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조건 :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세요
네후네 하야세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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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인생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사람 모집 중! 월급 15만 엔~ *입주 필수>

당장 죽어도 상관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청년 ‘다카라 다카히로’는 역 근처라 편리하고 조용한 10층짜리 맨션의 702호에 입주한다.
단 입주 옵션으로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야 한다.

친구가 된 이웃은 시커멓게 짓무른 여섯 개의 손가락과 대롱 모양의 입안에는 긴 혀를 갖고 있는 괴이한 존재이다.
베란다 너머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웃은 매번 “친구에게 들은 얘기인데”로 시작하는 괴담을 들려준다.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고 ’그 사람’이라고 부를 만큼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다카히로의 현실이 암담해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섭다기 보다 애잔하고 마음 아픈 도시 괴담쯤으로 여겨진다.
비밀에 싸인 맨션 5층의 존재와 엄마를 원했던 705호 스미에 유나에게 더 깊은 사연이 있는 듯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래도 ‘다카히로’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와 주는 간도 씨와 괴이라는 존재와 가까운 듯한 이노히라 씨, 어릴 적 친구인 하야토의 위로가 큰 힘이 돼 줘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이라는 마지막 장의 글자는 모든 떡밥을 회수할 기회가 미뤄져 허탈하기도 하지만 더 오싹한 후속작이 나온다는 예고이기에 올여름이 가기 전에 다음 편이 출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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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웅진 우리그림책 155
박성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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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제6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인 <쉿!>은 민트색 표지에 가느다란 글자의 제목, 그리고 아이와 고양이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표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앞면지를 넘기면 새까만 바탕에 그려진 고양이에게 누군가 “안녕!” 인사를 건네네요.

편안한 잠옷을 입은 아이와 유연한 몸짓의 고양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건네는 말에 반응하며 물속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르다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그림책에서 만나기 어려운 검은 배경에 여러 겹의 실루엣을 겹쳐 그린 그림은 아이와 고양이의 꿈속인 듯 환상적입니다.
처음에는 아이와 고양이의 몸짓에 집중해 읽다 인사를 건네는 이의 정체를 알고 다시 읽을 때는 글자의 배치가 비밀스러운 존재의 소리와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글밥이 적은 그림책은 그림에 집중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글자를 읽기 위해 휘리릭 넘겼다면 반복해서 읽으며 아이와 고양이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됩니다.
짧은 글이지만 기발한 그림 속에서 여름밤의 성가시지만 그것마저도 즐거웠던 어느 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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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는 법
박현민 지음 / 달그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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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달그림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놀이터의 그네는 앉는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놀이기구로 어느 곳을 보고 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박현민 작가의 신간 #그네타는법 은 방향을 선택해 탈 수 있는 그네의 특성을 살려 앞면과 뒷면을 고정해 놓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도형자 2개를 사용해 그린 그림책은 e-북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차별화된 그림책의 물성을 보여줍니다.
수직으로 움직이는 그네의 특성을 살려 길게 제작된 판형과 탁상 달력 방식의 스프링 제본은 앞뒤로 움직이는 그네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흰색 면과 회색 면으로 표현된 그림책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우리 인생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먼저 제목이 적힌 흰색 면을 시작으로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겨봅니다.
나한테 딱 맞는 그네도 처음에는 타는 게 쉽지 않은 데다 힘껏 발을 굴러야 하고 두 손을 꽉 잡아야 합니다.
중심이 흔들리면 베베 꼬이고 앉아서 타야 오래 탈 수 있습니다.

흰색 면이 그네에 빗댄 삶의 기준과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회색 면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누가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네 타기를 막 시작한 어린이에게는 그네를 타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설명서가 될 것이고 삶이 불안한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길잡이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그네의 앉는 방향을 내가 정하듯 우리의 인생 또한 나아갈 방향을 자신이 정합니다.
그네를 힘껏 굴려 높이 올라가는 아이도 있고 차분히 앉아서 흔들리는 그네에 몸을 맡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듯 인생도 저마다 좋아하는 높이가 있습니다.
혼자 타는 그네의 높이를 다른 사람과 굳이 비교하지 않듯이 우리의 삶도 남과 비교할 필요 없습니다.

