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진행되는 괴담 자리는 이야기꾼도 한 명, 이야기를 듣는 청자도 한 명이다.처음엔 미시마야의 주인 이헤에의 조카딸인 오치카가 청자였는데 오치카의 결혼 후 이헤에의 둘째 아들 도미지로가 그 자리를 맡고 있다.맛있는 걸 좋아하는 도미지로는 이야기꾼에게 대접할 과자를 직접 고를 정도로 이야기 자리에 애정을 품고 있다.흑백의 방에서 들은 이야기는 듣고 버려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버리던 도미지로는 어느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그림 수업을 받는다.이야기꾼의 외할머니가 겪었다는 요괴 고양이와의 인연은 그 시대의 여성의 지위와 시집살이의 고됨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물에 사는 요괴 갓파가 등장하는 <멋쟁이 등딱지>는 갓파의 도움으로 마을을 지키는 모습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정치가와 그로 인해 고통받던 민중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입맛이 씁쓸하다.<백 자루 부엌칼>은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미시마야가 당면한 고민과 맞물린 이야기다.특히 이야기꾼 하쓰요가 직접 겪은 이야기라 야마모모와 미다이 님에 대한 애정과 요괴 야만바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러나 가장 흥미로웠다.모두 3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미시마야 시리즈의 열 번째 이야기인 <고양이의 참배> 8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세 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요괴는 죄를 지은 인간에게는 무서운 벌을 내리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해 나가는 선한 이에게는 한없는 너그러움을 보여준다.권선징악이 뚜렷해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미시마야의 현재와 엮이면서 청자인 도미지로의 선택에도 영향을 준 탓에 옛이야기가 주는 힘을 느끼게 한다.흑백의 방을 찾아온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온 마음을 다해 듣고 그림에 대해 고민하면서 가게를 도우며 일상을 살아가는 도미지로의 삶이 변함없이 계속되길 바라며 책을 덮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