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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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다.
스웨덴 남부 말뫼의 호텔 식당에서 손님들로 북적이는 저녁 시간에 총격 사건이 벌어진다.
남자는 딱히 눈에 띄지 않는 걸음걸이로 식당으로 들어와 목표가 정해진 듯 침착하고 단호하게 한 남자를 향해 단 한 발의 총을 쏘고 열린 창문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총을 맞은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경찰이 도착해 수사가 시작되지만 식당에 있던 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피해자는 제계 거물인 ‘빅토르 팔름그렌’으로 밝혀지지만 치료도중 사망하고 만다.
말뫼의 경찰은 국가범죄수사국의 마르틴 베크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한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마르틴은 동료들과 동조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기는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스웨덴 남부 항구도시인 말뫼가 주요 무대가 된다.
거기다 마르틴 베크의 개인사에 변화가 생기고 앞 시리즈에서 ‘콜베리’를 위험에 빠뜨렸던 ‘스카케’가 말뫼로 자리를 옮겨 활약한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들어간 소설의 제목인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스웨덴어로 “경찰, 경찰, 으깬 감자!”라는 뜻으로 1970년 대 시민들이 시위할 때 경찰을 조롱하며 외쳤던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그리스!”(경찰, 경찰, 돼지 같은 경찰“)라는 단어를 사용한 말장난으로 소설에서 말하고자하는 경찰의 무능을 적확하게 표현한 제목이다.
 
경찰소설에서 범인을 잡지 못하고 경찰이 전전긍긍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 범인이 체포되는 순간 희열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추적 끝에 범인이 체포되고도 피해자보다는 살인자의 사정이 안타까워진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살인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복지국가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국가 중 하나지만 빈부격차는 존재하고 경영자는 언제든지 노동자를 해고한다.
해고된 노동자의 삶은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자본가는 점점 부를 쌓아간다.
그리고 그 자본가가 사라진 자리에 이름만 다른 또 다른 누군가가 자리를 차지한다.
 
50여년의 시차를 둔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소설을 읽는 내내 스웨덴의 무더위가 그대로 느껴지고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며
마르틴 베크가 사건을 해결하고도 홀가분함을 느끼지 못한 이유를 함께 공감하게 된다.
그나저나 올 여름이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본 도서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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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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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정월 그믐날 술시,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빨간 후리소데와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소년이 도박꾼에게 긴 칼을 겨누고 외친다.

“나는 이노 세이자에몬의 아들 기쿠노스케. 그대 사쿠베에는 내 아버지의 원수. 여기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자.”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쿠노스케는 사쿠베에의 머리를 잘라 복수를 완성하고 그 일은 “고비키초의 복수‘라 불리며 회자된다.

사건이 벌어지고 2년 뒤 기쿠노스케의 친구라는 무사가 고비키초를 찾아 그 당시 목격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쿠노스케의 친구는 사건에 대한 질문을 물론 목격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청해 듣기 시작한다.

첫 번째 만난 목격자인 잇파치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유녀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천한 일을 전전하다 문전 게이샤가 되었다고 한다.
배우들의 무술 연기를 지도하는 요사부로, 연극의 의상을 담당하는 호타루, 아들을 병으로 잃고 연극의 소도구를 만들며 사는 규조와 오요네 부부, 각본 담당 긴지씨, 만나는 다섯 명의 목격자 모두 사연을 간직한 체 극장 마을에 살고 있다.

1935년 상반기부터 1년에 2회씩 대중문학부문의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나오키상을 2023년에 수상한 작품이니 재미는 보장됐다 할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라고 하지만 일본의 에도 시대는 익숙하지 않은 배경임에 틀림없어 읽기에 저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그것이 괜한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소설의 각 장마다 화자가 바뀌며 사건의 목격담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독자는 청자가 되어 자연스럽게 따라 가다보면 애도 시대의 ‘극장 마을’의 이웃들을 실제로 만나는 기분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복수라는 무서운 사건의 목격자들의 입을 통해 서서히 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처음부터 누가 왜 복수를 했는지를 알려주는 소설은 복수 이면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람들에게 악처라 불리는 거리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도 없지만 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가장 낮은 곳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서 삶과 죽음은 물론 인생 자체가 큰 연극임을 배우게 된다.
각박한 현실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까닭에 이웃 나라의 에도 시대의 이야기에 낭만은 물론 서로 돕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언제 알아차리든 이 소설의 반전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띠지의 문구만큼 이 소설을 제대로 정의내릴 문장은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름다운 외형을 갖은 책만큼이나 어떤 곳에서 살든지 인간미를 잃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시대물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독자라도 한 번 책을 잡게 되면 쉬 놓치 못 할거라고 장담해 본다.




