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첫 번째로 어떤 책을 읽을까 한참 고민하다 고른 책이 색을 뺀 표지에 텍스트로만 가득한 이천이십오 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덤덤한 내용의 소설을 쓰지만 그 덤덤함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주란 작가의 <겨울 정원>이 수상작이다. <겨울 정원>은 제주도로 내려간 친구에게 싸게 얻은 정원 딸린 집에서 딸 미래와 살고 있는 혜숙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오피스텔 청소를 하는 혜숙 씨의 시간은 아는 언니들과 가끔 어울리고 딸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큰 사건도 사고도 없이 단조롭게 천천히 흘러간다. 육십 인 혜숙 씨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나는 오인환 씨와의 이별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혜숙 씨의 매일매일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탓에 그녀의 일상을 더 공감하며 읽었다. 그러면서도 황량한 정원은 봄이 되면 소란스러워지지만 한 번 지나간 청춘은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절대 되돌아오지 않음을 알기에 서글퍼지기도 했다. 수상 후보작들도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라 호불호 없이 즐겁게 읽었다. 그중 임선우 작가의 <사랑 접인 병원>은 아무리 노력해도 세월이 흐르면서 무뎌지고 흐려지는 사랑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도 하다. 도서관 대출 도서로 읽기에는 서운해 꼭 소장하고 싶은 소설집이다.