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1 (양장) -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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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민음사 김민경 편집자가 나와 어찌나 영업을 잘 하시는지!
게다가 알고리즘에도 눈마새가 침투해 잊을 만하면 누군가 눈마새를 이야기한다.

눈마새만도 네 권인데 그 뒤를 이어 #피를마시는새도 읽어야 할 것 같아 미루고 망설이기를 여러 달 했는데, 드디어 #눈물을마시는새를 시작했다.

1권에서는 나가를 잡아먹는 인간 케이건 드라카, 피를 무서워하면서도 가장 마음이 따뜻한 도깨비 비형 스라블, 압도적인 신체적 능력을 갖춘 조류를 닮은 외형의 레콘 타나한, 그리고 철저한 여존남비 사회에서 성인이 돼 심장을 적출하는 순간 거의 불사의 몸이 되는 나가 륜 페이가 하인샤 대사원을 향해 가는 여정이 그려진다.

각 종족의 특성을 살려 각자의 위치에서 위험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권을 덮으며 솔직히 편협했던 내 생각을 반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은연중 판타지라면 외국 작가의 소설이라야 읽을 만하다는 못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이영도 작가의 작품은 탄탄한 설정과 현실의 불합리를 세련된 방식으로 비꼬는 이야기여서 초현실적인 판타지가 어느새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케이건은 나가에게 어떤 원한이 있어 잡아먹기까지 하는지, 륜은 하인샤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
모든 게 궁금하다.

이제 막 이영도 월드에 발을 디뎠는데, 앞으로 읽어야 할 작품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웅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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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참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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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진행되는 괴담 자리는 이야기꾼도 한 명, 이야기를 듣는 청자도 한 명이다.
처음엔 미시마야의 주인 이헤에의 조카딸인 오치카가 청자였는데 오치카의 결혼 후 이헤에의 둘째 아들 도미지로가 그 자리를 맡고 있다.

맛있는 걸 좋아하는 도미지로는 이야기꾼에게 대접할 과자를 직접 고를 정도로 이야기 자리에 애정을 품고 있다.
흑백의 방에서 들은 이야기는 듣고 버려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버리던 도미지로는 어느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그림 수업을 받는다.

이야기꾼의 외할머니가 겪었다는 요괴 고양이와의 인연은 그 시대의 여성의 지위와 시집살이의 고됨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물에 사는 요괴 갓파가 등장하는 <멋쟁이 등딱지>는 갓파의 도움으로 마을을 지키는 모습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정치가와 그로 인해 고통받던 민중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입맛이 씁쓸하다.

<백 자루 부엌칼>은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미시마야가 당면한 고민과 맞물린 이야기다.
특히 이야기꾼 하쓰요가 직접 겪은 이야기라 야마모모와 미다이 님에 대한 애정과 요괴 야만바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러나 가장 흥미로웠다.

모두 3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미시마야 시리즈의 열 번째 이야기인 <고양이의 참배> 8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세 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요괴는 죄를 지은 인간에게는 무서운 벌을 내리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해 나가는 선한 이에게는 한없는 너그러움을 보여준다.

권선징악이 뚜렷해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미시마야의 현재와 엮이면서 청자인 도미지로의 선택에도 영향을 준 탓에 옛이야기가 주는 힘을 느끼게 한다.
흑백의 방을 찾아온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온 마음을 다해 듣고 그림에 대해 고민하면서 가게를 도우며 일상을 살아가는 도미지로의 삶이 변함없이 계속되길 바라며 책을 덮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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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신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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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단 이벤트에 선정돼 내 친구의 서재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전작인 #신게임 에서 스스로 신이라고 말하는 스즈키의 정체를 아는 이는 ‘나’ 한 명뿐이었는데 #안녕신 의 스즈키는 전학 간 학교의 반 아이들 모두 정체를 알고 있다.
구온초 탐정단 단원인 나, 구와마치 준처럼 스즈키가 신이라는 말을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를 신이라고 믿고 있다.

