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는 예스24 리뷰어 클럽에 선정돼 북로드에서 제공받았습니다.>근처에 또래라고는 없는 나가노현의 작은 마을에 사는 나쓰히와 아오바 쌍둥이 자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기리노 아키토라는 남자아이가 마을로 이사 온다.둘은 그를 좋아하게 되고 특히 아오바가 아키토와 자신은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어울리는 일은 전혀 없다.4학년이 되어서도 아키토에 대한 아오바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고 어느 날 아키토의 자전거에 아오바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다.아오바의 얼굴에 큰 상처를 남긴 사고 후 어른끼리는 사이가 멀어지지만, 아이들은 서로 마음을 열고 친하게 지낸다.여름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마을 근처 산으로 간 아이들은 도로를 벗어난 숲 속에 오래된 집을 발견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방 중앙에 매달린 천을 발견한다.희고 반투명한 천이 있는 방에 먼저 들어간 아오바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온 집안을 찾아 헤매도 아오바는 보이지 않는다.어쩔 수 없이 혼자 집에 돌아와 부모님에게 혼날 각오를 하며 아오바가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부모는 아오바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인다.얼마 후 아키토는 부모의 직장 문제로 이사를 가고 아오바는 모든 사람들에게 애초에 없는 존재가 된다.대학생이 된 나쓰히는 졸업 논문 지도 교수인 후지에다 교수가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함께 공부하던 아즈사, 미오를 만나 이야기하던 도중 몇 년 전 기요하라라는 시간 강사 역시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셋은 후지에다 교수를 찾아보기로 하지만 얼마 후 아즈사의 주검이 발견되고 그 죽음에 작자 미상의 수백 년 전 이야기 ‘아사토호’가 관련돼 있음을 알아낸다.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호러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으로 처음엔 어린 시절 쌍둥이 자매의 실종이 나쓰히에 잘못으로 인한 사고라 부모님이 그 존재 자체를 숨기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하지만 대학생이 된 나쓰히의 주변에서는 연달아 사건이 발생하고 그 뒤에는 실물이 전해지지 않는 고서가 관련됐다는 이야기는 일본 특유의 호러물 느낌이 많이 난다.거기다 어린 시절 아픔을 공유한 아키토가 주인공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 도와주는 설정은 청춘물을 읽는 기분이었다.한편 ’아사토호‘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실종과 죽음은 비디오를 보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영화를 떠오르게 하지만 고서에 얽힌 괴담과 그 뒤에 숨겨진 반전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반전이라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단순히 실체 하지 않는 고서에 얽힌 호러가 아닌 현실과 환상을 오가게 하는 매개체의 존재와 그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의 공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실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 소름 돋는다.일본 고전에 관한 설명이 길게 이어지기는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다음 전개가 궁금해지는 소설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 둘 만큼 오싹하고 흥미롭다.
2026년 첫 번째로 어떤 책을 읽을까 한참 고민하다 고른 책이 색을 뺀 표지에 텍스트로만 가득한 이천이십오 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덤덤한 내용의 소설을 쓰지만 그 덤덤함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주란 작가의 <겨울 정원>이 수상작이다. <겨울 정원>은 제주도로 내려간 친구에게 싸게 얻은 정원 딸린 집에서 딸 미래와 살고 있는 혜숙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오피스텔 청소를 하는 혜숙 씨의 시간은 아는 언니들과 가끔 어울리고 딸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큰 사건도 사고도 없이 단조롭게 천천히 흘러간다. 육십 인 혜숙 씨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나는 오인환 씨와의 이별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혜숙 씨의 매일매일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탓에 그녀의 일상을 더 공감하며 읽었다. 그러면서도 황량한 정원은 봄이 되면 소란스러워지지만 한 번 지나간 청춘은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절대 되돌아오지 않음을 알기에 서글퍼지기도 했다. 수상 후보작들도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라 호불호 없이 즐겁게 읽었다. 그중 임선우 작가의 <사랑 접인 병원>은 아무리 노력해도 세월이 흐르면서 무뎌지고 흐려지는 사랑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도 하다. 도서관 대출 도서로 읽기에는 서운해 꼭 소장하고 싶은 소설집이다.
