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친구가 되어 줄게 ㅣ 웅진 세계그림책 272
에런 베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았습니다.>

물에 잠긴 도시에 홀로 남겨진 로봇 ’노아‘의 이야기는 면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커다란 해안 방벽을 건설하던 노아는 어쩐 일인지 홀로 남아 동물원에 남겨진 동물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판다에게는 대나무를, 코끼리에게는 풀을, 호랑이에게는 물고기를 잡아다 줍니다.

노아는 어두운 밤이면 불을 밝히고 가끔은 작은 배를 만들어 바다에 띄우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많은 비가 내리고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갑니다.
이대로 동물원에 머물 수 없었던 노아는 동물들을 위해 커다란 방주를 만들어 폭풍우 치는 바다를 항해합니다.

어떤 때는 글자 없는 그림책을 보는 시간이 글밥이 많은 그림책을 읽는 시간보다 더 길어질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 친구가 되어줄게>가 그런 그림책입니다.
헌사인 ‘이사벨에게‘와 제인 구달의 서문을 제외하면 글자라고는 단 하나도 없지만 어느 그림책보다 오래 들여다 보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 글자도 품고 있지 않은 그림책을 여러 날에 걸쳐 보면서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이름이 없던 로봇의 이름은 ‘노아’였고 면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그의 본래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에는 왜 해수면이 높아졌는지, 인간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가면서 그곳에 살던 동물들의 생존이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바닷물의 높이가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기에 노아가 겪고 있는 일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처럼 느껴져 불안하고 두려워집니다.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로봇의 반전은 이기적이기만 한 인간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노아의 이야기가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지구 위의 생명체가 보내는 소리 없는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수많은 말로 전하는 교훈보다 묵묵히 동물들을 돌보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노아의 실천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오는 노아의 일상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방법은 누구보다 우리 인간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더욱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해풍주점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비채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처음 만난 우밍이의 작품 <복안인>은 거대한 쓰레기 섬을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깊이 있게 그려 낸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생태소설이었다.
다소 가벼운 제목의 <해풍주점>은 <복안인>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 작가 특유의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원주민 소년 투누흐는 목에 고무줄이 걸린 개를 구하려고 뒤를 쫓다 동굴에 이르게 되고, 소녀 수쯔는 도시로 팔려갈 위기에 처하자 몰래 집을 나와 산으로 들어갔다가 같은 동굴에 다다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이 들리는 방향으로 나가기로 약속하고, 투누흐는 수쯔가 안전해질 무렵 해풍촌으로 찾아가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수쯔는 홀로 딸을 낳아 키우다 해풍촌으로 돌아와 해풍주점을 열게 되고, 투누흐 역시 도시 생활을 정리한 뒤 해풍촌에 정착한다.
특별한 일이 없을 것 같던 마을에 시멘트 공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투누흐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시위대를 조직해 공장 건설 반대 운동을 시작한다.

소설은 원주민 투누흐와 수쯔의 인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산의 형상을 한 거인 드나미아의 이야기, 그리고 어른이 된 투누흐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시멘트 공장 건설에 맞서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수쯔이다.
어린 시절 잠시 머물렀던 해풍촌을 자신의 고향으로 선택하고, 과거를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일궈 나가는 모습은 어떤 환경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냥을 생업으로 하는 원주민에게 산은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시멘트 공장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심정 또한 이해가 가고,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파의 주장 역시 틀리지 않았기에 어느 한쪽을 쉽게 악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작가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인물들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아내며,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드나미아는 단순한 전설 속 거인이 아니라,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상징하는 듯하다.
드나미아의 최후는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를 뼈저리게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자연은 인간과 분리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터전이라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깊이 일깨워 준다.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엮어내는 우밍이의 소설은 대만이 겪어야 했던 역사적 아픔과 그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작은 마을 해풍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환경 문제와 그 선택의 결과를 비추며, 개발과 공존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해풍주점>은 단순히 한 마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삶의 터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눈물을 마시는 새 1 (양장) -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민음사 김민경 편집자가 나와 어찌나 영업을 잘 하시는지!
게다가 알고리즘에도 눈마새가 침투해 잊을 만하면 누군가 눈마새를 이야기한다.

눈마새만도 네 권인데 그 뒤를 이어 #피를마시는새도 읽어야 할 것 같아 미루고 망설이기를 여러 달 했는데, 드디어 #눈물을마시는새를 시작했다.

1권에서는 나가를 잡아먹는 인간 케이건 드라카, 피를 무서워하면서도 가장 마음이 따뜻한 도깨비 비형 스라블, 압도적인 신체적 능력을 갖춘 조류를 닮은 외형의 레콘 타나한, 그리고 철저한 여존남비 사회에서 성인이 돼 심장을 적출하는 순간 거의 불사의 몸이 되는 나가 륜 페이가 하인샤 대사원을 향해 가는 여정이 그려진다.