“범인은 ㅇㅇㅇㅇ야.”
나, 구와마치 준 앞에서 신이 선언했다.

구와마치는 스즈키가 신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면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날 때면 그에게 질문하고 스즈키는 범인을 지목한다.
친구의 아버지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고 담임의 이름을 대기도 하고 친구를 범인이라고 특정하기도 한다.

스즈키가 신은 아니지만 특별한 힘을 가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 구와마치는 질문하고 답을 듣고 구온초 탐정단원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구와마치는 스즈키에게 범인으로 의심받는 이가 확실히 범인이 아니길 바라며 묻기에 스즈키의 답이 틀려도 불안하고 맞아도 괴롭기만 하다.

초등학생이 겪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살인 사건인 데다 피해자가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범인으로 지목된 이가 탐정단원이기도 하다.
스즈키가 지목한 범인이 진범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구와마치는 매번 질문하고 스즈키의 대답에 괴로워한다.

“백 퍼센트 옳다고는 생각 안 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향을 보면 전부 거짓말도 아니겠지. 사기꾼은 아흔아홉 개의 진실 속에 하나의 거짓을 섞어 넣는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 녀석을 믿지 않아. 구와마치, 너도 믿지 않는 게 좋아.” (p154)

스스로 신이라고 말하는 스즈키의 대답으로 범인을 알게 된 후 본격 추리는 시작되고 진범이 잡히는 방식의 이야기는 아흔아홉 개의 진실 속 섞인 하나의 거짓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살인사건만큼이나 잔혹하게 느껴진다.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은 오랫동안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던 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어떤 관계의 변화도 택하지 못하는 구와마치의 현실을 이해하려 애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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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여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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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나 진술서가 떠오르는 제목의 소설은 1983년생인 주인공 ‘나’와 1959년생인 ‘나’의 엄마 미복이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몸에 관한 이야기다.
평생에 걸쳐 매우 마른 몸으로 살았던 ‘나’와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몸으로 살아온 ‘미복’의 삶은 전혀 다르지만, 소설의 1 ,2부에서 전하는 그녀들이 자신의 몸을 대하는 모습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고, 엄마인 ’미복‘보다는 나이가 적은 나지만 두 여자의 살았던 시대 대부분을 공감하며 세상은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며 읽었다.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신의 몸이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기에 짧은 이야기였지만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래서인지 엄마와 영석 언니에게 전하는 말을 거듭 읽으며 <몸과 여자들>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 엄마,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p65)

- 영석 언니, 억압과 해방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뫼비우스의 띠인지도 몰라. 억압이 계속되다가 어느 날 전복되어 해방으로 향하지만, 어떠한 종류의 해방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겐 결국 억압으로 작용해. 나에겐 섹스에 대한 모든 것이 그래. 해방을 어디까지 해방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해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억압을 어디까지 억압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억압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걸 따지다 보면 해방이 결국 억압과 이어져 있다고 느껴. 언니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어? (p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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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지지 않고 인생그림책 49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고정순 그림, 권정생 옮김 / 길벗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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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문학가 미야자와 겐지의 시를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다 가신 권정생 선생이 번역해 더 특별합니다.
뒤표지에 적힌 시 원문만으로도 삶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게 됩니다.

시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알아챌 수 있는 시에 고정순 선생의 그림은 시를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작은 교회의 지붕에 종탑을 보는 까마귀로 시작된 그림책은 계절의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비에도 바람에도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삶을 꿈꾼 시인의 시는 그림을 만나 사계절을 담았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분단으로 가슴 아파하는 이의 뒷모습도 보여줍니다.

100년도 전에 살았던 시인의 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번은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살피라는 간곡한 부탁을 합니다.
검소하게 살다 가신 권정생 선생의 모습이 시를 읽는 동안 내내 떠오릅니다.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엔 허둥허둥 걸으며
모두한테서 멍텅구리라 들으며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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