의도한 건 아닌데 올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소설 보다 겨울>이다.‘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문지문학상 후보작)을 묶은 단행본으로 1년에 네 권씩 출간되는 시리즈로 특히 올해 출간된 시리즈는 표지의 그림이 예뻐 더 눈길이 간다.<별개의 문제>정반대 성향의 ‘병주’와 결혼한 ‘나’는 다니던 디자인 스튜디오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다 병주가 피자 가게를 창업하면서 가게를 나가기 시작한다.가게가 자리를 잡아갈 즈음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손님이 별점 테러를 가하기 시작하고 병주는 점점 별점에 집착하기 시작한다.<뱀이 있는 곳>자손들의 일이 풀리지 않은 건 할아버지의 뱀술 때문이라는 박수무당의 말에 정인은 할아버지가 남긴 뱀술을 처리하기 위해 사촌인 하진이 살고 있는 사천에 내려간다.정인은 여러 번의 도전에도 취업이 불발되고 하진은 직장 선배를 성추행으로 신고했다 도리어 무고죄로 고발당했으니 무당의 점사가 아주 틀린 것 같지는 않다.<5월은 창가의 호랑이>좁은 단칸방에서 엄마 국화와 살고 있는 호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를 따라갔다 위층의 ‘준‘과 친해진다.가족도 없이 가족이 키우던 반려묘인 ‘호랑이‘를 키우고 있는 준은 나중에 고향에서 희곡만 파는 서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소설집에 실린 3편의 소설은 누군가 실제로 경험했음 직한 이야기이다.그중 가장 공감하며 읽은 <별개의 문제> 속 배달 앱의 별점에 울고 웃는 자영업자인 병주의 모습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대견함보다는 천진스러움을 빼앗기고 생활에 찌들어가는 누군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거기다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하는 결말까지 슬프다.부디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내년에는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다.병주는 건강하고 예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오리지널리티한 피자로 대박 나길 바라며 정인은 바라는 회사에 취직하고 하진은 재판에 이기길 바란다.지금은 중년의 멋진 아저씨가 되었을 준은 꿈을 이루어 어디에선가 희곡만 파는 서점의 주인이 되었길 호수는 국화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길 바라본다.
<본 도서는 필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맞춤하게 필사할 책은 물론 적당한 필기구에 노트까지 준비해야 하는 필사는 부지런하지도, 그렇다고 꾸준하지도 않은 탓에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시적인 필사>는 필사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번잡스러운 준비물을 단숨에 해결해 줍니다.시인이 골라낸 다섯 가지 테마의 일흔아홉 편의 문장은 잠깐의 시간을 할애해 언제 어디서나 필기구만 있다면 필사를 가능하게 합니다.왼쪽에는 필사할 시가 있고 오른쪽에는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전문이 수록된 시도 있고 일부를 발췌해 놓은 시도 있지만 한 편 한 편이 필사하기에 적당한 길이라 이제 막 필사를 시작하는 독자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발췌된 시의 원문을 찾아 읽는 것도 재미있습니다.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인의 시는 물론 낯선 시인의 시도 만날 수 있습니다.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사철 제본으로 펼침에 구애가 없어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필사할 때 불편하지 않다는 것입니다.필사 노트를 끝까지 채워야 한다는 부담과 무엇을 필사하느냐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필사책입니다.어디에서나 잠깐의 짬을 내 ‘천천히 쓰며 나의 마음을 키우는’ 필사책 <시적인 필사>는 부담감이 없어 좋습니다.
<본 도서는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습니다.>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케이시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해봐야 8백 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리‘뿐인 외딴 오두막에서 홀로 살고 있다.폭풍이 예고되면서 지붕에서는 널조각이 계속 떨어지고 큰 나무는 곧 지붕 위로 쓰러질 듯 휘청거리자, 집주인에게 지붕을 수리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무시한다.정전을 대비해 양초를 준비하던 케이시는 창밖에 서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창백한 얼굴을 보고 두려움에 떨며 누구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창고로 향한다.그곳에는 옷과 손이 온통 피범벅인 열두 살 남짓한 작은 체구의 아이가 칼을 쥐고 있다.케이시는 칼로 위협하는 아이를 집으로 들이고 음식을 챙겨주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아이에게 침대를 내주기까지 한다.소설은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전화와 전기가 모두 끊긴 외딴 오두막에 피투성이 아이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현재의 이야기와 엘라라는 아이의 과거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된 오두막 안에서는 살의가 느껴지는 아이의 인질이 되어버린 케이시에게 닥쳐올 위험의 크기가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없어 조마조마하다.거기다 오두막에 찾아온 아이인 ‘엘리너’와 너무나 닮은 듯한 엘라의 이야기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아오던 학대받은 아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가슴이 아파져 온다.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집안을 쓰레기와 필요 없는 물건들로 채우는 엄마는 엘라를 전혀 돌보지 않고 학대한다.학교 선생님도 이웃 사람들 누구도 엘라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알아채지 못한다.단 한 명 엘라의 쓰레기 집을 보고도 엘라의 잘못이라고 탓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엘라를 봐주는 친구 앤턴만이 곁을 지켜준다.과연 엘리너는 무슨 사연으로 폭풍우 치는 날 피범벅이 돼 외딴집을 찾아왔으며 현재의 엘라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하다.썩은 복숭아와 불타오르는 집, 피가 배어 나오는 배낭을 멘 아이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 후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진다.어른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그 결과 아이들의 참혹한 삶이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 까닭에 더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은 시간을 잊을 만큼 몰입감 있게 읽었고 깜짝 놀랄 반전은 아니었지만 흥미를 반감시키지는 않았다.예전에 비해 아이들을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아동보호 절차가 많아졌다고는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여전히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정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은 어른들의 관심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소설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