<그네 타는 법>은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는 여느 책들과는 달리 매일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오브제가 됩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메시지는 큰 위로를 건네줍니다.
이왕 탔으니, 끝까지 올라가도 되지만 반드시 높이 올라갈 필요 없는 그네처럼 나 자신에 맞춰 유연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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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파티 : 파티원 구함
노에미 볼라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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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문학동네그림책 뭉끄 6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가지고 있던 책도 다 읽었고 많은 발에 필요한 양말짝도 다 맞춘 그날은 정말 심심했어요.
심심한 채로 하루를 보낼 수 없었던 애벌레는 “이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고 어느 누구도 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따라올 수 없는 인생 최고의 파티를!!!”열기로 했습니다.

목마를 때 마실 주스도 멋들어진 파티 장식도 알록달록한 반짝이도 달콤한 디저트도 먹음직한 피자도 뾰족한 파티 모자도 얼굴에 붙일 별 스티커도 필요한 건 다 있어요.
그런데 파티에 올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올 수가 없대요.

파티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친구들을 초대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파티를 애벌레는 어떻게 보낼까요?
아무도 오지 않는 파티 때문에 기운이 쭉 빠지고 정말 속상했지만, 애벌레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낸 아이디어로 혼자만의 파티를 즐깁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가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해도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게 인생입니다.
머리와 여러 개의 마디가 있는 애벌레의 특성을 잘 살려 낸 그림책은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없을 때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려줍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애벌레의 지혜와 어울리는 귀여운 그림은 슬며시 미소 짓게 합니다.
함께 해도 즐겁지만,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으로 최고의 즐거움을 찾은 애벌레에게 박수를 보내며 애벌레의 파티에 초대받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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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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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돼 제공받은 가제본으로 읽었습니다.>

제목인 ‘인비인(人非人)’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나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하는 말이다. (인터넷 서점 책 소개 글 중)

#혼모노 로 많은 사랑을 받은, 성해나의 신작 소설집은 여름에 어울리는 기담집이다.
작가의 첫 기담집은 ‘어제, 오늘, 내일’ 세 개의 장으로 나눠 9편의 소설을 실었는데 각 장에 수록된 3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표제작인 <인비인>은 ‘어제‘의 장에 실린 소설로 영화감독인 ’나‘의 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온 노인에게 받은 편지가 주 내용이다.
일제 강점기 731부대에서 인간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으로 태어난 가타마리(덩어리)가 자신을 오야지라 부르자 생매장해 버린 남자는 일본이 패망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남자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의원을 하며 평범하게 살다 그가 생매장한 가타마리가 발견되고 그곳에서 그의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이 함께 발견된다.
인간의 형상과 거리가 먼 가타마리가 괴물처럼 느껴지기보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성도 없이 감독인 ’나‘에게 전범으로 몰린 자신을 대변해 줄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전한 노인이야말로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이 아닌가 싶다.

’오늘‘편에 실린 <윤회(당한) 자들>은 이미 다른 지면에서 읽은 소설로 다시 읽는 이야기는 고군분투하는 다큐 감독의 이야기인 #cv빌런고태경 과 겹쳐 잠입 취재에 목숨을 건 주인공에게 동조하며 읽게 된다.
과연 윤회 당하기 위해 모인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들이 최종 종착지를 꿈꾸며 서서히 모임에 스며드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자화상처럼 느껴져 서글퍼진다.

미래의 이야기인 ’내일’편<아미고>는 인간을 대체해 나가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미고에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 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스턴트맨의 이야기로 그 어떤 기담보다 공포스러웠다.
가끔 인간의 직업 중 로봇이 대체할 직종이 무엇인가 하는 논의를 보며 내가 하는 일은 아니겠지 싶다가도 이러다가 인간이 설 자리가 아예 사리지는 게 아닌가 심히 걱정스럽다.
그래서인지 세 편의 이야기 중 미래의 이야기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져 그 어떤 공포보다 무섭고 두려운 이야기였다.

맛보기로 읽은 세 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읽어온 기담과 다르게 기이한 현상도 무서운 유령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든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일이기에 그 어떤 괴담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현실감 있는 기담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3편만으로는 아쉬운 성해나의 기담집, 나머지 이야기로 꽉 채워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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