각 종족의 특성을 살려 각자의 위치에서 위험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권을 덮으며 솔직히 편협했던 내 생각을 반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은연중 판타지라면 외국 작가의 소설이라야 읽을 만하다는 못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이영도 작가의 작품은 탄탄한 설정과 현실의 불합리를 세련된 방식으로 비꼬는 이야기여서 초현실적인 판타지가 어느새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케이건은 나가에게 어떤 원한이 있어 잡아먹기까지 하는지, 륜은 하인샤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
모든 게 궁금하다.

이제 막 이영도 월드에 발을 디뎠는데, 앞으로 읽어야 할 작품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웅장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고양이의 참배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진행되는 괴담 자리는 이야기꾼도 한 명, 이야기를 듣는 청자도 한 명이다.
처음엔 미시마야의 주인 이헤에의 조카딸인 오치카가 청자였는데 오치카의 결혼 후 이헤에의 둘째 아들 도미지로가 그 자리를 맡고 있다.

맛있는 걸 좋아하는 도미지로는 이야기꾼에게 대접할 과자를 직접 고를 정도로 이야기 자리에 애정을 품고 있다.
흑백의 방에서 들은 이야기는 듣고 버려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버리던 도미지로는 어느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그림 수업을 받는다.

이야기꾼의 외할머니가 겪었다는 요괴 고양이와의 인연은 그 시대의 여성의 지위와 시집살이의 고됨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물에 사는 요괴 갓파가 등장하는 <멋쟁이 등딱지>는 갓파의 도움으로 마을을 지키는 모습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정치가와 그로 인해 고통받던 민중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입맛이 씁쓸하다.

<백 자루 부엌칼>은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미시마야가 당면한 고민과 맞물린 이야기다.
특히 이야기꾼 하쓰요가 직접 겪은 이야기라 야마모모와 미다이 님에 대한 애정과 요괴 야만바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러나 가장 흥미로웠다.

모두 3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미시마야 시리즈의 열 번째 이야기인 <고양이의 참배> 8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세 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요괴는 죄를 지은 인간에게는 무서운 벌을 내리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해 나가는 선한 이에게는 한없는 너그러움을 보여준다.

권선징악이 뚜렷해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미시마야의 현재와 엮이면서 청자인 도미지로의 선택에도 영향을 준 탓에 옛이야기가 주는 힘을 느끼게 한다.
흑백의 방을 찾아온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온 마음을 다해 듣고 그림에 대해 고민하면서 가게를 도우며 일상을 살아가는 도미지로의 삶이 변함없이 계속되길 바라며 책을 덮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안녕 신 ㅣ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단 이벤트에 선정돼 내 친구의 서재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전작인 #신게임 에서 스스로 신이라고 말하는 스즈키의 정체를 아는 이는 ‘나’ 한 명뿐이었는데 #안녕신 의 스즈키는 전학 간 학교의 반 아이들 모두 정체를 알고 있다.
구온초 탐정단 단원인 나, 구와마치 준처럼 스즈키가 신이라는 말을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를 신이라고 믿고 있다.

“범인은 ㅇㅇㅇㅇ야.”
나, 구와마치 준 앞에서 신이 선언했다.

구와마치는 스즈키가 신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면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날 때면 그에게 질문하고 스즈키는 범인을 지목한다.
친구의 아버지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고 담임의 이름을 대기도 하고 친구를 범인이라고 특정하기도 한다.

스즈키가 신은 아니지만 특별한 힘을 가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 구와마치는 질문하고 답을 듣고 구온초 탐정단원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구와마치는 스즈키에게 범인으로 의심받는 이가 확실히 범인이 아니길 바라며 묻기에 스즈키의 답이 틀려도 불안하고 맞아도 괴롭기만 하다.

초등학생이 겪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살인 사건인 데다 피해자가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범인으로 지목된 이가 탐정단원이기도 하다.
스즈키가 지목한 범인이 진범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구와마치는 매번 질문하고 스즈키의 대답에 괴로워한다.

“백 퍼센트 옳다고는 생각 안 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향을 보면 전부 거짓말도 아니겠지. 사기꾼은 아흔아홉 개의 진실 속에 하나의 거짓을 섞어 넣는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 녀석을 믿지 않아. 구와마치, 너도 믿지 않는 게 좋아.” (p154)

스스로 신이라고 말하는 스즈키의 대답으로 범인을 알게 된 후 본격 추리는 시작되고 진범이 잡히는 방식의 이야기는 아흔아홉 개의 진실 속 섞인 하나의 거짓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살인사건만큼이나 잔혹하게 느껴진다.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은 오랫동안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던 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어떤 관계의 변화도 택하지 못하는 구와마치의 현실을 이해하려 애쓰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