다.
<하비삼의 왈츠>는 유튜브에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미친짓도 불사하는 모습이 웃프다가도 만나지 못하는 딸의 영상을 찾아 좋아요와 댓글로 마음을 전하는 모정이 짠하기만 하다.

8편의 소설은 다른 장르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그 이면엔 들여다보면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과도하게 욕망에 집착해 스스로 파멸하는 남자<셜록의 아류>, 감시하는 세상에서 감시하는 시스템을 숭배하는 세상 <산타클로스>, 자신의 만든 예술품의 완성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고물 영감 이야기>까지 소설로만 읽기에는 현실을 닮은 소설 속 세상이 너무 무섭다.

빠른 전개의 이야기라 술술 읽혀서 좋고 재미있어 좋았다.
그리고 현실을 돌아보게 해서 좋다.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날 것 그대로가 아닌 작가의 각색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로 읽는 재미는 박수를 보낼만 하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도서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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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앤드 앤솔러지
조예은 외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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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증후군 그리고 사이코패스까지. 주변을 맴도는 묘한 이질감, 그 이면에 숨은 그들만의 사정은?”

다섯 명의 작가가 인격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로 뭉쳤다.
조예은 작가의 #아메이나아스의칼 은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동생에게 모든 걸 양보하며 동생을 유명인으로 만든 언니의 이야기로 자기애적 인격 장애를 다루고 있다.
쌍둥이 동생을 내세워 욕구를 채워가는 언니의 모습이 안타까운 한편 모든 원인이 엄마의 잘못된 양육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무거워진다.

임선우 작가의 #지상의밤 은 은둔형외톨이인 ‘수’가 해파리가 되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읽는 내내 기시감이 들었는데 작가의 소설집인 #유령의마음으로 의 ‘빛이 나지 않아요’의 설정과 같은 이야기로 두 주인공이 전혀 다른 선택을 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리단 작가의 #레지던시 는 경계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듯한 주인공은 사귀는 남자에게 너무나 굴종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글을 쓰기 위해 들어온 레시던시의 생활은 그린 소설로 실생활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더 마음이 쓰인다.

정지음 작가의 #안뜰의봄 은 부모가 돌아가시고 오랜 시간 큰아버지에게 의탁한 정원이 의존적 인격 장애를 보이며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누구보다 악인으로 변하는 순간을 보게 된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소설은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전건우 작가의 #없는사람 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연쇄 살인범, 그 살인을 눈치챈 소설가라는 흥미진진한 전개 뒤에 뒤통수를 내리치는 반전 카드에 작가의 소설을 읽어온 독자라면 역시 전건우다 싶은 소설이다.

우리는 때로는 특이한 사람, 이상한 사람, 괴팍한 사람 등으로 불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스스로 자기의 성격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사람들 앞에 나서길 힘들어 하기도 한다.
소설 속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등장인물들 역시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조용히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위에서도 만날 수 있고 내가 해당되기도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넥서스앤드에서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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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출간 40주년 기념 특별판)
윤흥길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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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투기로 졸부가 된 최사장은 널금저수지 사용권을 따내자 저수지에 고기를 풀어 양어장을 만든다.
그리고 동네 왈짜 임종술을 저수지 감시원으로 고용한다.
마누라는 도망가고 딸 하나를 홀어머니가 키우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남자에게 감시원이라는 완장이 채워지는 순간 위세가 등등해지고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한편 종술은 마음에 두고 있던 실비주점의 작부 김부월에게도 완장의 위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애를 쓴다.
농사철이 되지만 가뭄이 계속되고 천수답인 마을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저수지 수문을 열 수 밖에 없게 되자 종술은 수문여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출간 4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출간된 ‘완장’은 오래전에 tv드라마로 먼저 본 소설이다.
종술이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완장이 허망하게 물길을 따라 맴돌던 장면이 인상 깊게 남은 드라마는 어리석은 남자가 쥐었던 권력의 허무함에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완장은 찬 사람의 자격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표시일 뿐인데 어느 순간 권력이 되어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고 복종하게 한다.
어리석은 남자는 자신이 찬 완장이 대단한 권력인 양 그것을 꼭 쥐고 있지만 완장 뒤에 숨은 진짜 권력자들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뿐이다.

종술의 완장이야 봄날의 꿈 같이 잠깐 스치고 사라졌지만 세상에는 더 큰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팔에 완장이 둘러진 순간 위임받은 권력인 줄 모르고 자신에게서 나온 것인 양 휘두르고 있다.
방법은 하나 그들에게 권력을 잠시 맡겼던 이들이 혼구녕을 내주던지 그 알량한 권력을 뺏는 수 밖에 없다.
소설은 지금도 자신에게 위임된 권력이 자신의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현대문학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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