<본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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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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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이나 괴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지라 부담없이 고른 책이다.
거기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나쓰메 소세키의 기담집이라니 안 읽은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세한 내용의 이해는 이야기 뒤에 실린 엮은이인 ’히가시 마사오‘의 해설이 어떤 설명보다 적확할 듯하다.
기담집에는 신체시를 비롯 소세키의 환상적인 작품의 대표작인 ’열흘 밤의 꿈‘, 그리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한 대목도 실려있다.

특히 영국 유학을 다녀온 작가답게 영국의 ’런던탑‘이나 세익스피어의 작품인 멕베스에 관련된 논문인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도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긴 봄날의 소품(발췌)’에 나온 이야기들 중 ‘모나리자’는 짧은 이야기지반 다빈치의 그림의 얽힌 이야기로 명화를 알아보지 못하고 수중에 들어온 그림을 헐값 파는 것이야 말로 그 어떤 기담보다 오싹해서 쓴웃음이 난다.

요즘 나온 기담이나 괴담집이 직접적으로 ‘왁’하고 겁을 준다면 소세키의 기담집은 고딕소설에서 받는 느낌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의 괴기스러움과 분위기를 경험하게 해 공포를 안긴다.
생각했던 재미는 아니였지만 색다른 공포를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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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아오르자 웅진 모두의 그림책 61
허정윤 지음, 이소영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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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는 그네입니다.
바람이 시원한 날에 발을 굴려 그네를 타면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에 행복해지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타는 그네는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우리는 그네를 타며 행복해하기만 했지 우리를 태운 그네의 기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공원 한 쪽 커다란 나무의 가지에 매달린 그네의 이야기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면 묵직하게 견뎌 내야 하는 그네만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매일 다른 무게의 사람들이 찾아와 힘차게 그네를 타지요.
아이들은 두 손에 땀을 쥐고 높게도 낮게도 날며 즐거워합니다.

“0세에서 100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시리즈 웅진모두의책 예순한 번째입니다.
그림책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그네의 이야기를 담기에 충분한 커다란 크기의 판형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타는 그네만큼 역동적이고 선명한 그림은 한 편의 시 같은 글과 어울려 실제로 그네를 탔던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처음 그림책을 봤을때는 단순한 그네의 이야기로만 보였습니다.
반복해서 읽다보니 그네에서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여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족을 위해 사셨던 아버지와 타는 사람들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야하는 그네의 모습이 왠지 닮은 듯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에 자유로워진 그네를 보며 괜히 뭉클해집니다.
아이에게는 발을 굴려 신나게 타는 그네 이야기로 어른에게는 그리운 누군가의 이야기로 읽기에 충분한 그림책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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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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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의 잔 할머니의 일기를 통해 시골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년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던 #체리토마토파이 의 작가 #베로니크드뷔르 의 새로운 소설입니다.
이번 작품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50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 사랑하는 모습을 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쓸쓸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일흔세 살의 엄마에게 첫사랑이자 실연의 아픔을 안겨줬던 남자에게 한 통의 편지가 날아옵니다.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멀리 떨어진 서로의 집을 오가기도 하고 가족들을 함께 만나기도 하며 조심스럽게 만남을 이어갑니다.
 
만약 내가 딸인 베로니크라면 엄마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을까 내내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아직 엄마의 나이는 멀었고 딸의 나이는 지났지만 쉽게 엄마의 사랑을 응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빠에 대한 의리(?)때문만이 아니라 점점 건강을 잃어가는 상대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를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까닭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딸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이기에 엄마가 나이 들어가는 첫사랑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 어땠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는 첫사랑을 만난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나이 따위는 잊고 그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사랑은 누구에게 이해 받는 게 아닌 본인의 간절함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젊은이들의 연애처럼 역동적이거나 주도권 싸움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노년의 사랑을 보며 긴 시간 혼자 쓸쓸히 보내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되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음에도 그들에게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며 노인과 장애인의 사랑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로니크가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른 사람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편견없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과연 나는 진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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