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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주점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평점 :
<본 도서는 비채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처음 만난 우밍이의 작품 <복안인>은 거대한 쓰레기 섬을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깊이 있게 그려 낸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생태소설이었다.
다소 가벼운 제목의 <해풍주점>은 <복안인>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 작가 특유의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원주민 소년 투누흐는 목에 고무줄이 걸린 개를 구하려고 뒤를 쫓다 동굴에 이르게 되고, 소녀 수쯔는 도시로 팔려갈 위기에 처하자 몰래 집을 나와 산으로 들어갔다가 같은 동굴에 다다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이 들리는 방향으로 나가기로 약속하고, 투누흐는 수쯔가 안전해질 무렵 해풍촌으로 찾아가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수쯔는 홀로 딸을 낳아 키우다 해풍촌으로 돌아와 해풍주점을 열게 되고, 투누흐 역시 도시 생활을 정리한 뒤 해풍촌에 정착한다.
특별한 일이 없을 것 같던 마을에 시멘트 공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투누흐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시위대를 조직해 공장 건설 반대 운동을 시작한다.
소설은 원주민 투누흐와 수쯔의 인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산의 형상을 한 거인 드나미아의 이야기, 그리고 어른이 된 투누흐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시멘트 공장 건설에 맞서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수쯔이다.
어린 시절 잠시 머물렀던 해풍촌을 자신의 고향으로 선택하고, 과거를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일궈 나가는 모습은 어떤 환경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냥을 생업으로 하는 원주민에게 산은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시멘트 공장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심정 또한 이해가 가고,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파의 주장 역시 틀리지 않았기에 어느 한쪽을 쉽게 악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작가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인물들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아내며,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드나미아는 단순한 전설 속 거인이 아니라,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상징하는 듯하다.
드나미아의 최후는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를 뼈저리게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자연은 인간과 분리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터전이라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깊이 일깨워 준다.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엮어내는 우밍이의 소설은 대만이 겪어야 했던 역사적 아픔과 그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작은 마을 해풍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환경 문제와 그 선택의 결과를 비추며, 개발과 공존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해풍주점>은 단순히 한 마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삶의 터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